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이씨 집안 450년 전통주 잇는 김막례 씨
원주이씨 집안 450년 전통주 잇는 김막례 씨
  • 김영미 기자
  • 승인 2009.01.23 12: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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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윽하면서 독특한 맛 일품
-명절, 집안 대소사때 손수 담아 사용

 

설 명절이면 제사상에 올릴 술을 빼 놓을 수 없다. 제사를 끝내고 한잔 마시는 음복은 만복을 가져다 준다고 한다.

성전면 금당리 원주이씨 가문에는 450년전부터 내려오는 전통주가 있다. 그윽하면서도 독특한 맛이 일품으로 소문나 있는 술이다. 오늘날 원주이씨 가문의 전통주를 지키고 있는 사람은 김막례(59)씨다.

김씨가 원주이씨 가문 가양주와 인연을 맺은 것은 25살 나이에 중매로 만난 장남 남편 이철주(64)씨와 백년가약을 맺으면서 부터다. 김씨는 돌아가신 시어머니에게 금당리에 터를 잡은 조선시대 16대조 할아버지 대부터 술을 빚어 종가집 제주로 이용되던 연화주(가양주)를 전수받았다.

매년 연화주를 빚는 김씨는 명절, 제사 제주, 집안 대소사에 사용해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김씨는 온도가 높아 발효가 잘되는 7~8월부터 연화주 담기를 준비하기 시작한다. 찬물로 밀가루를 고슬고슬하게 반죽한 후 무명천에 쌓아 자체내에서 수분이 나오도록 발뒤꿈치로 밟아 치댄다.

이후 멍석위에 짚의 미생물이 들어가 좋은 누룩이 되도록 짚을 깔아 밀가루 반죽을 얹은 후 다시 짚을 덮어 20일 이상 발효시킨다. 노란 곰팡이가 핀 누룩은 햇볕에서 일주일정도 말려 잡냄새를 제거하고 항아리에 보관한다. 술을 빚을 때 필요한 누룩하나만 만드는 일도 한달이상이 소요된다.

누룩을 준비한 김씨의 연화주 빚기는 온도가 낮은 11~12월이다. 이때 술을 빚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가 물이다. 김씨는 450년전 조상들이 만들어 백련의 성지가 된 백련지에서 여름에 한번 핀 연꽃을 채취하고 연 이파리에 싸서 공기가 들어가지 않도록 밀봉한 후 냉동실에 넣어 둔 연꽃 물을 사용한다.

여기에는 찹쌀로 찐 술밥과 누룩, 연꽃 물 세가지를 혼합해 항아리에 넣고 솜이불을 씌워 따뜻한 방에 놓아둔 후 3일이 지나면 소주를 부어 30일이상 숙성시킨다. 연화주가 빚어지기까지는 꼬박 75일 두달반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김씨도 초창기 제조기술을 알지 못해 술에서 신맛이 나서 버리는 시행착오를 몇차례 겪기도 했다. 종가집 제주로 사용되는 술을 빚어내기 위해 만약의 실패를 대비해 여분의 누룩을 더 준비하고 술맛의 요인이 되는 온도와 물 분석에 들어가 터득하게 됐다.

김씨가 오랜시간과 노력을 기울여 전통 제조기술 그대로 재현해 빚어낸 술 맛은 노란빚깔이 나며 향취는 연꽃 향을 맡은것처럼 그윽하면서도 독특한 맛이 일품이다. 술은 목 넘김이 부드럽고 입안에 달짝지근한 뒷맛으로 매혹적이면서 비밀스럽기도 하다.   

김씨는 "이씨 집안 며느리로서 대대로 내려오는 가양주를 잘 빚어 조상의 음덕도 기리고 우리 전통주에 담긴 깊은 뜻도 알리고 싶다"며 "연화주의 특징은 시원한 곳에 3년동안 두어도 신맛이 나지 않고 오히려 향이 깊어져 더 좋은 술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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