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도범 멱살 꽉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죠"
"절도범 멱살 꽉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죠"
  • 장정안 기자
  • 승인 2008.09.26 10: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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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포커스] 절도범 검거한 청각·언어장애인 이점봉씨
▲ 절도범을 검거한 이점봉씨가 농아자협회 강진지부 김미예 실장에게 수화를 통해 사건 발생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5일시장서 할머니 피해막아... 경찰도 감사패 

장애를 앓고 있는 한 주민이 위험을 무릅쓰고 60대 노인의 목걸이를 훔치려던 절도범을 검거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화제가 되고 있다.

태어날때부터 말하지 못하고 듣지도 못하는 청각언어장애를 앓고 있는 이점봉(55·성전면 신풍리)씨가 그 주인공.

지난 4일 오전 11시께 강진 농아인 협회를 방문하기 위해 집을 나선 이씨는 장날을 맞아 시장을 나오는 60대후반의 노인의 뒤에서 목걸이를 절취하려는 절도범들을 목격했다.

이씨는 40대 후반으로 보이는 3명의 절도범들이 2명은 노인의 앞에서 방패막이를 해주고 뒤에서 한명은 노인의 목걸이를 훔쳐가는 것을 유심히 지켜보면서 뒤따라갔다. 섣불리 잡거나 소리를 지르면 절도범들이 도망갈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씨는 범인들이 방심하고 있는 틈을 타 바로 3명중 2명의 절도범들의 멱살을 붙잡고 도와달라고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청각언어장애를 앓고 있어 주위의 사람들이 말을 못 알아먹지 못하는 눈치였다. 이씨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하기 위해 왼손을 이용해 의사전달을 하던 중에 2명의 절도범 중 1명을 놓쳤다.

이씨의 손아귀에서 벗어난 도둑은 자신의 동료를 구하기 위해 이씨의 오른쪽 팔뚝을 살점이 움푹 패일정도로 물었지만 이씨는 한명의 멱살은 절대 놓치지 않았다.

이후 이씨에게 노인의 목걸이를 훔친 절도범이라는 사실을 들은 주위 상인들이 경찰에 알렸고 경찰이 와서야 이씨는 절도범의 멱살을 놔주었다.

그것으로 이씨의 선행이 끝난 것이 아니었다. 이씨는 절도범을 인계한 후 놓친 범인의 얼굴을 알고 있다면서 스스로 시장을 돌면서 범인 수색에 나서는 모습을 보여 경찰로부터 감사장을 받기도 했다.

이씨는 "당시 바로 눈앞에서 범죄가 일어나고 있어 위험하다는 생각보다는 우선 범인을 잡아야겠다고 생각했다"며 "비록 도중에 팔을 물려 상처가 났지만 다음에 설사 더 위험한 상황이라고 해도 똑같은 행동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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