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의 안녕을 위해서죠"
"마을의 안녕을 위해서죠"
  • 장정안 기자
  • 승인 2009.02.11 14: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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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째 길제 지내는 신전 신흥마을 김영식 이장

신전면 용화리 신흥마을 김영식(64) 이장은 음력 초 사흘인 지난 27일 새벽 5시 마을앞 도로에 작은 제단을 차렸다. 제단에는 돼지머리를 올리고 나물도 마련했다. 김이장은 자신이 터득한 방법으로 제사를 올리며 마을의 안녕을 빌었다.

김이장이 이렇게 마을앞 도로에서 길제를 올리는 것은 벌써 10년이 넘었다. 10여년 전 해남 좌일 방면에서 신전면 용화리로 오던 화물 트럭이 마을 앞 도로에서 전복돼 운전사가 숨진 사고가 발생 한 뒤부터 갑자기 마을 앞 도로에서 3~4건의 교통사망사고가 잇따랐다.

사망사고가 계속 발생하자 마을주민들 사이에서는 불의의 사고로 죽은 운전기사의 원혼 때문이라는 괴소문이 떠돌기 시작했다.

계속 마을에서 사고가 나고 민심도 뒤숭숭해지자 당시 마을 이장직을 맡고 있던 김이장은 길제를 지내기로 했다. 날짜는 음력 1월 3일로 정하고 시간은 새벽 5시로 정했다.

길제 날이 되면 김 이장은 새벽4시에 일어나 목욕을 재개하고 정갈한 마음으로 돼지머리와 음식을 장만하고 사고 지점에 술을 뿌려 원혼을 달래면서 조상님들께 마을의 안녕을 기도했다.

김 이장의 노력 때문인지 길제를 모시기 시작하면서 계속되던 교통사망사고가 10여년 째 한건도 없었다. 간혹 발생하더라도 작은 접촉사고일 뿐 사람이 죽는 대형사고는 발생치 않았다.

길제를 모신 뒤부터 사고가 잦아지자 김 이장의 길제에 대한 생각은 절대적이다. 김이장은 길제를 모시지 않으면 마을에 큰 화가 발생할 것 같은 생각이다. 아내도 처음에는 길제가 새벽시간에 차도에서 이루어져 위험하다며 만류했지만 김이장의 생각을 꺾지 못하고 지금은 묵묵히 김이장을 도와 길제를 함께 지내고 있다.

김이장은 "미신일 수도 있겠지만 길제를 모시면서 마을앞 도로에서 사망사고가 없어졌다"며 "앞으로도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길제를 모셔 마을의 안녕과 예전에 불의의 사고로 숨진 운전기사의 원혼을 달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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