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쌀 북한에 가다"
"강진쌀 북한에 가다"
  • 김영미 기자
  • 승인 2007.08.24 14: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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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담아 동포에게 나눕니다
역사적인 날이였다. 강진군민의 마음을 담은 강진쌀이 육로를 통해 전국 최초로 북한의 동포들에게 전하는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강진군민들의 우리는 하나라는 마음과 정성을 담은 '사랑의 청자골 강진쌀'을 북녘동포에게 전달하기 위한 출정식이 지난 16일 강진군청 광장에서 열렸다. 광장에는 아침 8시부터 소식을 들은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들면서 민족의 염원인 통일을 기원하며 마음속 깊이 하나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들이 광장을 가득 메웠다.

황주홍군수와 각 기관사회단체, 종교단체의 대표자들로 구성된 전달단 20명은 군을 대표해 북녘 북고성군 온정리마을에 전달하기 위한 출정식을 가졌다. 전달단 일행을 실은 대형버스와 강진쌀 20㎏들이 2천포대를 나눠 실은 25톤화물차 2대가 북으로 출발했다.

환송식에 나온 300여명의 주민들은 전달단 차량이 보이지 않을때까지 손을 흔들었고 전달단은 주민들의 환호를 뒤로한체 기나긴 여정길에 올랐다. 북측을 향해 내달리는 동안 화창한 날씨가 전달단의 마음을 더 들뜨게 했다.

5시간을 내달려 신탄진휴게소에 도착한 전달단 일행은 간단히 식사를 마치고 다시 4시간을 달려 강원도 홍천톨게이트를 지나게 됐다. 이어 나타나는 고성군 진부령 고개. 첩첩산중의 구불구불한 고개를 넘어서니 통일전망대 49㎞가 남았다는 안내판이 눈에 들어온다. 차량으로 9시간을 달리고도 아직도 북녘땅이 멀기만 했다.

진부령고개를 지나 도로변을 행군하는 군인들을 보면서 달린 시간이 1시간여 꼬박 10시간동안 달려 도착한 곳은 강원도 고성군 대천마을이였다. 해맞이민박에서 묵은 하룻밤은 북녘동포들을 만난다는 기대감으로 한없이 짧기만 했다.

다음날인 17일은 분주했다. 새벽4시부터 방북을 위한 짐을 꾸렸고 방북카드를 작성한 후 아침식사를 마친 6시부터 북으로 향하는 일정이 진행됐다. 북한동포들을 만나는 일은 쉽지 않았다. 1차 군부대 검열을 거치고 나서 20여분간을 달려 동해선도로 남북출입사무소에서 방문증명서를 보여주고 난 후 통과됐다.

다시 20여분간 차량이동으로 북한출입국사무소에서 수속을 마친 후 북측에서 제공하는 차량으로 옮겨 타게 됐다. 북측에서 통과하는 모든 차량은 앞부분 우측에 붉은 깃발을 설치하고 번호판을 가린 철저한 통제속에 운행되고 있었다.

여기에서 다시 20여분간 차량으로 이동해 목적지인 온정마을에 도착하게 됐다. 찾아간 곳은 온정마을 명승지 종합개발지도국지사. 지사 앞마당에는 북한 주민 50여명이 강진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 강원도 북측 북고성군 온정마을 명승지 종합개발지도국지사 앞마당에서 전달단 일행이 군민들이 사랑으로 마련한 강진쌀 하역 작업을 갖고 있다.
일행을 맞이한 박명남 지도요원등 당간부들은 황주홍군수와 강진쌀 물품인수증에 서로 사인하고 남북이 하나되는 뜻깊은 시간이 연출됐다. 이어 강진군민들이 정성과 사랑을 담아 마련한 쌀2천포대와 한반도 사랑의 연탄나눔 운동에서 준비해 온 연탄 17만장을 하역하는 작업이 진행됐다.

하역작업이 시작되면서 북쪽 주민들과 정겹게 인사를 나눌 수 있었다. 북한주민들은 전달단과 손을 마주잡고 "안녕하십니까 반갑습니다"라는 인사를 건내면서 작업을 시작했다. 2시간여 동안 진행된 하역작업은 보통 힘든 시간이 아니였다.

온통 땀으로 뒤범벅 되고 연탄재로 시커멓게 변해버린 얼굴이였지만 전달단일행과 주민들의 입가에는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연탄을 내리는 힘든 일을 하는 북한주민에게 자리를 바꾸자는 전달단일행의 말에 "일없습네다(괜찮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서로를 격려하면서 힘든 하역작업은 마무리 되어 갔다.

하역작업중에는 북한 주민들이 고생한다면서 양동이에 시원한 냉수를 떠와 전달단 일행과 주민들이 무더위를 식히면서 작업에 참여하기도 했다. 온정마을에서 짧지만 주민들과 함께 할 수 있었던 아쉬운 시간을 뒤로 하고 타고 온 차량에 올라 함께 손을 흔들며 다시 만남을 기약했다.

▲ 온정마을 주민들이 시원한 냉수를 내오고 있다.
떠나오는 마을 어귀 골목에는 우리가 함께 실고 온 연탄을 하역하는 주민들이 분주히 움직였다. 북측 동포들에게 쌀을 전달한 전달단은 주민들과 오래도록 함께하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며 내년에는 더 많은 시간을 마련해 만남을 갖자는 의견을 모았다.

군민들의 기금으로 마련된 쌀은 어려운 북한동포를 돕는 것이 아니라 강진쌀을 계기로 남과 북 주민이 조금더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였다. 이번 행사는 따뜻한 한반도 사랑의 연탄나눔운동본부(이사장 변형윤)에서 전달단 방북 도움을 건내고 한달동안 강진군민들이 사랑의 쌀을 모아 전달 됐다.

전달단에 참여한 황주홍군수는 "이웃이 어려우면 조금씩 나눠 건네는게 우리의 정서이고 남을 위해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체험이 중요하다"며"이번 행사는 북한동포들에게 강진주민들의 마음을 전달한 행사로 기구를 만들어 연례적으로 이어가도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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