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세월호참사 10주기 '기억은 힘이 세지'
[기고] 세월호참사 10주기 '기억은 힘이 세지'
  • 홍요한 _ 강진동문교회 목사
  • 승인 2024.04.22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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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요한 _ 강진동문교회 목사

자두나무꽃 자목련 철쭉 개나리, 진달래꽃으로 온통 뒤덮인 한날, 우리는 슬픈 꽃들이 피어나는 풍경을 마주합니다. 
 
어느덧 10년, 그날의 애끓는 통곡은 여전히 우리 가슴을 후비고 파고들어 각인되었습니다. 열 번의 화인으로 새겨진 그 아픔, 세월호의 아픔을 기억하는 일은 남겨진 우리들의 몫입니다.
 
우리의 가슴에 새긴 그날의 참상과 어미의 울부짖음을 잊지 않고 끊임없이 되살리는 일은 고통이지만 해야만 하는 일이자 역사를 사는 일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세월호의 참사는 우리 시대의 비정함과 비인간적인 지본과 권력의 실체를 확연히 드러나게 하였습니다. "사람의 영혼은 유리 같아서 부서지고 나서야 안다"라는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의 한 문장이 요 며칠 밤낮을 괴롭히고 있습니다. 노벨문학상 작가인 임레 케르테스는 그의 자전적 소설 「운명」에서 이야기합니다. 부헨발트 강제수용소에서 살아나온 작가가 3년을 겪은 참혹한 나치 수용소의 기억을 단 몇 줄짜리 신문기사로 내자는 기자를 만난 후 세상은 자극적인, 그들의 입맛에 맞는 이야기만 골라 왜곡하는 현실을 고발합니다. 자신의 이야기는 3년의 경험을 3년 동안 이야기해도 모자랄 텐데. 그 고통스러운 시간을 치유하려면 더 많은 시간, 아니 영원한 시간이 필요함을 독백합니다. 
 
우리의 경험도 기억도 다시 10년의 시간이 주어진다 해도 다 풀어내지 못할 것입니다. 불의한 세상에 맞서는 일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여전히 진실은 은폐되어 드러나기를 기다리고 있기에 기억하고 견고한 벽으로 막아서는 은폐자들을 드러내야 합니다. 이 일이 하늘의 별이 되고 꽃이 되어버린 아이들과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영원한 고통에 갇힌 이들을 구원해 내는 유일한 길입니다.
 
아홉 번의 겨울을 지나 열 번째 봄, 대한민국 온 국민이 촛불을 밝혀 새로운 세상을 연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생명보다 귀한 것이 없는데 권력자들, 부패한 정치인들 천박한 자본과 떨어진 부스러기를 탐하는 괴물들이 지배하는 세상은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는 자각과 분노가 역사를 만들었습니다. 켜켜이 쌓인 탐욕의 결과로 벌어진 비극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게 하는 일은 남겨진 우리들의 몫이요, 함께 아파하고 눈물 흘리고 손잡아 주었던 모든 국민과 함께 만들어 가야 하는 소중한 목적이 되었습니다. 
 
오늘 우리는 우리의 가슴속 뜨거운 눈물로 다시 살아오는 세월호의 사람들을 기억합니다. 그분들의 꿈을, 살고자 몸부림했던 그분들의 억울함을. 생명이 가장 고귀한 가치임을 지켜내는 일을 위해 기억하고 연대해야 합니다. 
 
수백만의 국민이 찾아주시고 손잡아 주고 눈물을 같이 한 서울 광화문, 진도 팽목, 목포신항. 이미 우리 가슴속 숭고한 사랑과 연대의 장소가 되었습니다. 이곳을 관통하는 중심엔 사람이 있습니다. 사람, 생명 이것보다 더 소중한 단어가 있을까요? 걸어온 시간보다 가야 할 시간이 더 많은 우리입니다. 그러나 이미 역사는 시작되었고 만들어지고 있으며 완성될 것입니다. 그러기에 모두가 겪고 목격한 수모와 참담함과 고통은 역사의 자양분이 되어 새로운 세상을 키우고 꽃피워 마침내 아름다운 결실로 되살아 올 것입니다. 
 
우는 자들과 함께 우는 것. 그들의 고통을 우리의 아픔으로 일체화하는 일. 성서는 이를 사랑이라 말합니다.

다시 봄을 맞는 우리는 오늘 형식과 장소는 달라졌으나 여전히 살아오는 그날 하늘의 별과 꽃이되 이들의 부활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기억합시다. 기억합시다. 잊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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