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재난, 복구보다는 예방
[특집]재난, 복구보다는 예방
  • 장정안 기자
  • 승인 2008.10.17 11: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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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주민중심 일본의 방재활동

대도시 자치구부터 면단위<町> 지역까지 방재대책 완비

문화재 방재시스템 철저... 피해복구 수준 우리나라 방재활동 개선시급

▲ 일본 교토에 위치한 금각사에서 근무하는 오가타 고슈 스님이 소방방재시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일본의 방재대책을 보면 혀를 내두를 정도로 세세하고 꼼꼼하다. 일본 정부도 30년 후에 혹여 있을지 모르는 대지진에 대한 방재대책 마련에 골몰 하고 있고 주민들 역시 정부의 방재대책 이외의 각양각색의 방재활동이 대도시의 한 자치구에서부터 면단위의 소규모 자치단체에 이르기까지 전국적으로 펼쳐지고 있다.

한마디로 일본에서의 방재는 생활이자 습관인 것이다. 자연재해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지형적 특성 때문에 자연적으로 몸에 베인 습관일 수도 있겠지만 만일에 일어날 수 있는 재난에 대해 만전을 기하는 모습은 우리가 배워야할 모습이다.

수많은 일본의 주민중심의 방재활동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지난 1397년에 지어졌다고 알려져 있는 일본 대표적 문화재인 금각사의 방재 시스템이다.

금각사는 일본 교토에 있는 대표적 사찰로 아시카가 요시미쓰라는 사람이 당초 개인 별장용으로 지었으나 그가 죽은 뒤 유언에 따라 사찰로 바뀌었다. 총 3층으로 되어져 있는 금각사는 2층과 3층이 금박으로 입혀져 있어 수만명의 관광객이 찾는 일본의 대표적 관광지이다. 하지만 지난 1950년에 한 스님의 방화로 건물이 전소돼 5년동안 복원작업을 걸쳐 현재에까지 이르고 있다.

우리나라의 남대문과 비슷한 경우이다. 방화 이후 금각사에서는 국가기준의 방재시설 이외에도 자체적인 방재시설을 갖추면서 관광객들의 부주의로 인한 화재나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에 이르기까지 방재에 있어서는 철옹성과 같았다.

▲ 약 60여년전 방화로 전소되었다가 5년동안의 복원작업을 거쳐 금각사는 일본의 주요 관광명소로 꼽히고 있다.
금각사에서는 65m 소방호수가 있는 소화전을 지상과 지하에 모두 30개를 갖추어 남북으로500m, 동서로는 400m정도 크기의 금각사 전역을 방재활동을 펼 수 있도록 시설을 갖추어 놓았다.

특히 30개의 소방전 중 몇 개는 금각사의 미관을 고려해 지하에 매립해놓고 유사시에만 사용하는 모습도 특이한 모습이었다.  또 목재시설이 대부분인 금각사의 경우 방재시 목재 손상을 최소화 시키기 위해 일반 소화기보다는 물로만 되어 있는 소화기를 사찰 곳곳에 비치해 놓은 것도 눈길을 끌었다.

금각사의 방재활동은 이뿐만이 아니다. 금각사의 중앙통제실은 얼핏 매표소나 안내서를 배부해주는 안내소처럼 보였지만 내부에서는 전직 소방관 출신의 직원들이 주간 2명, 야간 4명으로 나누어 근무하면서 24시간 철통 방재활동을 펴고 있다. 또 소방시설을 금각사에 불이 난 날을 기억하고자 매년 7월 2일에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있다.

교토에 위치한 슈하치 지역의 자주방재회도 주민자치 방재로 유명한 지역이다. 주민 100여명으로 구성된 자원봉사단 성격의 슈하치지역 방재 의용소방대는 얼핏 관내의 의용소방대와 성격이 같지만 정부에서 매년 1천만원 정도의 지원을 받아 방재에 관한 강연을 비롯해 방재홍보 등을 가가호호 방문해 주민들에게 화재나 재난시 대피요령등을 알려주면서 주민자치적인 방재활동을 펼치고 있다.

또 관내의 옴천면정도 크기에 인구 8천여명의 일본 돗토리현의 치즈정 지역도 주민자치 방재에 열을 올리는 지역 중에 하나이다. 치즈정 지역은 산지가 많은 지역의 특성상 지진이외에도 수해가 많은 지역이다. 이 때문에 치즈정에서는 40세 미만의 주민 500여명으로 구성된 소방단을 결성해 운영해 오고 있다.

치즈정 주민들은 행정력이 미치지 못하는 지역적인 이유로 '우리동네 위험은 우리가 제일 잘 안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방재홍보를 비롯해 재난시 대피장소, 대피법등을 훈련해 오고 있다.

▲ 고베신문사에는 지난 97년 대지진의 기억을 잊지 않기 위해 지진당일 멈춰버린 시계를 상징물처럼 보관하고 있다.
일본 학계에서의 방재연구도 멈추질 않는다. 일본 교토대학의 오카다 교수는 일본의 방재시스템이 95년 한신대지진을 계기로 바뀌게 되었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현재에는 거대재해 나 각종 재해를 대비하는 PDA사이클 이론과 재해전과 재해후의 사회적으로 다른 모습을 통해 살아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를 연구하는 재해매니지먼트 사이클 이론 등을 통해 재난 방재와 방재의 역할등을 설명하면서 연구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렇듯 가깝지만 먼 이웃나라인 일본의 전 지역에서 방재활동이 펼쳐지고 있고 또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고 있는데 반해 우리나라의 방재시스템은 아직도 후진국형인 원상복구의 위주의 방재활동에 그치고 있고 발전 속도도 미비한 수준이다.

일본의 방재는 단순한 방재가 아니라 경제 발전을 위한 필수 조건이고 또 국민의 안전과 가족의 안전을 위해 국가와 개인이 당연히 해야 할 의무이다고 말하는 일본 교토의 한 공무원의 말처럼 현재 우리의 방재수준이 어떠한지 냉정하게 바라보아야 할 때이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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