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7호)김해등의 詩가 익어가는 마을

연자방아 마을

2002-11-15     강진신문
짓빻아진 보리쌀이 튀다가

귀닳은 부엌 문틈에 끼였다

밥알처럼 엉킨 식구들을

먹이고 부풀리던 묵은 세간들

언제 뜨물에 보리쌀 오지게 품고

눅눅한 몸 녹여봤던가

가문(家紋) 반지르르한 가마솥이

함부로 버려진 궤짝처럼 뒹군다

밥 때에 맞춰 성긴 기와가 바람살 켜면

마실 나간 아이처럼 돌아오는 저녁 햇살

울울한 탱자밭을 넘어왔는지

찔린 장딴지 피톨을 마루에 토해놓는다

눈 가린 나귀 멍에에 매달려

돌고 도는 이력이 빻아지고 있다


(시작 메모)
가을 끝자락에 벽송 마을을 찾아갔다. 고풍스러운 기와집들이 고색창연한 멋을 느끼게 하였다. 특히, 마을회관 앞에 보존하고 있는 연자방아는 한층 더 맛깔스러웠다.
탱자나무 담장이 이국적인 반면에 듬성듬성 보이는 폐가들이 가슴을 아프게 뜸질해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