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청자합 주인공 청자인생 마감
APEC청자합 주인공 청자인생 마감
  • 김영미 기자
  • 승인 2008.12.19 11: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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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간 청자박물관 근무 박동휴 상형실장

청자박물관서 22년 청자재현 구슬땀
청자석류형주자등 주옥같은 작품 산파역

 

청자박물관 상형실 박동휴(56·강진읍 교촌리)실장이 22년 청자인생을 마감한다.

청년시절 도자기의 매력에 빠져 유달리 관심이 많았던 박실장이 청자와 인연을 맺은것은 1981년. 이용희 전 청자사업소 연구실장이 강진의 도자기 기술을 발굴하고 전승해야 한다는 권유를 받고 도공에 임명된 후 성형실에서 근무를 시작해 22년 동안 조각실, 수비실, 상형실등에서 청자 재현에 힘써왔다.

박실장은 37살의 많은 나이로 청자박물관에 들어왔기 때문에 도자기술을 배우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기울였다. 아침은 2시간 먼저 출근하고, 점심시간은 10분만을 사용하면서 점토, 유약, 불등 고려청자의 모든 것을 배워 내 것으로 만들어 나갔다.

그 세월이 22년째 지속되어 오고 있다. 박실장의 장인정신은 우리나라 국보급 재현작품 칠보향로, 어룡주자, 연적등 상형청자 전반에 대한 독보적인 도예가가 될 수 있었다.

박실장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예술품인 청자합을 탄생시켜 2005년 APEC정상회담 21개국 국빈선물로 증정한 청자합 제작의 일등공신이기도 하다.

부산에서 개최되었던 APEC정상회담 20일을 앞두고 청와대에서 국빈들에게 선물할 도자기를 제작해 달라는 주문이 들어왔다. 시간이 얼마 남아 있지 않아 불가능했지만 전 세계에 고려청자를 알리는 일을 포기 할 수는 없었다. 직원들과 의논을 거듭한 끝에 국보인 고려청자 청자합을 재현한 청자를 국빈선물로 증정하자는 의견을 모았다. 청와대 관계관과 몇차례 협의를 거쳐 제작에 들어갔지만 시간이 문제였다.

청자박물관 전직원들과 하나가 되어 매일 밤 12시정도에 퇴근하며 청자합 50점을 빚어 인위적으로 온도를 맞춰가며 건조시켜 구워냈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또 외국인들을 고려청자의 매력에 빠지게 한 2008년 강진청자미국순회전, 2007년 강진청자일본순회전에 청자석류형주자등 출품작 선정과 제작에 공을 세우기도 했다.

작업실 안에서 최고 연장자인 그는 후배 도예가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기도 한다. 한점의 청자를 탄생시키는 일은 정교함을 요구해 후배들이 힘들어 할때마다 때로는 매서운 질책으로, 자애로운 선배의 모습으로 독려하고 도예가의 길을 걸을 수 있도록 손도 잡아준다.

박실장은 이번에 정년 퇴임하지만 내년 1월 한달간 무보수 근무 계획도 세워 두었다. 2009년 강진청자유럽작품전을 준비해 주기 위해서다. 마지막 시간까지도 전 세계에 내놓는 청자제작을 마음속에서 떨쳐 버릴 수 없는 박실장은 일평생 힘들게 걸어온 도자기 길이 자신의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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