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로] 해리스냐 트럼프냐
[다산로] 해리스냐 트럼프냐
  • 하종면 _ 향우, 국제변호사
  • 승인 2024.10.01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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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종면 _ 향우, 국제변호사

트럼프의 일방적인 독주로 싱겁게 끝날 것 같았던 미국 대통령 선거가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 후 해리스의 등장으로 미국은 물론 전세계적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미국의 대통령 선거제도는 국민이 직접 투표로 대통령 선거인단을 선출하고, 선거인단이 다시 대통령과 부통령을 선출하는 방식이다. 1787년 미국 헌법 제정 당시 연방의회 및 각 주로부터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대통령은 합중국 시민들이 직접 선출하여야 하여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고, 직접 선출은 시민들이 선전, 선동에 의하여 쉽게 조종될 수 있다는 이유로 이에 반대하는 주장도 있었다.

그리고 교통과 통신이 발달하지 못한 18세기에 대통령 후보자에 대한 정보가 늦게 전파될 것이고, 이러한 정보의 부족으로 인하여 보통의 유권자들은 후보자에 대하여 제대로 알지 못하여 현명한 결정을 할 수 없으니 시민이 먼저 선거인단을 선출하고 그 후 선거인단이 대통령을 선출하자는 주장도 있었다.

헌법제정에 참여한 13개 주 대표자들의 타협에 의하여 선거인단에 의한 대통령 선출 방식이 채택되었고, 이 방식은 헌법 제정 후 237년이 지난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초기에는 선거인단 득표수를 기준으로 대통령과 부통령을 결정하였으나, 1804년 헌법 개정에 의하여 대통령과 부통령을 묶어서, 이른바 런닝메이트로 하여 선출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미국의 대통령 선거는 선거가 있는 해 11월에 각 주에서 유권자들이 선거인단 538명(상원의원수 100+하원의원수 435+워싱턴DC 3)을 선출하고, 선거가 있는 해 12월에 선거인단이 투표로 대통령을 선출한다.

대통령 선거인은 선거인단을 뽑는 선거에서 자기 당 소속의 대통령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것을 밝히는데, 투표 시 원래 약속과는 달리 다른 대통령 후보를 찍을 수도 있다. 이러한 경우를 ‘배신 투표’라고 하는데, 배신 투표가 나오는 경우는 극히 예외적이고, 배신 투표는 주법이 금지하면 할 수 없다.

따라서 선거인단 선출 투표에서 과반수를 얻은 후보가 대통령이 되고, 선거인단 투표는 형식적이라고 할 수 있으므로 11월에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인단 선거가 사실상으로 대통령 선거와 마찬가지이다.

선거인단 선출 투표 결과에 따라 후보들에게 선거인단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에 대하여는 주법으로 결정하는데, 미국 50개 주 중 48개 주가 승자가 그 주의 선거인단을 모두 가져가는 승자독식 방식을 취하고 있다. 

선거인단에 의한 대통령 선출 방식은 각 주의 연방상원 의원 수를 2명으로 정한 것과 더불어 기본적으로 연방 유지를 위하여 인구가 적은 주를 배려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에 대하여는 민주주의의 다수결 원칙에 위반된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었다.

구체적으로 인구 4천만 명에 가까운 캘리포니아주의 선거인단은 54명이고, 인구 60만 명이 되지 아니하는 와이오밍주의 선거인단은 3명인데, 인구비례로 선거인단 수를 정한다면 캘리포니아주 선거인단은 200명이 넘어야 한다. 그렇다 보니 고어와 부시, 그리고 힐러리와 트럼프에서처럼 유권자 전체 득표수에서 앞섰으나 선거인단 확보수에 뒤져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하는 사례가 미국 헌정사상 몇 차례 있었다. 

현재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보다 중요한 문제점은 헌법 기초자들이 우려하였던 선전, 선동이 난무하여 유권자들의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정당의 여과 기능의 상실, 부와 기회의 격차로 양극화된 사회, 편 가르기로 인한 합리적인 비판 정신의 상실, 검증되지 아니한 사실과 의견을 주장할 수 있는 유튜브 등 SNS, 여기저기 횡행하는 여론조사는 정치적 선전, 선동의 중요한 터전이다. 

정치적 선전, 선동의 대표적인 예가 트럼프일 것이다. ‘조선반도와 일본의 미래’를 저술한 강상중 동경대 명예교수의 표현을 빌리면 그는 한 마디로 ‘이상한 대통령’이다. 도덕성을 아예 따질 수 없음은 물론 승복할 줄도 모른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바이든에게 선거인단 수에 밀리자, 선거인단에게 배신투표하라고 선동하고, 상원의장으로서 연방의회에서 상, 하원의원 참석 하에 선거인단의 투표 결과를 확인하고 대통령 당선을 선언하는 헌법적 의무를 맡게 되어 있는 당시 펜스 부통령으로 하여금 이를 하지 말 것을 요구하고, 급기야는 2021. 1. 6. 그 지지자들이 연방의회로 몰려가서 폭력을 행사하도록 하는 연설까지 하였다.

오늘날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것은 쿠테타만이 아니다. 국민을 내 편, 네 편으로 나누고, 이성에 호소하기보다는 감성에 호소하여,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 가기 위하여 선동하는 선동정치가(demagogue)에 의하여도 민주주의는 파괴된다. 해리스냐 트럼프냐가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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