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로] 무인기에는 귀가 없다
[다산로] 무인기에는 귀가 없다
  • 유헌 _ 시인·한국문인협회 이사
  • 승인 2024.07.10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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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헌 _ 시인·한국문인협회 이사

요즘 풍선이 말썽이다. 하늘의 풍선이 골칫거리다. 풍선이 자칫 총부리가 될까 걱정이다. 대명천지 21세기 파란 하늘에 떠다니는 희한한 오물 풍선으로 대포를 주고 받을까 걱정이다. 오물 풍선이 휴전선 접경지역은 물론 수도 서울 도심까지 날아들었다니 충격이다.  
 
북한에서 날아온 오물 풍선은 크기가 3~4m에 이르는 것도 있다니 이게 무슨 날벼락인지 모르겠다. 강한 바람을 타고 온 풍선이 경상도, 전라도까지도 날아들고, 밤 늦은 시간, 고속도로나 민가에 떨어질 경우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 있을 만큼 위협적이라니 정말 걱정이다. 
 
오물 풍선은 비닐 봉투를 연결한 끈에 타이머와 기폭 장치를 설치해 한반도 상공에서 내용물이 떨어지도록 설정해 놓은 모양이다. 비닐 봉투 안에서 찢어진 종이와 천 조각 등 각종 쓰레기와 거름으로 추정되는 오물이 발견돼 그나마 다행이지 폭발물이나 생화학 성분 등 위협 물질이 들어 있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섬뜩하기까지 하다. 
 
문제는 북한의 그런 돌출 행위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는 데 있다. 탈북민 단체 등에서 대북전단 살포 등으로 맞대응을 하고 있어 이것도 걱정이다. 이러다 상황이 계속 악화돼 오물이 아닌 생화학 물질이나 방사능 물질이 날아온다면 어찌 되겠는가. 언제까지 무인기를 바라보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를 것인가.  
 
허공에 대고, 도발해 오면 몇 배로 응징할 것이라는 메아리 없는 경고만 날릴 것이 아니라 마주 보고 앉아 대화를 해야 한다. 그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강대 강 대치는 너도 나도 파멸에 이르는 길이란 걸 왜 모르는가. 그것도 같은 민족, 동족끼리 말이다.  
 
재작년 12월에는 북한의 무인기가 내려와 한반도 상공을 휘젓고 다녔다. 백주에 수도권 영공을 침범한 북한 드론 무인기가 용산 대통령실과 불과 3.7㎞ 떨어진 종로 일대를 비롯해 동대문 상공까지 저공 비행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어느 겨울 선을 넘어온 무인기無人機화들짝 혼이 나간 남의 하늘부대, 무인기 꽁무니에다 대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댑니다 경고한다 경고한다 당장 돌아가라 무인기는 못 들은 척 아니 들을 수 없어 유유히 유유자적 요것조것 이곳저곳 속속들이 보고 갑니다 무인기 기가 막혀 귀 없는 기가 꽉 막혀 콧방귀 한방 쎄게 발사하고 큰 거 하나 터뜨려놓고 그 먼 나라로 잘 놀다 돌아갑니다
멍하다,남의 하늘이 빵빵 뚫렸습니다
-유헌, 「무인기에는 귀가 없다」 전문

지나간 일을 다시 소환한 건 정부의 한심한 위기 대응 능력에 하도 기가 막혀서다. 그때도 우왕좌왕했었다. 처음 북한 무인기의 우리 비행금지구역을 침범을 부인해 오다 군은 결국 늦게서야 실토했다. 국민에게 거짓말까지 했던 것이다. 이래서야 어찌 군을 믿고 정부를 신뢰할 수 있겠는가. 
 
우리들에게 지난 시절의 풍선은 동심이었다. 학교가 파하기 무섭게 문구점 앞에 삼삼오오 모여 풍선 크게 불기 놀이하던 기억에서부터 가을 운동회 날 청군 백군 풍선 터뜨리기 경주에 이르기까지 풍선과 함께 꿈을 키우며 자랐다. 지금도 청군 이겨라, 백군 이겨라, 그 순수의 함성이 들려오는 듯 하다.
 
“쪽빛 하늘 바라보다 괜스레 웃음 난다, 저게 만약 터져서 쏟아져 내린다면, 싸울 일 진짜 없겠네! 온누리가 청군이니”. 변현상 시조시인의 「쪽빛 하늘 바라보다」라는 단시조이다. 정말 꿈 같은 얘기지만 우리 한반도 푸른 하늘에서 오물 풍선이 아닌 쪽빛이 쏟아져 남과 북 모두 청군이 됐으면 좋겠다. 이제 더 이상 무인기가 날아오고 오물 풍선이 투척되지 않도록 남북이 평화의 테이블에 앉아 대화를 했으면 좋겠다. 그런 노력이라도 했으면 좋겠다. 사람도 없는 무인기에 대고 고래고래 고함이나 지르는 이런 코미디는 없었으면 좋겠다. 냉혹한 국제 사회에서 서로 협력하며 자랑스러운 한민족으로 함께 발전해 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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