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기행-신전면 용화리 신정마을(90)
마을기행-신전면 용화리 신정마을(90)
  • 김철 기자
  • 승인 2002.11.02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주작산과 두룬산 병풍처럼 둘러쳐
마을기행-신전면 용화리 신정마을(90)

갑작스런 추위에 가을흔적은 사라진채 온통 들녘은 겨울로 접어드는 모습을 나타낸다. 추수를 끝마치고 횅해진 들녘은 계절의 변화를 더욱 실감하게 한다.

도암을 지나 해남방면으로 달리다 찾아간 신정(新亭)마을. 용정마을을 돌아서 나타나는 신정마을은 신전의 명산인 주작산과 해남의 두륜산이 병풍처럼 이어지고 있는 곳이다.

도강김씨가 새로이 터를 잡아 명명된 신정마을은 현재 28가구 56명의 주민들이 생활하고 있다. 예전 마을앞까지 놓여있던 바닷가는 세차례에 걸친 간척사업으로 인해 모두 논으로 변했다. 도강김씨 자자일촌이었던 신정마을은 해남윤씨, 밀양박씨등이 입주해 마을을 형성하고 있다. 신정마을은 집너머, 원부락, 초운제 세곳으로 나눠 7가구정도씩 생활하고 있다. 간척사업과 경지정리로 마을의 모습들이 변했지만 아직도 주민들의 입에는 정겨운 옛명칭에 대한 추억이 남아있다.

마을앞까지 바닷가가 위치해 불렸던 갯등, 논이 납작해 붙여진 납작배미, 마을사이에 징검다리가 놓여있어던 노두먹거리, 쌀독을 닮아 붙여진 뒤지갱이, 300여년 전통을 지닌 서당인 백화정, 계두산 정상에 병풍을 쳐놓은것같은 병풍바위, 마을회관앞 큰 팽나무가 자리해 불렸던 사장등. 마을뒷산에 위치해 항상 맑은 물이 나왔다는 삼바굴, 바닷물이 들었을때 섬이 되었다는 섬안, 말을 매두었다는 솔뫼등, 마을의 농업용수해소에 보탬이 됐던 신정소류지, 고기배와 옹기를 사기위해 찾아들던 배들이 드나들던 앞개, 세명의 장부논을 일궜다는 장부구댕이, 일년농사로 황소한마리를 샀다는 황소배미가 마을에 위치해 있다.

찾아간 신정마을의 첫인상은 산위에 마을이 위치한 듯 보였다. 마을회관은 경사가 급한 길을 올라가야 나타나고 본마을은 인근 논들과 함께 저지대에 자리하고 있었다. 추운날씨로 마을주민들을 찾아보기 힘들어 마을이장을 맡고 있는 김일재(54)씨를 찾았다.

논농사와 한우를 사육하고 있는 김씨는 마을의 곳곳에 대해 꼼꼼하게 설명했다. 김씨는“우리마을은 예전부터 고추농사를 많이 지었다”며“올해는 전체적으로 고추작황이 좋지 못해 가격이 높아 농가에 보탬이 될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김씨는“자자일촌의 마을에서 다른 성씨도 텃세없이 잘살고 있다”며 “마을사람들이 서로 챙겨주는 정겨운 마을”라고 자랑을 아끼지 않았다.

신정마을에서는 무더위에 지친 주민들이 복날에 한때 모여 술한잔을 나누고 마을전체 잔치를 벌인다. 농사로 지친 피로도 풀고 마을주민들이 한자리에 모여 마을일을 이야기하는 자리가 마련된다.

신정마을에는 본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예전 서당이였던 백화정(柏花亭)과 선조들에게 제사를 지내는 영사정(永思亭)이 있다. 300여년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백화정은 도강김씨문중을 중심으로 후학을 가르키던 서당이다. 백화정뒷편에는 영사정이 놓여있다. 80여년전에 지어진 영사정은 영원히 선조를 생각하라는 뜻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백화정 서쪽으로는 건립당시에 기념수로 심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동백나무가 있다. 매년 봄이 되면 새파란 동백잎에 꽃망울이 백화정을 가득 매운다. 여기에 앞마당에는 200여년을 넘긴 유자나무가 놓여있어 백화정과 함께 세월을 지내고 있다. 하지만 현재는 관리인이 없어 지붕과 담장에 곳곳이 파손된채 방치되고 있어 아쉬움을 더했다.

신정마을에는 한가지의 자랑이 더있다. 노부모에 대한 효행으로 마을에서 칭찬이 자자했던 이은례씨가 병으로 눕자 이씨의 며느리 김정례씨가 6년째 병수발을 들고 있어 마을의 자랑이다.

신정마을주민들에게는 한가지의 애로사항이 있다. 간척지사업으로 늘어난 농토가 농업용수부족이 나타나고 있다. 인근 소류지에서 농수를 사용하고 있지만 논에 물을 사용하는 영농철에는 이틀이 지나면 대부분의 물이 소모된다. 여기에 농업용수 해결을 위해 신설한 대형관정이 한몫을 하고 있지만 이상기온으로 봄가뭄이 자주 찾아와 농업용수문제가 심각하다.

추워진 날씨속에서 발걸음을 돌리면서 다시찾을 신정마을의 모습속에 수려한 자연환경을 대신해 선택하게된 풍부한 농토가 변함없이 주민들의 주소득원으로 남아있기를 간절히 바랬다.

마을출신으로는 청주에서 병원을 운영하는 김준호씨, 육군 항공대 조정사로 근무하는 김성균씨, 신전면 군의원으로 재직중인 김태정의원, 도암면 산업계장으로 근무하는 김형호씨, 경기도 안산에서 경찰공무원으로 근무중인 김성재씨, 여수공고에서 교사로 근무하는 김규정씨, 서울에서 공무원으로 근무하는 김성표씨가 이마을 출신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