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호)독자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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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진신문
  • 승인 2002.11.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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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소득보전 직불제 시행을 바라보며
언론들이 쌀 소득보전 직불제 신청 마감일인 오는 10월 31일 앞두고 제주도와 광역시 등을 제외한 8개 도를 대상으로 직불제 신청현황을 자체 집계한 결과 95만 3천 742농가가 신청, 신청율이 5%에 머물렀다고 발표했다. 도별로는 경기도가 2%로 가장 낮고 강원도 2.5%, 경북 3%, 충남 4.1%, 등의 순으로 신청율이 낮았고 상대적으로 높은 전남은 7.6%, 전북 6.9%, 충북 5.3% 등도 10%를 넘기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전남 나주 세지면 이장단은 최근 이장단 회의 끝에 직불제를 거부키로 결정, 마을별로 배부된 신청서를 면사무소에 반납했으며, 장흥관내 이장단은 28일 기자회견을 통해 신청서를 불지르고 농민을 우롱하는 이런 신청서 접수에 협조할 수 없다고 선언했다고 한다.

전북 임실군 이장단 협의회도 지난 22일 성명을 내고 직불제가 쌀 농가의 소득감소를 전제한 대책으로 쌀 값 하락을 기정사실화해 쌀 농사를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전면 거부했다고 한다. 농가소득이 감소하면 그 감소분 만큼 정부가 지원해준다고 하니 좋은 제도다.

그러나 그 기준이 문제다 올해는 시행 첫 해라 작년 10월부터 1월 사이의 시중가격 80㎏ 쌀 평균 15만 820원이 기준 가격이 된다. 만약 올해 쌀 가격이 만원 하락하면 8천원을 생산량에서 약정수매량을 뺀 것만큼 지원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내년은 14만 5천 820원이 기준이 되어 그보다 떨어지면 또 80%를 지원한다는 것이다. 해마다 쌀 가격이 떨어져야 돈을 받으니, 그것도 자부담 1ha당 4만 7000원을 내고.... 참 할 수도 없고 안하자니 걱정이다.

나는 동네에서 이장이다. 그리고 행정기관에서 맡긴 일을 하지 않을 수도 없는 입장이다. 우리 농가들 스스로 판단해서 할 사람은 하고 안할 사람은 안해야 되는데 이장에게 물어온다. 그것이 무언가, 해야 되는건가 안해도 되는 건가? 정부자금이 특별예산이 아니라 수매자금이다. 그러니 우리 농가가 신청을 많이 해 쌀 가격이 떨어져 돈을 많이 탈수록 수매량과 가격은 떨어진다. 올해는 흉년이다. 전남 나락 생산량이 정부발표 12% 감소했다고 한다.

올해는 나락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부공매 구곡이 40㎏ 한가마에 5700원이다. 그런데 신곡이 아무리 도정율이 떨어진다고 해도 지금 5200원이다. 참 알수 없는 일이다. 일반 도정업자는 구곡 40㎏ 5700원에 장사를 하는데 우리 농협은 신곡을 5200원에 사고 있다. 생산량은 떨어지고 가격은 낮아지고 정말 우리 농민 머리로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이장은 마을 대소사에서부터 나락 공판 업무까지 참견하지 않는 일이 없다. 이번 쌀 소득보전 직불제는 먹자니 뜨겁고 안 먹자니 버리기도 아까운 감자와 같다. 안해야 되는데 나 혼자 모난돌이 될 수 없으니 참 딱한 노릇이다.

이호열<작천면 야흥리 야동마을 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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