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점 부끄럼이 없는 조상이 되자
한점 부끄럼이 없는 조상이 되자
  • 강진신문 기자
  • 승인 2002.12.06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장영근<전 전국농민협의회 회장 >
기름값, 가스값이 오른다. 의료수가에다 보험료도 오른다 하고 각종 써비스 요금에다 공공요금이 오른다는 반갑지 않은 소식인데, 자고나면 이것이 오른다 자고나면 또 저것이 오른다는 소식이다.

차라리 한꺼번에 몽땅 오르면 알아차리기라도 할 터인데 서로가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요술쟁이 재주 부리 듯 교묘한 방법으로 올라가고 있으니 아직도 열심히 일하면 살 수 있는 세상인줄 알고 있는 아둔한 우리들 농사꾼은 어느새 텅텅 비어버린 호주머니의 연유를 알 길이 없게 되었다.

어지간한 사람 하루저녁 술값도 안되는 돈 몇 푼을 생계의 수단이라고 바라보며 지어왔던 보리농사도 재한수매라는 장치에 걸려 9백평 한단지 논배미에서 한쪽은 미식지로 남겨놓아야 하는 해괴한 경작제도가 진행되어가고 있다.

올해는 유난히도 태풍폭우로 인한 자연 감수는 물론 흑수병 백수병에다 수많은 매몰지로 인해 4백만섬 이상은 감수가 되었을 거라는데도 초가을 쌀값은 풍년든 해보다 못하다 하니 엎친데 덮친격 호주머니만 빈 것이 아니라 빚더미만 늘어 나는 것은 뻔한 이치이다.

닭, 오리 키우는 사람들 말을 들어보면 1년 이상이 장기불황으로 거의가 도산 직전에 와있는데 값이 오를 전망이란 보이지 않으니 될 데로 되어버리고 갈대로 가보자는 이판사판의 생각을 하고 있고 돼지 키우는 사람들은 돼지 키우는 사람들대로 죽겠다는 소리다.

젖소 키우는 사람들도 역시 일정량 이상은 헐값에 사가는 방식으로 판매를 하고 있다니 힘들기는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집에서 없는 듯 키우다 그래도 급하면 팔아서 썻던 똥개 한 마리도 사갈 사람이 없고 팔아봐야 강아지 값도 안된다. 눈 떼 놓고 간 빼먹는다 하더니, 틀림없는 말이다. 그도 일부 사기꾼 불량배의 행위라면 몰라도 사람과 사람이 어우러져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살아가는 시스템이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 한다면 어디 세상이 세상다운 세상이라 할 것이며 일하는 사람의 생존과 최소한의 권리 마져도 지켜주지 못하는 국가가 있다면 어찌 이를 국가라 할 수가 있을 것인가.

대통령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다. 한국 농민의 앞날이 어떻게 될 것이며 한국 농업이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 것일까. 그 방향을 나는 알 수가 없다. 나만 모르는게 아니라 농정을 담당하는 공무원도 누구도 알지를 못한다. 기껏 기염을 토한다는 소리가 고품질을 생산하여 소비자가 찾는 경쟁력을 갖추자고 한다. 참으로 세살먹은 어린애 한테나 써먹을 만한 말이다.

우리 농민들도 이제는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티끌만도 못한 개인의 사사로운 이해를 계산하고 더럽게 기웃거려서는 모두가 죽는다. 우리자신이 연고주의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개선도 개혁도 있을 수가 없다. 농민문제 뿐만이 아니라 노동문제, 영세상인 문제 등 우리 한국사회의 본질적 모순이 어디에 있는가 어떻게 하는 것이 그 해결책인가 고민해 보고 대통령을 뽑아보자.
그래서 우리 후손들에게 한점 부끄럼이 없는 조상이었음을 남겨 놓은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