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詩] 할머니 기침

조윤제_시인

2022-11-28     강진신문

깊어가는 겨울밤 할머니
해수 기침소리 짙어지면
가물가물 호롱불 들고
솜털 같은 눈 헤치고
논시밭 무 구덩이 찾아가
유지게* 들추고 왕겨 속
더듬어서 노란 이파리 삐죽삐죽한
무를 꺼내 와 화롯가에 앉아서
초승달 같이 닳은 놋쇠 숟가락으로
둥근 무를 긁어내 드시면
기차 굴처럼 껍데기만 남기시니다
한 숟갈 주시면 시원한 그 맛
할머니가 그리워지는 겨울밤이다

*유지게: 볏짚 한 단을 윗부분을 묶은 덮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