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다움' 에 달렸다
'농촌다움' 에 달렸다
  • 조기영 기자
  • 승인 2007.05.25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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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농촌관광의 현장을 가다]1-농촌관광의 성공 열쇠

▲ 아소산에서 발원한 치쿠고강이 감싸 흐르는 우키하시의 평야마을은 우리동네 농천과 너무도 닮아 있다. 벼농사와 함께 감,포도,배 등 특산품을 재배하는 이 지역은 아름다운 농촌환경을 형성하고 있다.
유명관광지로만 국한되던 관광자원이 농촌의 전통적인 풍습, 생활문화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명승지만을 휙 둘러보던 관광에서 벗어나 몸소 농촌을 체험하려는 도시민의 욕구가 커지면서 그린투어리즘(green-tourism) 일명 농촌관광이 최근 각광을 받고 있다.

도시민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줄 수 있는 것이면 이젠 모든 것이 관광자원인 셈이다. 특히 때 묻지 않은 자연환경과 농촌다움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농촌엔 무궁무진한 관광자원이 널려 있다.

하지만 어려워져가는 농촌 경제를 살릴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농촌관광이 청사진만을 제시해주진 않는다. 성공하는 마을이 있으면 실패의 구렁덩이를 벗어나지 못하는 지역도 존재하기 마련이다.

관내에도 농촌전통테마마을, 녹색농촌체험마을, 어촌체험마을, 생태체험마을 등으로 8개 마을이 지정돼 있다. 이중 4개 마을은 농협의 팜스테이 마을로 등록된 상태다.

또 성전면 오산마을과 군동면 신기마을은 녹색농촌체험마을 선정을 앞두고 있다. 이에 따라 관내 농촌관광도 양적 성장과 함께 질적 성장을 되짚어야 할 시점이 됐다.

기자는 일본 규슈에서 농촌관광의 현황에 대한 취재를 통해 1차 산업과 3차 산업의 접목을 바탕으로 침체된 농촌현실을 극복한 농촌관광의 해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독특한 자연환경이 경쟁력

후쿠오카현 우키하시는 중산간지역에 위치한 인구 3만4천명 수준의 기초자치단체다. 우키하시는 지난 95년부터 농촌관광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 우키하시의 종합교류터미널 안에 설치된 농산물직매소는 도시민을 위한 소포장 판매로 인기를 얻고 있다.


일본 농림수산성의 '다랭이논 백선'에 선정될 정도로 원형을 고스란히 유지하고 있는 다랭이논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면서부터 우키하의 농촌관광은 급물살을 탔다.

우키하시는 다랭이논에 황금색 벼가 익어갈 9월 무렵 논둑을 온통 붉은 빛으로 물들이는 피안화(彼岸花)를 주제로 한 축제를 열고 있다.

체류형 농촌관광보다 먼저 도시민과의 교류를 이끌어내기 위해서 시작한 것이 지역축제였다. 이 무렵 음악회와 사생대회 등 부대행사를 열고 탐방행사를 통해 많은 도시민을 끌어들이고 있다.

지난 96년 제2회 축제에 1주일간 6천500여명의 관광객이 찾는 데 불과했지만 지난해 열린 축제에는 3만2천여명이 방문한 것으로 집계될 만큼 도시민들의 관심을 얻고 있다.

방문한 도시민들은 이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비싼 가격에 사간다. 축제가 청정지역의 이미지를 높이고 농산물 판매로 이어지고 있는 것.

98년부터는 다랭이논을 도시민에 임대하는 방식을 통해 도농교류를 확대해오고 있다. 농사짓기 불리한 다랭이논을 경작하는 주민이 줄어들면서 다랭이논을 지키기 위한 방안으로 제시된 것이 '다랭이논 오너제도'다. 논 1구획 100㎡를 연회비 4만엔(한화 36만원)에 도시민에게 임대하고 직접 농사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또 다랭이논에서 생산된 쌀 30㎏과 우키하시에서 재배한 야채, 산나물, 과일 등 농산물을 연 4회 각 도시민에게 택배로 보내주는 서비스도 인기 높다.
 
농촌의 정(情)을 살린 민박

오이타현 우사시 아지무는 회원제 농촌민박 제도를 탄생시킨 곳이다. 인구 8천600여명으로 우리나라의 면 규모에 해당하는 아지무는 침체된 농촌을 되살리는 방안으로 지난 96년부터 농촌민박을 본격화했다.

농민, 자영업자, 공무원 등 각계각층의 주민들이 참가한 아지무 그린투어리즘 연구회가 농촌민박의 활성화에 주축이 되고 있다.

일본의 '여관업법', '식품위생법' 등 각종 법적 제약에서 벗어나기 위해 채택한 것이 회원제 방식이다. 불특정 다수를 위한 농촌민박이 아니라 회원으로 가입한 도시민을 대상으로 한다.

여기엔 농촌에서만 느낄 수 있는 인정이 깔려있다. 주민들과 도시민과의 끈끈한 정이 없다면 회원제 농촌민박은 성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지무 그린투어리즘 연구회에서 발간한 농촌민박 안내서에는 도시민을 친척으로 표현하고 있다. 각 농가에서 한 번 묵으면 먼 친척, 10회 이상 묵으면 진짜 친척이 된다는 것. 그만큼 주민과 도시민의 신뢰와 정을 중요시한다.

도시민들은 일본 전통농가의 생활방식과 농촌 생활의 체험뿐만 아니라 농촌과 도시가 하나의 생명공동체임을 인식하는 기회를 얻고 있다.

아지무에 따르면 96년 농촌민박을 이용한 도시민은 100명 수준이었지만 지난해 5천여명이 머물고 간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또 농촌민박을 통한 농사체험, 농산물 판매 등으로 연간 1억엔 이상의 경제적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 지난 2000년 개장한 우키하시의 종합교류터미널은 도농교류의 거점시설이다. 연간 6억5천만엔 이상의 매출을 올리며 지역 농특산물 판매의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회원제 농촌민박의 활성화는 농촌관광에 대한 지자체의 인식변화에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 97년 아지무 의회는 그린투어리즘 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일본 최초로 그린투어리즘 실천 선언을 발표했다.

또 지난 2001년 행정기관에 최초로 그린투어리즘 추진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농촌관광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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