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1호)마을기행-대구면 구수리 구곡마을(93)
(211호)마을기행-대구면 구수리 구곡마을(93)
  • 김철 기자
  • 승인 2002.12.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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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끝을 시리게 하는 한파는 옷깃을 여미게 하기에 충분했지만 아름다운 강진만의 겨울을 느끼기에는 춥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진만의 해풍을 받으며 청자도요지를 지나 대구 끝자락을 찾아 발길을 돌렸다. 마량면과 경계지역에 도로공사현장으로 어수선함을 보이는 곳을 돌아 찾아간 곳은 구곡(九谷)마을.

경주이씨가 마을에 처음 입촌해 생활한 것으로 알려지는 구곡마을은 뒷산의 모습이 거북모습으로 예전에는 구곡(龜谷)으로 사용했으나 한자가 복잡해 일제시대에 개칭됐다는 말이 전해온다.

현재 56호 120여명의 주민들이 생활하는 구곡마을은 크게 6개로 나누어진다. 마을의 중앙에 해당하는 한골목, 마을의 서편으로는 새편돔, 마을의 동편으로 건너돔, 마을에 중앙에 위치한 통샘주변인 통샘거리, 사장나무를 경계로 윗사장등, 아래사장등으로 나뉜다.

마을의 뒤편에는 과녁을 설치해 활을 쏘았다는 가장매, 개당산이라 불리는 지당매가 마을을 든든하게 버티고 그 앞으로는 개가 앉아있는 모양이라는 개밭등, 안산중앙에 있는 거북형태의 거북바위, 마을입구에 위치에 활을 쏘던자리였다는 군실샘, 마을의 동쪽으로 15m높이에 윗부분에 둥그런 달모양의 무늬가 있다는 달바위, 바위가 크고 웅장하고 바위밑에서 호랑이가 살았다는 범바위, 예전 서당이 있었다는 서당골, 돌밑으로 물이 흐르고 있다는 석풍골, 옹기모양으로 움묵하게 생겨 불린 옹동골, 마을회관옆에 위치해 마을주민들의 식수로 이용됐던 줄샘, 지금은 수몰되고 없으나 향상 맑은 물이 나왔고 환자들이 물을 마시면 병이 나았다는 홍가다름이, 마량으로 가는 길목으로 산도적이 자주 나왔다는 도둑골, 해안가에 위치한 논으로 배를 매두기도 했다는 배암논등이 마을사람들의 입에 구전되고 있다.

마을입구에 도착해 찾아간곳은 마을회관이였다. 마을회관옆 노인당에서 10여명의 마을주민들을 만날수있었다. 농사를 마치고 추운 날씨로 바다에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는 동네아낙네들에게서 마을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김윤엽(76)씨는 “예전에는 바닷일을 많이 했지만 지금은 먹을 양만 채취하는 일이 많다”며 “마을에 2척의 배가 있어 고기를 잡아오면 경노당으로 가져와 음식을 만들어 먹는다”고 밝혔다.

또 윤갑순(69)씨는 “우리마을은 예전에 경주이씨 자자일촌마을이였다”며 “아짐, 동서, 질부등 대부분 친인척으로 연결돼 있어 서로 돕고사는 것이 남다르다”고 말했다.

마을주민들이 한마디씩 거들은 마을자랑은 계속 이어졌고 아련한 옛추억을 되세기며 이야기를 나눈뒤 연신 주민들은 “이야기값은 내놓고 가야돼”하면서 즐거운표정을 지었다.

아주머니들의 밝은 표정을 뒤로 마을입구에는 한눈에 들어오지않을 정도로 웅장한 모습을 자랑하는 소나무가 위치하고 있다. 지방보호수로 지정돼있는 소나무는 500여년을 넘긴 수령으로 나무폭도 5m가 넘을 정도로 마을의 역사를 말해주고 있었다. 마을안쪽에도 500여년을 넘긴 팽나무가 서있어 매년 여름 주민들에게 시원한 그늘을 제공하고 있다.

마을의 자랑거리의 하나는 만호성지다. 인근 만호마을에서 시작해 구곡마을을 돌아 장흥대덕까지 이어지는 성터는 예전에 비해 파손으로 손실된 것이 많아졌지만 아직도 옛위용은 남아있는듯했다.

마을의 북쪽으로는 구곡사가 자리하고 있다. 경주이씨의 사당으로 익제 이제현선생과 백사 이항복선생을 모시고 매년 봄과 가을에 제사를 지낸다. 구곡사에는 구곡사 사적기, 중수기등 사적과 함께 구곡사 제관명단이나 제사운영, 제사를 모시고 사당을 유지하기위해 유림들이 조직한 계책과 익제선생과 백사선생의 책등이 남아있다.

마을에는 도깨비전설이 내려오고 있다. 마을에서 장사로 통하는 김천조씨가 병으로 몸이 쇠약해져 도깨비가 나타나자 사생결단으로 도깨비를 잡아 장독대에 묶어놓았다. 아침에 찾아가 보니 도깨비는 없고 그 자리에 싸리빗자루가 묶여있었다는 말이 전해오고 있다.

농사와 바닷일을 병행했던 구곡마을주민들은 자식들에 대한 열정이 남달랐다. 자식들의 대학교육을 위해 굽어진 허리를 잡고 양식장으로 나가 구부린자세에서 어패류를 채취해야했고 농사일에 매달려야 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자식들이 잘돼기만을 바라는 마음에 묵묵히 일을 했던 것이다.

구곡마을 주민들은 바라는 것이 있다. 30여년을 넘겨 낡고 흉물로 변해버린 마을 회관을 새로 만들어지기를 바란다. 낡은 회관은 시설이 노후되 거의 사용을 하지 않고 마을의 대부분의 일을 인근 노인당에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마을을 돌아나오면서 보이는 강진만의 모습은 만나본 구곡마을주민들처럼 맑고 드넓어 보였다.

구곡마을출신으로 광주 농촌지도소에 근무하는 이준선씨, 서울 교육청에 근무하는 이선동씨, 경기도 안산시청에 재직중인 이택규씨, 서울 검찰청에 검사로 재직중인 이준보씨, 서울에서 변호사로 활동중인 이종석씨, 한국통신에 근무하는 이준씨, 목포에서 교사로 근무하는 이준정씨, 전남대 교수로 재직중인 이준웅씨, 인천 신공항에서 근무하는 이철옥씨, 경기도 부천시에서 교사로 재직중인 이은자씨, 광주 북부경찰서에 근무하는 이택씨, 서울에서 교사로 재직중인 이정한씨, 경기도 용인경찰서에 근무하는 이기성씨가 이마을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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