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의 워낭소리가 있습니다
강진의 워낭소리가 있습니다
  • 김철 기자
  • 승인 2009.03.25 16: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군동 신옥진씨의 28살 황순이 관내 최고령 황소

-사람나이 80세 해당… 관절염 앓지만 밭 3천평 거뜬히 일궈
-지금까지 송아리 17마리 출산 든든한 살림살이


최근 워낭소리라는 단편영화가 300만명을 넘는 관객으로 큰 인기를 누리면서 우직하게 일을 하는 황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제는 밭을 일구는 황소의 모습은 현대화된 농기계에 밀려 찾아보기 힘들어진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군동면 한 야산에서는 지금도 황소가 직접 밭을 일궈 농사일을 돕는 진풍경이 아직도 남아있다.

지난 20일 군동면 끝자락에 위치한 명암마을 회관 뒤편에 위치한 밭에서는 마을이장 신옥진(67)씨와 일소 황순이가 28년간 끈끈한 정을 이어오고 있는 현장이었다. 660㎡(200평)정도의 밭을 일구는 황순이는 신 이장의 '좌라, 이라, 워'하는 소리에 맞춰 정확하게 움직였다. 좌라는 좌측으로 가라, 이라는 우측으로 가라, 워는 제자리에 멈춰서라는 말은 신 이장과 황순이의 30여년간 신호이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영농철을 앞두고 황순이는 신 이장의 9천900㎡(3천평) 밭을 일굴 정도로 일을 하고 있다. 세월의 흔적 앞에 털이 빠질 정도로 노쇠해졌지만 아직도 밭을 일구는 황순이의 발걸음은 힘이 느껴진다.

황순이와 신 이장이 인연을 맺게 된 것은 28년전. 4대에 걸쳐 황소를 이용해 농사일에 나섰던 신 이장은 지난 81년 새로 태어난 황순이를 조련하기 시작했다. 20여년간 키워오던 일소를 주위에서 달라는 성화에 못 이겨 넘겨주고 나서 새로 일을 할 황소가 필요했다.

황순이는 나무에 맷돌을 올려서 끌고 가는 훈련 등을 3개월간 거치고 나서 본격적으로 일소로 임무를 시작했다. 야산에 위치한 신 이장의 밭은 농기계 사용도 쉽지 않아 밭일의 대부분은 황순이가 도맡아 했다. 야산 밭에서는 매년 가을배추, 수박, 옥수수 등 작물을 심어 신 이장에게 적지 않은 경제적 보탬이 됐다.

또 황순이는 지난 90년경 쌍둥이까지 포함하면 16번의 출산을 해 총 17마리의 송아지를 순산해 2남2녀의 자식 뒷바라지로 버거웠던 신 이장에게 힘을 보탰다. 서울 무역회사에서 통역일을 하고 있는 막내딸 윤경(31)씨보다 3살 어린 황순이는 신 이장의 막내딸 역할을 하면서 한가족으로 생활하고 있는 것이다.

신 이장은 "황순이가 침을 흘리고 관절염을 앓고 있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아프다"며 "섬지역에서 황순이를 달라는 곳도 있지만 한 가족처럼 살아온 황순이와 계속 함께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