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로] 두 얼굴의 미국
[다산로] 두 얼굴의 미국
  • 하종면 _ 향우, 국제변호사
  • 승인 2024.10.29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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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종면 _ 향우, 국제변호사

지난 7월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과 텔레비전 토론 후 소속 민주당 안팎의 사퇴 요구에 잠시 머뭇거리다가 민주당 대통령 후보직에서 사퇴하자, 국내에서는 미국은 현직 대통령도 선거 도중 사퇴할 정도로 민주주의가 발전하였고,  대단한 국가라고 평가를 하는 사람이 있었다. 
 
미국은 명목상 국민총생산 규모에서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음은 물론 노벨상 수상자, 지적재산권 수익, 글로벌 시가총액 100대 기업, 글로벌 매출 30개 기업, 글로벌 100대 브랜드, 세계 최상위 기업 2,000개 등의 지표에서 2, 3위와 현격한 차이로 선두를 지키고 있다. 
 
미국은 군사비 지출에 있어 중국 등 그 아래 9개 국가의 군사비 합계를 합한 금액보다도 많은 세계 최강의 군대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미국은 세계에서 몇 안 되는 에너지와 식량의 자급자족이 가능한 나라이다. 
 
무엇보다도 국제 거래에서 계약은 대부분 영어로 체결되고, 국제 거래의 준거법은 영미법이다. 또한 반미를 외치는 중국 공산당의 간부나 이슬람국가의 지도자들도 그 자녀들을 미국의 명문 학교에 보내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긴다고 하니, 미국은 대단한 나라이다. 
 
18세기 중반 지구촌의 많은 사람들이 세습제의 왕과 그에 추종하는 소수의 귀족 밑에서 힘들게 살고 있을 때 다른 사람들이 미처 생각하지도 못한, 국민이 선출하는 대통령이라는 직책을 만들고, 국가권력을 의회, 대통령, 법원으로 나누어 분산하고, 이들 기관 사이의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의하여 국민을 국가권력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하여 헌법이라는 것을 만들어서 합중국으로 새롭게 출발한 것을 보면 미국은 더욱 대단한 나라이다. 
 
미국 독립선언서에 의하면 생명, 자유, 행복 추구는 빼앗을 수 없는 권리이고, 미국 사람들은 평등, 공정, 그리고 정의를 헌법이 실현하여야 할 근본적인 가치로 생각하고 있다. 과연 오늘날 미합중국에서 헌법이 지향하고 있는 평등, 공정, 정의라는 기본원칙이 실현되고 있는 것일까? 통계에 의하면 2023년 한해에 미국에서 총기로 인하여 사망한 사람이 4만2천명을 넘는다고 한다. 그럼에도 연방의회는 총기 소지를 제한하는 법률의 제정에 매우 소극적이고, 총기 소지를 일부 제한하는 법률을 제정하여도 연방대법원에서 무기소지의 권리 침해 등 이런저런 이유로 위헌판결을 내렸다. 
 
그러니 많은 사람들이 총기사고로 목숨을 잃거나 다치고, 치안상태가 매우 불안하여 밤낮을 가리지 않고 주위를 잘 살피고 걸어야 봉변을 면할 수 있는 실정이다. 도시지역에는 노숙자들도 많아 더욱 치안상태를 어렵게 만든다. 
 
미국은 세계 최고의 의학 수준을 자랑한다. 그럼에도 코로나 19로 인한 누적 사망자가 100만 명을 넘었고, 세계 1위의 사망자 수를 기록하였다. 사망자들의 대다수는 부와 기회를 가지지 못했던 정치·경제·사회적 약자들이다. 메디케이드 등 의료보험은 이런 약자들에게는 사실상 그림의 떡으로 상당수의 국민들은 값비싼 의료비를 감당할 수 없어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하고 약국에서 적당히 약이나 사서 먹고 고통을 참거나, 한국, 일본 등에서 원정 치료를 받기도 한다. 
 
그 동안 미국의 민주주의는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상대방을 적이 아니라 적법한 경쟁자로 받아들이는 상호관용(mutual toleration)과 자신들에게 주어진 제도적 권리·특권의 행사를 최대한 참는 자제(forbearance)의 두 가지 규범에 의하여 지탱되어 왔다. 
 
그런데 정치·경제·사회적 여러 문제를 해결하여야 할 정치가들은 부와 기회의 격차로 인하여 양극화가 심해진 21세기에 들어서서 상호관용과 자제를 잊고 당파적 이익과 승리를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비열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사실을 왜곡하는 선전, 선동이 더해져서 사회적 양극화와 정치적 극단화 현상은 더욱 심해진다. 경제적, 사회적 약자일수록 이러한 정치적 선전, 선동에 약한 법이다. 이러한 양극화, 극단화 현상을 절묘하게 이용하고, 여기에 국민을 상대로 한 전체 득표수에서는 힐러리에 뒤졌음에도 선거인단 수에는 앞서는 행운이자 230여 년 전 농업경제 시대의 유산인 선거인단에 의한 대통령선거제의 모순점이 작용하여 미국의 45대 대통령 자리를 따낸 사람이 부동산개발업자 출신의 선동가 트럼프이다. 
 
이번 47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가 다시 웃을 것인가? 민주주의를 유지, 발전함에 있어 헌법이나 법률의 규정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상호관용과 자제라는 것이다. 미국의 4대 대통령이자 미국 헌법의 기초자인 제임스 매디슨은 입법부, 대통령, 법원 중 민주주의에 잠재적으로 가장 위험한 곳은 입법부라고 하였다. 과연 오늘날 우리의 정치 현실은 어떠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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