군동 신옥진씨의 28살 황순이 관내 최고령 황소
-사람나이 80세 해당… 관절염 앓지만 밭 3천평 거뜬히 일궈
-지금까지 송아리 17마리 출산 든든한 살림살이
지난 20일 군동면 끝자락에 위치한 명암마을 회관 뒤편에 위치한 밭에서는 마을이장 신옥진(67)씨와 일소 황순이가 28년간 끈끈한 정을 이어오고 있는 현장이었다. 660㎡(200평)정도의 밭을 일구는 황순이는 신 이장의 '좌라, 이라, 워'하는 소리에 맞춰 정확하게 움직였다. 좌라는 좌측으로 가라, 이라는 우측으로 가라, 워는 제자리에 멈춰서라는 말은 신 이장과 황순이의 30여년간 신호이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영농철을 앞두고 황순이는 신 이장의 9천900㎡(3천평) 밭을 일굴 정도로 일을 하고 있다. 세월의 흔적 앞에 털이 빠질 정도로 노쇠해졌지만 아직도 밭을 일구는 황순이의 발걸음은 힘이 느껴진다.
황순이와 신 이장이 인연을 맺게 된 것은 28년전. 4대에 걸쳐 황소를 이용해 농사일에 나섰던 신 이장은 지난 81년 새로 태어난 황순이를 조련하기 시작했다. 20여년간 키워오던 일소를 주위에서 달라는 성화에 못 이겨 넘겨주고 나서 새로 일을 할 황소가 필요했다.
황순이는 나무에 맷돌을 올려서 끌고 가는 훈련 등을 3개월간 거치고 나서 본격적으로 일소로 임무를 시작했다. 야산에 위치한 신 이장의 밭은 농기계 사용도 쉽지 않아 밭일의 대부분은 황순이가 도맡아 했다. 야산 밭에서는 매년 가을배추, 수박, 옥수수 등 작물을 심어 신 이장에게 적지 않은 경제적 보탬이 됐다.
또 황순이는 지난 90년경 쌍둥이까지 포함하면 16번의 출산을 해 총 17마리의 송아지를 순산해 2남2녀의 자식 뒷바라지로 버거웠던 신 이장에게 힘을 보탰다. 서울 무역회사에서 통역일을 하고 있는 막내딸 윤경(31)씨보다 3살 어린 황순이는 신 이장의 막내딸 역할을 하면서 한가족으로 생활하고 있는 것이다.
신 이장은 "황순이가 침을 흘리고 관절염을 앓고 있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아프다"며 "섬지역에서 황순이를 달라는 곳도 있지만 한 가족처럼 살아온 황순이와 계속 함께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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