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것은 곁에 두고 보지 못하는 강진의 배타성
좋은것은 곁에 두고 보지 못하는 강진의 배타성
  • 강진신문 기자
  • 승인 2002.11.1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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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읍 비장네가 서울로 옮겨감에 따라 강진이란 지역은 총체적인 치부를 드러냈다. 작게는 왜 강진이 머물다가는 관광지가 되지 못하는가에서부터, 왜 강진의 인구가 다른 지역보다 빨리 줄어드는 것이며, 지역경제는 왜 또 이모양 이꼴인지에 대한 대답을 서울로 떠나는 비장네는 여실히 말해주고 있다.

무엇보다 “우리가 개인의 집을 왜 지켜야하느냐”고 항변하는 고위공무원들의 모습에서는 비애감마저 느낀다.지역에 있는 한옥 한 채 지켜낼 지혜가 없으면서 어떻게 외지 관광객들이 잠을 자고가는 환경을 꾸미길 바라겠는가. 이렇게 소시민들을 실망시키면서 무슨 뻔뻔함으로 인구가 빠져나가지 않길 바라며 장기적인 비전이라고는 한치도 보여주지 않으면서 누가 투자하기를 바라는가.

100년동안 한자리에 있어온 한옥도 지키지 못하면서 있지도 않은 전남도공무원교육원을 가져오겠다고 결의하는 것은 오늘 이 시점에서 대단한 허풍으로 보인다.

노인들만 남은 마을에 마을정각은 우후죽순처럼 건립하면서 강진읍 한복판에 오래된 한옥한채 지켜내지 못하는 지역 현실이야말로 강진이 총체적 위기일 수밖에 없는 상황을 대변하고 있다.
공무원들은 이미 20년전에 자신들의 편리대로 도시계획선을 그어버렸고 오늘날 불가피하게 공사를 시작하더라도 한옥을 지켜보려는 노력은 거의 하지 않았다.

재미있는 것은 군이 지난달 초부터 비장네 처리문제를 내부적으로 논의하면서 군의회를 완전히 배제시켰다는 것이다.
군의회가 문화재에 관심을 갖지 않아서 군이 협의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았는지, 아니면 논의를 하지 않아도 될 사안이여서 그랬는지 모르겠으나 어쨌든 지역문화재의 운명이 공무원 몇사람의 판단으로 좌지우지되는 현실을 우리는 확인했다.

특히 이 구조는 대단히 공고한 것이여서 군수의 의지도 맥을 못춘다는 것을 새삼느끼지 않을 수 없다. 당초 이 한옥의 보존문제에 대해 윤동환군수가 큰 관심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내부적인 논의과정에서 유야무야 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설령 비장네가 불가피하게 서울로 올라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더라도, 그 과정에서 이름없는 문화재를 지켜보기 위한 공무원들의 피나는 노력이 있었고 지역내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진지한 논의를 진행했다는 사례를 남겼다면 얼마나 좋을까. 요즘에는 그런것들이 무형의 문화적 자산이요 앞으로 지역문화가 번성할 수 있는 저력이 된다. 윤군수는 최소한 문화군수의 이름표를 달 수 있는 기회를 이번에 놓쳐버렸다.

여기에 지역문제에 침묵하고 있는 지역사회·문화단체들의 모습은 정말 아쉽다. 은행나무 한그루를 지키기 위해 1인시위를 벌이는 사회단체와 환경단체 회원들이 전국에는 참 많다. 우리지역에도 문화란 이름을 걸고 단체를 형성하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환경단체도 있고 지역운동단체도 있다.

사회단체는 셀 수 없을 정도다. 그 사람들이 비장네를 지켜보려는 노력을 조금이라도 보여준다면 군이 훨씬 다양한 방법을 연구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그 사람들의 목소리가 없기 때문에 군이 편리한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지역단체들이 계모임이나 친목단체 성격을 과감히 벗어나 지역문제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이번일과 같은 문제는 언제든지 반복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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