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1등 묘목 생산지 지켜가는 경북 경산시
4. 1등 묘목 생산지 지켜가는 경북 경산시
  • 주희춘 기자
  • 승인 2008.11.21 11: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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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벽같은 산속에 돈이 '무럭무럭'
1천여 가구 '묘목 생산 중'... 전국 70% 차지
묘목특구 지정...  142억원 투입 집중 육성
"묘목 심어 부자되는 주민 증가 중"



경산시 용성면 송림리 일명 후롱골 일대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임업인 함번웅(64)씨가 사는 곳이다.

함번웅씨는 임업 신지식인 제1호다. 덕분에 그는 요샛말로 언론을 많이 탔다.

▲ 경북 경산시 용성면 송림리에 있는 함번웅씨의 산림농장이다. 경사가 급해서 전혀 쓸모없는 산처럼 보이지만 매년 수억원씩의 수익을 거둬들이는 황금밭이다.
인터넷에서 그의 이름 '함번웅'을 검색하면 그를 소개한 기사가 우수수 쏟아진다.

인상 깊은 기사의 제목들.
1977년 30만평의 민둥산을 4천만원에 사들여 22년 만에 100억의 '결실'을 본 사람.
산에서 다이아몬드를 캐는 사람
산림테크의 귀재, 나무재벌 등...
 
도대체 어떻게 임업을 했길래 저런 호칭을 받고 있을까. 강진에서 경산까지 가는 길은 꽤 멀다.

장흥쪽으로 가는 4차선 도로를 타고 순천까지 간 다음 남해고속도로로 들어가 한참을 가서 구미일대에서 북쪽으로 방향을 잡아 계속 올라가야 한다.

그 시간이 족히 4시간은 걸린다. 경산시에 들어가도 용성면 송림리를 찾는 일은 쉽지 않다.

네비게이션의 안내를 따라가도 보통 헷갈리는게 아니였다. 꼬불꼬불한 산길로 접어 들었다.
 
산길로 들어 갈 수록 궁금증은 깊어갔다. 주변은 온통 깎아질 듯한 급경사의 산이 이어졌다. 얼마나 가야 평지가 나온단 말인가. 나무를 키워 그 정도의 수익을 올릴 정도면 상당한 규모의 평지가 있어야 할 일이었다. 이런 골짜기에 그런 땅이 있다는게 신기하기만 했다.  
 
좁은 외길을 타고 임도같은 길을 한참 올라갔다. 산이 보통 비탈진게 아니였다. 강진으로 치자면 서기산 정도의 비탈길을 연상케 했다. 그런 비탈진 산에 평지가 있을리 없었다. 번듯한 건물도 보이지 않았다. 길을 잘못 들었다는 생각이 번뜩 들어 차를 돌려 오던길로 내려왔다.
 
산의 입구까지 내려 가서야 '동아임장'이라는 아주 작은 간판이 보였다. 조금전 지나쳤던 길목이었다. 하도 작고 초라한 간판이라 입구에 들어서는 외지인의 눈에 쉽게 뛰지 않았던 것이다. 간판뒤로 허름한 집이 보였다. 함번웅 대표의 농장 사무실이었다.
 
"이미 농장을 쫙~악 돌아 보셨네요. 그게 답니더"
농장을 지키고 있던 김분예(1958년생)씨는 동아임장이 바로 저곳이라며 방금 기자가 길을 잃어 버렸다고 허겁지겁 내려 온 산쪽을 가리켰다. 저렇게 비탈진 산에서 임업을 하고 있다는게 믿어지지 않았다.
 
▲ 함번웅씨의 농장에서 자라고 있는 각종 기능성 약용식물들.
저 정도의 산이라면 강진에도 많지만 개발이 어려운 곳이라고 해서 사람의 손길조차 타지 않은 곳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함번웅씨의 '동아임장'은 이곳에서 누에고치에서 실을 빼먹 듯 연간 1억원 이상을 벌어 들이고 있었다.
 
함대표가 1977년 산을 처음 샀을 때 이곳은 민둥산이었다. 이익을 빨리 내야겠다고 마음먹은 그는 외국을 오가며 산림경영 기법을 배웠으나 뾰족한 수를 찾지 못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시골장터의 노인에게서 약재와 기능성 식물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그래서 자작나무, 물박달, 허깨, 딱총, 참죽, 산사, 오가피, 옻나무 등을 수만~수십 만 그루씩 심어 나갔다. 이들 나무는 수확기간도 1~15년으로 짧다.
 
나무 밑에는 더덕을 심고 염소를 방목했다. 지금도 염소는 100여 마리 된다. 봄이면 자작나무 등에서 수액을 채취하며, 입장료를 받고 산나물 캐기 행사를 열어 수입을 올린다. 수액 판매가는 한 때 수천만원에 이르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개성공단으로 가는 나무를 집중 공급했다. 15년전에 130원씩을 주고 심은 나무였는데 한 그루에 60만원씩을 받았다.
 
함대표는 "1, 2년생 묘목을 1천~2천원에 구입해 10년만 잘 가꾸면 10만원짜리는 충분히 된다"며 "산에서 1년에 1억원을 벌기는 어렵지만 나무를 장기적으로 키우다보면 10년에 10억원을 벌기는 아주 쉽다"고 산에 대한 투자를 역설했다.
 
