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실망시키는 '양곡유통위'
농민실망시키는 '양곡유통위'
  • 강진신문 기자
  • 승인 2002.1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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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림부 자문기구인 양곡유통위원회가 내년 추곡수매가를 2% 인하, 3% 인상하는 두 가지 안을 최근 정부에 건의한 것은 한마디로 우리 농정의 현주소를 보는듯 하다.

2년 후 쌀시장 완전개방에 대비하자니 수매가를 내려 쌀 경쟁력을 키우는 것도 필요하 고 농민대표들의 인상 목소리도 무시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두가지 상반된 입장 을 조율하는 것이 양곡유통위의 역할인데 이 역할마저 포기한 듯한 양곡유통위의 처사를 이해 할 수 없다.

내후년 쌀시장 추가개방 협상을 앞두고 아직까지 이렇다할 대책은 고사하고 정책방향 조차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는 딱한 "농정현실"을 그대로 드러낸 사례라고도 볼 수 있어 더욱 씁쓸하다. 이는 농촌곳곳에서 울려퍼지고 있는 농정개혁의 목소리를 전혀 읽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결과이다.

양곡유통위측은 가뜩이나 농가사정이 어려운데다 태풍 등의 영향으로 올해 쌀 수확량이 작년보다 10% 정도 감소해 수매가를 내리기는 어렵고,그렇다고 내후년협상을 앞두고 수매가를 올리는 것도 적절하지 않아 궁여지책으로 복수안을 건의했다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농업이 처한 위기상황을 감안하면 이같은 해명은 그다지 설득력이 없으며,연말 대선을 앞두고 이런저런 눈치만 본다는 느낌이 두드러진다.

이는 "올해 양곡유통위는 예년과 달리 쌀 수매가와 수매량에 매달리지 않고 농촌과 농민을 살릴 근본대책을 수립하는데 중점을 두겠다"고 다짐했던 양곡유통위 위원장의 취임 발언에도 정면으로 어긋난다.

거듭 강조하지만 이번 수매가 건의에서 우리가 문제삼는 것은 몇%를 올리느냐 아니면 내리느냐에 있는게 아니라,위기에 직면한 우리농업의 현실을 외면했다는데 있다.

일본은 물론이고 대만도 내년부터 쌀시장 관세화를 시행하기로 결정한 터라 내후년 협상에서 국내 쌀시장의 관세화 유예가 연장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관세화를 실시할 경우 부과할 수 있는 최고 관세율은 3백60% 정도인데 비해,현재 국내외 쌀값 격차가 5-7배에 이르고 있어 국내 쌀농사가 큰 타격을 입을 것이 분명하다.

농림부는 미봉책에 불과한 수매가 인상에만 신경 쓸 것이 아니라 우리농업의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해 대대적인 구조개혁을 단행해야 마땅하다.

양곡유통위 스스로 건의했듯이 양곡유통위를 없애는 건 물론이고,현행 수매가 국회동의제 역시 폐지하도록 양곡관리법을 개정해야 한다.

농협 미곡종합처리장 중심의 폐쇄적인 기존 쌀 유통구조를 경쟁체제로 바꾸고,시장자율로 쌀 수급을 조절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농가소득 보전을 위해 필요하다면 소득직불제나 휴경보상제 시행도 적극적으로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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