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포커스]60여년 교회종 치며 새벽을 여는 김금남씨
[인물포커스]60여년 교회종 치며 새벽을 여는 김금남씨
  • 김영미 기자
  • 승인 2007.01.11 13: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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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뎅~뎅~뎅~’

아침 4시. 여명을 깨우는 교회 종소리가 새벽공기를 가르며 온 마을에 울려 퍼진다. 98년의 역사를 지닌 강진서산교회 종을 60여년동안 매일 새벽 4시에 울려 하루의 시작을 알려주고 있는 강진읍 서산리 월남마을 김금남(84)씨.

모태신앙인인 김씨는 24살 청년시절 아버지가 경상도 대구에서 교회종을 구입해 처음 종을 접했다. 김씨는 교회 종을 맡아 치는 사람이 없어 새벽녘이면 간간히 들려오는 종소리를 매일 마을에 울려 퍼지게 하고 싶어 종지기 일을 자처했다.

김씨가 울리는 종소리는 시계하나 변변히 없던 가난한 시절 아녀자들이 새벽녘에 일어나 밥을 짓고 주민들이 논밭일을 시작하는 하루의 출발선이었다. 시계가 보급되지 않아 시간을 알 수 없었던 김씨는 정확한 시간을 맞추기 위해 새벽을 뜬 눈으로을 지내는 날이 허다했다.

힘든 일이었지만 한번 결심한 종지기 일에 최선을 다하고 싶었던 김씨는 닭 울음소리와 동트는 시간에 맞춰 별의 움직임을 매일 관찰했다. 김씨는 월남마을앞 노적봉에서 10m정도 거리에 세 개의 별이 닿을 무렵 4시를 측정해 종을 쳤다.

시계가 보급된 지금도 김씨는 산 봉우리에 걸린 별을 보고 혼신을 다해 종줄을 힘껏 당기고 있다. 

60여년동안 함께 한 교회의 종에는 김씨의 정성이 숨어 있었다. 나무로 만든 종탑에 설치된 종을 치기 위해 일주일마다 짚을 엮어 새끼를 꼬아 20여년 종을 울렸다.

30년동안 비바람 막이가 없는 종이 녹슬지 않게 볏짚에 소다 가루와 기와장을 찧어 만든 분말로 닦아 관리하고 베아링에 기름을 칠해 종소리를 맑게 만드는 노력도 아끼지 않았다. 또 우비가 없던 시절 풀을 엮어 만든 우장과 짚으로 신을 삼아 하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김씨는 4년전 다리가 아파 걸음을 제대로 걷지 못해 엉덩이와 무릎에 의지해 몸을 옮기느라 옷이 헤어질 정도로 몸이 좋지 않았지만 하루도 종치는 일에 손을 놓지 않다.

지난 76년 김씨는 교회에 건의해 새로 종탑을 세우고 양철 지붕으로  비가림 시설도 마련하고 평일 새벽 4시, 주일 10시, 수요일 6시 정성으로 종치는 일을 멈추지 않고 있다.

김씨는 매일 종을 울리기전 주민들이 하는 일이 잘되기를 기원하는 기도를 올린 후 하루 40여차례 발산, 옥치등 반경 2㎞거리에 종소리를 전달했다. 발산 마을주민들은 매일 종을 치는 김씨를 시계보다 더 정확해 깡세미(강한 노인)라는 별명을 붙여 애정을 표현하기도 했다.

김씨는 “후계자는 없지만 내가 걸을 수 있고 내 목숨이 다하는 날까지 주민들의 하루를 열어주는 종을 치고 싶다”며“종소리를 듣고 새벽기도에 참석하고 오늘을 계획하는 중요한 시간이 되었으면 바랄게 없다”고 밝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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