동아임장을 취재하면서 두 가지 사실을 새로 배웠다. 경사가 심한 곳에서는 나무가 비탈을 따라 뿌리를 길게 뻗기 때문에 오히려 생육이 좋다는 것이다. 강진의 경사가 심한 산림도 개발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또 나무를 심을 산이 반드시 남향일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함대표는 오히려 서향의 땅이 습기를 보존하는데 유리하다고 했다. 강진에는 정 남향이나 동향이 아니라는 이유로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산림이 여러 곳 있다.
 
경산시에는 함번웅씨 외에도 김영식씨(60·경산시 임당동)라는 신지식임업인이 있다. 경산에서는 대추박사로 불리는 사람이다.

김씨는 대추재배 기술을 혼자서 연구해 개발하고 대추의 품질을 획기적으로 높인 사람으로 평가받고 있다. 김씨는 요즘에 경산은 물론 인근 청도·보은·완주지역에 대추재배기술 특강을 다니느라 정신이 없다.

경산시에는 또 지난 2002년 신지식임업인으로 선정된 김영표씨(48·하양읍 화상리)가 있다. 김씨는 표고버섯과 상황버섯을 재배해 연간 1억5000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경산시에는 이렇듯 유명한 임업인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잘 알려진대로 경산시는 정부가 지정한 묘목특구다. 경산시는 전국 과수 종묘 생산량의 70%를 생산하는 곳이다.
 
경산시 하양읍 대조리 일대는 묘목을 재배하거나 유통하는 큰 집단시설이 있다. 이곳에서 묘묙을 재배하거나 묘목 유통을 하는 곳이 1천여곳이 넘는다.

하양읍과 인근 진량읍 일대에서 묘목이 생산되는 면적만 412㏊에 달하고 경산과수종묘연합회에 가입해서 활동하는 임업인들이 416농가에 달한다. 경산시에서는 일제시대부터 과수 묘목이 재배됐다고 전해지고 있다.
 
이 일대가 지난해 묘목 특구로 지정되면서 날개를 달게 됐다. 경산시는 이 곳에 오는 2011년까지 5개년에 걸쳐 142억원을 투입해 우량종묘생산단지 육성, 종묘수목원 조성,종묘연구소 및 유통센터 설립사업 등을 펼치고 있다.
 
경산과수종묘연합회 조해근 전무이사는 "특구사업이 열매를 맺는 내년부터는 생산과 기술 유통면에서 안정적인 묘목사업 운영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며 "현재 임업 전업농들이 매년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경산시가 종묘산업을 지원하는 체계는 전방위 적이다. 올 초부터는 경산시, 국립농산물품관원 경산청도출장소, 경산과수종묘연합회, 경산시에 소재한 대구가톨릭대학교, 경산시농업기술센터등이 중심이 돼 '경산종묘클러스터사업단'이 출범해 운영되고 있다.

앞으로 3년 동안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클러스터사업단은 종묘생산의 기술기반 확립에서부터 유통체계확립까지 모든 분야를 개선하고 혁신할 센터역할을 하게 된다.
 
경산시청 공무원인 경산종묘클러스터사업단 이상길 담당은 "경산시의 궁극적인 목표는 묘목산업을 고부가산업화 모델로 육성하는 것"이라며 "농민들의 묘목재배를 통해 부농을 일구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터뷰-동아임장 함번웅 대표
 
"정보화 시대가 끝나면 산림시대가 옵니다"
동아임장 함번웅 대표는 디지털 시대 이후의 미래를 산림시대라고 했다. 소득이 올라가면 사람들이 건강에 관심을 갖게 되고, 앞으로 건강문제를 해결할 장소는 산림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함대표에게 산은 미래의 산업이자 미래의 병원이었다. 각종 불치병을 치료하는 약이 산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그는 약재 정보를 구하기 위해 중국 일본 등지를 10여차례 다녀왔고 희귀 약용 식물에 관한 국내·외 서적 논문들을 수 십 권씩 구독한 약용식물 전문가이다
 
그럼 미래의 병원은 누가 병원장이 될까.
"산을 산으로 보면 안된다. 산에서 보물이 쏟아질 것이다. 사람들이 정신을 차려서 임업에 관심을 쏟아야 한다. 먼저 임업에 관심을 쏟은 사람이 앞서가는 사람이고, 먼저 산림에 관심을 가진 자치단체가 앞서가는 자치단체가 될 것이다"
 
바위와 돌이 많은 강진의 산림 조건을 설명하며 강진에서도 임업이 성공할 수 있겠느냐고 물어봤다.
 
"산에 돌이 많으면 돌을 피해가며 나무를 심으면 된다. 모든 나무는 각자 잘 자라는 환경이 있다. 그것을 제대로 맞춰주면 된다. 적지적수가 그것이다. 임업해서 성공하려면 과학자가 되어야 한다"
 
30분 정도 설명을 끝낸 함대표는 요즘 경산시에서 주최하는 주역강좌를 듣고 있다며 총총히 자리를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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