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어린이집 교사가 어느 블로그에 올렸다는 글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고 한다. 그 내용은 "부모들에게 '우천시 ○○로 장소변경'이라고 변경 공지했더니 우천시에 있는 ○○지역으로 장소를 바꾸는 거냐고 물었다는 것이고, '보통 ○○금합니다.'라고 했더니 일부 학부모들이 '금'이 좋은 것인 줄 알고 '가장 좋다'는 뜻으로 알아 들었다"는 것이다. '정말로 그랬을까' 하는 의심이 든다.
인터넷에서 관련 내용을 검색해보았다. 지금은 성인 문해력의 위기 시대이고, 문해력은 단순한 읽기 능력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문해력 저하는 짧고 자극적인 기사 위주의 디지털 매체에 익숙한 나머지 독서를 게을리하는 등의 이유로 해서 발생한다. 문해력 저하는 한자교육과 쉬운 말 사용으로 해결되지 않으니 독서를 하고 생각하는 힘을 키워야 한다는 등등 전문가를 자처하는 사람들의 의견이 분분하다. 그리고 결국에는 문해력을 키워준다는 사설학원의 홈페이지로 연결된다.
필자는 이런 의견에 모두 찬성하기는 어렵다. 필자가 보기에는 듣는 사람의 읽기 능력보다는 말하는 사람의 의사 전달 능력, 설명하는 능력이 더 문제인 것 같다. 지금이 어느 때인데, '우천시', '금한다'는 등의 한자어로 된 단어를 늘어놓고 젊은 학부모 등의 문해력, 읽기 능력 탓을 하는 것인지 선뜻 납득할 수 없다.
문해력이라는 단어는 웬만한 국어사전에는 등장하지 않는다. 차라리 文解力(문해력)이라고 한자로 썼으면, 그림글자, 뜻글자인 한자의 속성에 따라 그것이 글을 읽고 글쓴이가 전달하려는 의미를 이해하는 능력, 힘이라고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읽기 능력과 문해력은 무엇이 다르다는 것인가. 읽기 능력은 단순히 발음기호대로 단어를 읽는 능력이 아니라, 글을 읽고 글쓴이가 전달하려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내는 능력, 힘을 말하는 것이고, 두 단어는 결국 같은 의미 아닌가.
이른바 문해력 시비는 대부분 글쓴이가 듣는 사람들을 생각하지 않고 한자어와 영어로 된 단어를 함부로 사용하는 것에서 비롯된다. 필자는 한글 전용 세대도 아니지만, 젊은 시절 어른들로부터 요즘 젊은이들은 글쓰기 능력, 발표 능력이 떨어진다는 등의 지적을 들었다. 지금 젊은 사람들은 표현방식은 다르지만 그 전 세대보다 훨씬 똑똑하고 자신들이 의사 표현도 잘하고 있다.
문해력은 글의 내용과 관련된 지식과 정보를 늘리면 향상되는 것이고, 직접 경험으로 관련된 지식과 정보를 늘릴 수 없다면 종이책이나 전자책을 꾸준히 읽으면 읽기 능력은 천천히 조금씩 향상될 것이다.
오늘날 젊은 세대에 대하여 사회가 요구하는 능력, 힘은 무엇일까? 지식, 기술, 경험이라는 것을 들 수 있겠지만 어느 직종에서도 사람들과 만나 인간관계를 쌓으면서 일, 업무를 달성해가는 것이기 때문에 '설명하는 힘'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자신의 생각을 전달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느낀 것을 표현하거나 납득하지 못한 상대를 설득하거나 혹은 자신의 잘못을 사과할 때 설명하는 능력, 힘이 필요하다.
그리고 밖에서 일할 때뿐만 아니라, 가정에 있을 때나 개인적으로 시간을 보낼 때 등 밤낮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장면에서 설명이 필요하다. 설명은 말과 글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도 하고, 어떤 경우에는 행동으로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설명을 잘하려면 어떻게 하여야 할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설명은 '누구든 알기 쉬운 것'이어야 한다. 난해한 표현이나 전문용어를 늘어놓고 상대를 곤혹스럽게 하는 것은 상대방에게 설명을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입 다물게 하고 자신이 어려운 표현을 아는 대단한 사람이라고 과시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잘 나간다는 정치인이나 지식인들이 인터뷰 등을 하면서 자신도 어디에서 찾아보았을 것으로 생각되는 사자성어를, 친절하게 해설까지 붙여가면서 인용하거나, 연설의 상당 부분을 뜻도 발음도 부정확한 영어단어를 나열해가면서 설명하는 것은 좋은 설명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상대방이 어린이면 어린이가 이해할 수 있게, 한국어가 서투른 이주노동자라면 그들이 이해할 수 있게, 장소와 사람에 따라 상대방이 알아듣기 쉽게 어휘를 갖추고 또한 그것을 구사할 수 있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다음으로 사실과 의견을 나누는 것, 한 문장에 될 수 있으면 둘을 넘는 사실관계를 나열하지 않고 간결하게 말하는 것, 결론을 먼저 가져오기 등 몇 가지 방법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말은 시대와 함께 변화하고 진화한다. 시대에 맞지 않는 표현을 하면서 듣는 상대방의 문해력 탓을 하기에 앞서서 설명하는 힘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하종면 _ 향우, 국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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