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도 곳곳에는 쓰레기가 쌓여있고, 각 층의 계단에는 컴퓨터로 타이핑한 안내문구가 각 사무실을 안내했다.
외부에서 전화도 제대로 연결되지 않았다. 모 팀으로 전화를 걸자 읍 중대본부로 연결되기도 했다.
청사안으로 연신 축하화분이 들어왔지만 군청 광장에서는 전국화물연대 회원들이 집회신고를 내고 확성기를 틀고 있어 군청은 더욱 어수선하게 느껴졌다.
사무실 내부도 미묘한 분위기가 교차했다. 20여명 이상의 부하직원을 거느리던 과장이 10여명의 팀원을 거느리게 돼 갑자기 왜소한 모습이 됐다.
넓은 사무실은 2~3등분으로 쪼개져 높은 벽이 들어섰다. 이 때문에 일부 사무실의 경우 자리배치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는 모습이다.
일반인들을 가장 당혹스럽게 한 것은 평소에 계장으로 있던 사람들이 직원자리로 한계단씩 내려앉아 있는 것이었다. 팀장이 되지 못한 계장들이다.
이중에 젊은 계장들은 자리배치에 어울리는 듯 했지만 과장으로 올라가는 꿈을 꾸다가 다시 직원자리로 돌아간 고참 계장들은 달랐다.
팀에 따라 이들에게 상석을 배치해주고, 호칭도 기존처럼 ‘계장님’이나 ‘담당님’으로 부르도록 배려한 곳도 있지만 아직도 뚜렷한 방향을 잡지 못한 팀이 많은 상태다.
한 직원은 “팀제의 의미도 알겠고 공무원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도 이해하지만 한 조직에서 인간적인 관계라는 것이 있는데 이런저런 일을 보며 마음이 몹시 혼란스럽다”고 했다.
직원들은 극도로 말을 아끼는 상태다. 한 직원은 “막상 이렇게 자리를 바꿔놓으니 예상했던 것보다 충격이 훨씬 큰 것 같다”고 했고, 또 다른 사람은 “혁명이 따로 없다”는 정도의 말을 했다.
인사결과에 대한 이런저런 말들도 돌고 있다. 특히 지난 1월 인사때 일종의 승진정견발표를 했던 5급승진 후보들 중 이번에 팀장이 되지 못한 사람들이 상당한 섭섭함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전언이고, 일부팀의 경우 팀원 전원을 바꾼 것은 지나쳤다는 지적도 있다. 토목직 공무원이 비서실장을 맡게 된 것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는 시간이 가면서 단계적으로 해소될 것라는 의견들도 있었다. 조직문화에 민감한 공무원들이 금방 적응을 한다는 것이다.
황군수는 이날 발표한 담화문에서 “자신의 희망대로 잘 되지 못한 분들은 못한 분들대로 미래를 다시 기약하면서 최상의 동참과 최선의 봉사를 해주실 것을 간곡하게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팀제가 전개되면서 문제가 불거질 것이라는 예상도 없지 않다. 전국 최초의 팀제는 그렇게 닻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