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로에서]이제는 청소년 복지도 생각하자
[다산로에서]이제는 청소년 복지도 생각하자
  • 강진신문
  • 승인 2008.07.25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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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길성<칠량중 교사·강진교육발전협의회 사무국장>

어렸을 때의 일이다. 지금이야 밭갈이나 논갈 때 경운기나 트랙터를 쓰지만 옛날에는 소를 이용했다. 누런 황소에다 멍에를 씌워 쟁기로 밭을 갈 때면 소가 무척 힘들어 했다.

어떨 때는 거품을 물기도 하고 너무 힘이 드는지 커다란 눈에 눈물이 고이기도 했다. 이처럼 황소가 수고할 때면 나무 그늘에 매어 놓고 시원한 물을 주기도 하고 풀을 베어다 먹이곤 했다. 

우리나라의 입시위주 교육 풍토 속에서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공부하는 학생들을 보면 어릴 때 보았던 황소 생각이 난다. 고단한 하루하루의 생활에 안쓰러운 마음이 들고, 그 큰 눈에 눈물을 흘릴 때 보았던 연민의 정을 느낀다.

그들을 위해 시원한 물이라도 길러주고 싶지만 물을 기를 샘도 없고 적당한 도구도 없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흔히들 '복지'라 하면 노인과 어린이만 생각하기 쉽다. 우리 사회가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노인 인구가 증가하기에 노인 복지는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고, 출산율이 저하되면서 인구 증가율이 둔화되기에 아동복지 또한 정책적으로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정작 중요한 청소년 복지는 생소하게 생각되기도 하고 일반인들의 관심에서 멀어지는 경향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청소년만을 대상으로 한 정책은 1987년 청소년육성법이 제정되면서부터라 할 수 있다.  1991년 청소년의 건전 육성을 위해 1992년부터 2001년까지 10년간 시행될 청소년 기본계획과 그 근거 법으로서 1991년 12월 17일 청소년기본법을 제정하여 1993년 1월 1일부터 발효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청소년활동진흥법 제5조 2항에서는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청소년 활동을 활성화하는데 필요한 각종 활동시설, 청소년 활동 프로그램, 청소년 지도자 등을 위한 시책을 수립ㆍ시행하여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청소년 복지는 일차적으로 가족 복지의 영역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지방 자치단체의 경우는 예산 부족 등의 이유로 청소년 복지 정책이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있는 실정이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오는 16일 강진고를 시작으로 관내 초ㆍ중ㆍ고등학교들이 일제히 여름방학에 들어간다고 한다.

방학(放學)은 말 그대로 '건전한 심신을 발달시키기 위해 공부를 잠시 멈추는 휴가'를 뜻한다. 물론 이 기간에 부족한 과목을 보충하는 교과 공부도 열심히 해야겠지만 취미를 살리고 소질을 계발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문화활동, 수련활동도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 지역에는 방학 동안에 청소년들이 배우고 활동할 수 있는 '꺼리'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그러다 보면 결국 청소년들은 컴퓨터 게임에 열중하거나 텔레비전을 시청하고 무리지어 시내를 방황하게 될 것이다.

물론 어른들 생각 같아서는 도서관에 가서 책도 읽고, 규칙적으로 운동도 하고, 사이버 가정학습도 많이 하면서 즐겁고 보람되게 보내면 좋겠지만 대부분 부모님의 욕심으로 그치는 경우가 많다.

'나라의 미래를 알고자 하면 그 나라 다음 세대의 눈빛을 보라'는 말이 있다. 청소년들의 눈빛이 도전의식으로 충만하고 희망에 불타오른다면 미래는 밝겠지만 그들의 가슴에 근심과 걱정이 가득하고 청소년들의 발목에 빈곤의 족대가 채워져 있다면 그 나라의 미래는 암담하게 될 것이다.

우리 지역도 마찬가지이다. 현실적으로 여러 어려움이 많겠지만 지금부터라도 청소년수련원 등 생활권 청소년 수련시설을 건립하고 청소년 문화 복지 생산을 위한 능력 있는 전문 인력을 양성하며, 청소년들에게 도움이 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방학 때가 되면 생태ㆍ환경ㆍ통일ㆍ문화ㆍ체육 등 전문 프로그램이 많이 개설되어 우리 청소년들이 새로운 것을 배우고 익힐 욕심에 방학을 손꼽아 기다리는 청소년 복지에 앞장서는 지역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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