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기행]강진읍 옥치마을
[마을기행]강진읍 옥치마을
  • 조기영 기자
  • 승인 2005.04.0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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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에 따갑게 내리쬐는 봄볕은 계절의 변화를 실감케 한다. 차장을 통해 밀려오는 따스한 봄기운을 느끼며 강진읍에서 성전방면으로 차를 몰아가다 도로변에 일렬로 늘어선 비닐하우스 사이로 20여호의 집들이 옹기종기 모인 옥치마을을 찾았다.

마을은 주변 3개의 산봉우리가 구슬형국이며 현재 청자골강진한과 공장이 위치한 곳에서 옥이 발굴되었다고 하여 구슬재(玉峙)라는 지명으로 명명됐다. 

옥치마을은 곳곳에 위치한 향토성 짙은 지명이 정감을 불러일으킨다. 마을 앞 들을 총칭해서 부르는 새밭들, 둠벙에서 금이 나왔다고 하여 일컫는 금둠벙, 밀양박씨 효자각 근처로 옛날 사당이 있었다 하여 부른 당거리, 새밭들에 위치하고 있으며 감사벼슬을 한 사람의 집터라는 뜻인 감사터, 가뭄에 가장 늦게 마를 정도로 물이 많았던 도랑으로 감사터로 이어져 부르는 감사똘, 물이 화초 모양으로 솟아오른다고 해서 일컬어진 화초샘, 마을 앞에 두개의 샘이 나란히 있어 부른 쌍시암 등의 지명이 남아있다.

수량이 풍부해 농사에 많은 도움이 됐던 쌍시암, 화초샘, 금둠벙 등은 80년대 초 서산지구 경지정리 사업과 함께 없어져 이름만이 주민들의 기억 속에 남아있을 뿐이다. 서산저수지 아래 위치했던 금둠벙은 50여평의 넓은 저수지로 풍부한 농업용수를 제공함을 물론 마을 주민들의 목욕탕과 아이들의 놀이터로 이용되었지만 현재는 농경지로 바뀌었다.

광산김씨가 처음 정착한 것으로 알려진 옥치마을은 현재 20여호 40여명의 주민들이 정을 나누며 살아가고 있다. 한때 150여명의 주민들이 마을을 이루기도 했지만 세월의 흐름 속에 마을의 규모도 크게 줄어들었다.

각 마을을 대변하는 사장나무가 자라있는 마을회관 앞에서 70년째 고향을 지켜가고 있다는 김용배씨를 만나 마을의 내력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김씨는 사장나무에 대한 얘기를 먼저 꺼냈다. 수백년 마을을 지켜온 사장나무가 이유없이 고사한 이후 현재의 사장나무 2그루를 60여년 전 심었다는 것. 사장나무는 좀팽나무와 금팽나무로 여름철 주민들의 휴식처로 이용되며 그런 만큼 소중히 여기고 있다는 것이 김씨의 설명이다.

김씨는 “예전부터 사장나무의 나뭇잎이 한꺼번에 고루 피면 풍년이 든다는 말이 전하고 있다”며 “품앗이에 가입하기 위해 이곳에서 들독을 들어 올리고 술을 내기도 하는 풍습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김씨는 “마을부녀회에서 공동으로 물품을 판매하고 얻은 수익금으로 매년 겨울 가정형편이 어려운 주민들에게 김장김치를 전달하는 일을 지속해 오고 있다”며 “화합이 잘되고 인심이 좋아 한 가족처럼 화목한 마을 분위기를 지켜가고 있다”고 자랑했다.

옥치마을에는 빼놓을 수 없는 자랑거리가 있다. 15년 전부터 대규모로 재배하고 있는 딸기가 그것. 현재 5농가가 1만여평의 비닐하우스에 싱싱한 딸기를 키워 광주, 목포 등으로 판매하고 있다. 일찍부터 미맥농사 이외의 시설작물에 눈을 돌린 마을주민들은 큰 이익을 남기지는 않지만 가격에 큰 변화가 없는 딸기재배에 나서고 있다.  

마을 어귀에서 만난 김복동(74)씨는 “마을 앞 새밭들의 물빠짐이 좋고 서산저수지에서 농업용수를 충분히 공급받을 수 있어 딸기재배에 적당한 곳”이라며 “월남마을 등 인근 주민들도 새밭들에서 딸기를 재배할 정도로 맛이 좋고 품질이 우수한 딸기를 생산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김씨는 막바지 출하를 앞둔 딸기를 포장하고 있는 자신의 집으로 안내했다. 방안으로 들어서자 상큼한 딸기 향기가 코끝을 자극한다. 4명의 마을 아낙들은 딸기 크기에 따라 선별하는 일에 바쁜 손길을 움직이면서도 맛을 보라며 탐스런 딸기가 가득 담긴 바구니를 건네는 정을 잃지 않았다.

옥치마을을 나서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는 동안 마을 앞에 펼쳐진 비닐하우스는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온다. 현실에 머물지 않고 새로운 영농기법을 받아들여 희망을 일궈가는 주민들의 끊임없는 노력이 탐스럽게 익어가고 있다. 

옥치마을 출신으로는 강진군청 재무과장을 맡고 있는 박종민씨, 해남축산업협동조합 전무로 퇴직한 김현식씨, 농촌지도소장을 지낸 김현준씨, 서울에서 경찰공무원으로 퇴직한 김영희씨, 나주 의료보험공단에 근무하는 김상수씨, 삼성전자에 재직하는 김해금씨, 서울에서 경찰공무원으로 근무하는 서재식씨 등이 있다. 

 

마을에서 만난 사람

농번기로 한적해진 마을 이곳저곳을 둘러보다 인기척을 따라 들어간 집에서 이연초(여·72)씨를 만났다. 밭에 고추와 깨를 심기 위해 비닐 걷어내는 일을 마치고 돌아왔다는 이씨는 툇마루 한 자리를 내주며 반가이 맞아준다. 이씨는 “혼자 농사일을 하다 보니 사람을 사서 해야 할 일이 많다”며 “로타리 작업을 거쳐 5월에 고추 200주 정도를 심을 생각으로 밭에 나가 일을 보고 왔다”고 말했다.

농사에 대해 이씨는 “자식들에게 식량이라도 보내줄 요량으로 4마지기 조금 넘게 논농사를 짓고 있다”며 “지난해에는 20가마 정도 매상하고 5남매 자식들에게 5가마씩 보내줬다”고 설명했다.

성전면 송학마을에서 시집와 50여년 옥치마을에서 생활하고 있다는 이씨는 “화목하고 인정이 넘치는 마을로 유명하다”며 “몸이 불편하거나 농사를 짓지 못하는 주민이 있으면 전 주민이 쌀을 거둬 도움을 준다”고 마을자랑을 했다.

이어 김씨는 “지난 2003년 남편이 노환으로 세상을 떠난 후 광주에 있는 큰아들이 같이 살자고 한다”며 “그래도 수십년 주민들과 한가족처럼 정붙여 살아온 이곳이 가장 맘편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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