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에 띄우는 사랑의 편지] 동작동에 잠든 친구에게
[5월에 띄우는 사랑의 편지] 동작동에 잠든 친구에게
  • 강진신문
  • 승인 2005.05.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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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종 구<강진읍 출신. 서울 동작구 신대방 2동>
▲ 김종구씨.

나의 고향은 강진읍 '시끄테' 인근 산자락 마을이였고 자네는 우리 마을과 가까운 장전마을이였지. 우리는 초 . 중학교를 함께 다닌 동창이였어.

고등학교 역시 1년 선후배 사이로 국립목포해양고등학교를 졸업한 우리는 넓은 바다로 향한 부푼 꿈을 꾸며 젊은 날을 보냈었네.


우리의 운명은 베트남 전쟁에서 갈라졌지. 나는 사병으로, 자네는 육군소위로 최전방에서 근무하던 도중 백마부대에 소속돼 우리 둘은 월남으로 파병됐지.


강진에서 함께 태어나 초.중등학교와 고등학교를 함께 다녔고 군대생활도 같은 시기에 하다가 역시 함께 월남전에 파병된 것으로 봐서 자네와 나는 보통 인연이 아니였네.


월남으로 가는 수송선을 타고 부산 오륙도를 지날때 배에서 울려 퍼지는 마지막 뱃고동소리에 조국을 하직하던 선상의 장병들이 눈시울을 적시던 모습이 눈에 선하네.


그러나 먼저 월남땅에 도착한 자네는 백마사단작전의 격전지에서 혈전으로 전사했었지. 나는 자네의 소식을 마지막 휴가를 나와 알았다네.


그후 나도 백마동보부대로 배치돼 캄란의 인근 떵탄의 중대기지에서 전투를 했다네. 베트남 도착 이틀째 되는 날 야간에 베트콩 쎄이파의 기습을 당하여 하룻밤을 같이 했던 분대 김병장 등의 시신들을 수습하면서 통한의 눈물을 흘렸다네. 김병장은 귀국명령을 받고 그리운 가족을 만날 꿈만 꾸고 있었지.


전쟁터는 이렇게 생명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었고 누구든지 운명이었다네. 지금의 나는 고엽제 후유증으로 1급 지체장애인이 되어 8년째 투병하고 있다네.

오늘이 베트남전쟁의 종전30년이 되는 날이기에 내가 살고 있는 동작구, 자네가 잠들어 있는 국립 현충원을 찾아갔네.

연둣빛 새싹들이 나뭇가지에 꽃이 되어 울창하게 현충원 산허리를 휘감고 있는 4월의 마지막 날 실개천에 흐르는 물은 눈물과 땀이었어.

수변공원의 빨간 꽃들은 붉은 핏방울처럼 아른 거렸다네.

친구의 묘비에는 “육군중위 백병식 69년 1월 21일 월남에서 전사”로 기록 되어있고 앞 검은 대리석에 여섯 자매의 정이 어린 글들이 누워 파란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네.


신록이 우거진 5월에 나는 자네의 얼굴을 생각하며 아련히 추억에 잠기네. 친구여. 전우여.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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