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로에서]새봄에 드리는 기도
[다산로에서]새봄에 드리는 기도
  • 강진신문
  • 승인 2009.03.06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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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원<전남도 국장·미국 연수중>

미국중부지역에 위치하고 있는 이곳 미주리주와 우리나라 날씨는 매우 비슷하다.  캐나다 북쪽 바람이 불어오면  매서운 추위가 몰아치며, 플로리다의 남풍이 불어오면 아늑한 날씨로 변화되곤 하는 우리나라와 같은 삼한사온의 날씨가 계속되었다. 창조주가  운영하는 이번겨울도 어느 해 겨울과 같이 변함이 없었다.

그러나 우리가 느끼는 이번 겨울은 세계경제 불황으로 삼한사온도 없이 계속  추웠으며,  최근 신문을 보면 두려움과 어두움의 소식이 계속 들려오곤 합니다. 자연의 사방에서 솟아나는 향기롭고 희망찬 봄 향기가 경제 불황으로 짖눌린 우리 마음을 포근히 감싸주웠으면 한다.

이번 경제불황은 참으로 신기한 측면이 많다. 1997년 IMF 경제체제는 우리나라만 겪었지만 이번 경제불황은 세계 최강이라는 미국에서 시작되어 전세계로 확산되었기 때문이다.

세계 경제 최강인 미국경제가 유명한 경제학자들조차 예측하지 못한 불황의 늪에 빠짐으로 인간의 나약함이 여지없이 들어내어 인간을 겸손하게 만드는 사건이었다. 그럼에도 창조주는 이런 인간에게 희망찬 봄의 메시지를 자연과 피조물을 통해 이곳저곳에서 변함없이 보내고 있다. 그 소망에 찬 창조주의 복된 소식을 들을 수 있는 귀와 깨닫는 마음이 있었으면 참으로 좋겠다.

돌이켜 보면 미국 경제도 호황과 불황, 팽창과 수축을 번갈아 가면서 성장하는 패턴을 보여왔다. 1930년 경제 대공황이래 현재 2009년까지 13번에 걸쳐 경제불황을 겪어왔다.

짧을때는 6개월, 길 때에는 1년 6개월 정도 위기를 경험하곤 했다. 역사적으로  보면 경제불황기간 보다 경제호황기간이 10배 이상 길었다. 그럼에도 우리 인간은 경제호황기간에는 하나님께 감사하지 않고, 경제불황기에는 못 살겠다 아우성이니 인간이 느끼는 경제불황기간은 실제보다 훨씬 더 길게 느껴진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앞으로는 잘 살 때  좀 더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야지하는 작은 결심을 했다.

내리막길이 있으면 오르막길이 있고, 역경이 있으면 영광이 있듯이 추운 겨울을 지나 이제 따듯한 봄이 우리 곁에 바짝 다가왔다. 봄의 소식은 하늘에서, 산에서, 바다에서, 들녘에서 조용히 들려온다. 그래서 세계경제불황에도 불구하고 이봄의 소식에 우리 마음만큼은 따뜻해 질 수 있어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모른다.

이봄의 길목에서 일본 아오모리현 한 농부를 소개하고자 한다. 사과가 잘 익은 9월 어느 한해였다. 갑자기 강한 비바람을 동반한 A급 태풍이 아오모리현을 덮쳤다.

이 태풍으로 애써 키워왔던 사과의 90%가 땅에 떨어져버렸다. 이 사과농사로 한해를 먹고 자녀들의 학비를 감당해야되는 이 농부는 실의와 좌절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 농부는 다시 사과밭에 나갔다. 땅에 떨어진 사과를 보면 억장이 무너졌다. 그러다가 우연히 사과나무에 아직도 붙어있는 10%의 사과를 쳐다보게 되었다. 이때에 멋진 아이디어가 이 농부에게 떠올랐다. 

아직도 떨어지지 않은 10%의 사과에 "합격사과"라는 이름을 붙이고 초속50m의  태풍에도 떨어지지 않은 사과이야기를 담아 시장에 내놓아야 되겠다는 생각이 이 농부를 흥분하게 만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 예상은 적중되어 "합격사과이야기"가 소문에 소문의 꼬리를 물어 전국에 퍼져서 가격이 평소보다 10배 이상의 비싼 가격임에도 날개 돋힌듯 팔려나갔다.

엄청난 A급 태풍의 위력에도 떨어지지 않은 사과, 사과나무에 꽉 붙어있는 10%의 합격 사과가 긴장으로 얼어붙어 있는 수험생과 학부모의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은 것이다. 그것은 돈, 장사 이상의 것이다. 한 농부의 우연한 생각이 겨울날씨 같은 추운 수험생과 학부모의 마음을 따듯하게 녹여주는 아름다운 선물로 승화되었다.

추운 겨울이 지나고 희망찬 봄이 이미 우리를 앞서가고 있다. 이 한 사과 과수원지기 농부처럼 아무리 힘든 상황에서도 우리 몸과 마음을 따듯하게 녹여주는 많은 사람이 이곳저곳에서 봄바람을 타고 새순처럼 솟아 나오기를 손 모아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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