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렇게 나이 들고 싶다>라는 책은 일본의 소노 아야코가 쓴 계로록(戒老錄), 즉 <노인이 지켜야 할 수칙>이라는 책이다. 그런데 작가가 이 책을 쓴 시점이 40살 즈음이었다고 한다.
40대에 웬 <계로록>인가? 그녀는 자신이 조금 젊었을 때, 객관적으로 바라본 노인의 입장과 어떻게 하면 타인에게 아름답고 존경 받는 노인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소노 아야코는 현재 92세(1931년생)로, 그녀가 본인이 주장한 <계로록>대로 노년 생활을 보내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직도 활발한 문학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한다.
자, 이제 본격적으로 그녀가 주장하는 <아름다운 노년 생활>을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한번 알아보도록 해보자. 꽤 괜찮은 사연이 많다. 그럼, 괜찮은 노인이 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 작가는 노인으로써 <피해야 할 행동>, <바람직한 행동>, 마지막으로 <죽음을 맞이하는 방법>에 대해서 잘 대처하면 괜찮은 노인이 될 수 있다고 풀어나가고 있다.
먼저, 노인으로서 가능한 한 피해야 할 행동은 무엇인가?
1) 남이 '주는 것', '해주는 것'에 대한 기대를 버리고, 자신의 능력대로 살려고 해야 한다.
2)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는 일은 일단 포기하고, 가족끼리면 무슨 말을 해도 좋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3) 자신의 고통이 이 세상에서 가장 크다고 생각하지 말며, 나의 생애는 극적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한가하게 남의 생활에 참견하지 말고, 오래 살았기 때문에 모든 것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 말자.
4) 다른 사람의 생활 방법에 대해서 왈가왈부하지 말며, 푸념을 하지 말고, 바쁜 젊은 세대를 대수롭지 않은 일로 부르지 않아야 한다.
5) 생활이 외롭다고 주변 사람에게 하소연하지 말고,혼자 즐길 수 있는 자기만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6) 거짓말과 속마음과 다른 표현은 자신을 불편하게 할 뿐이며, 공격적인 노인은 스스로 함정에 빠지게 된다. 마지막으로 돈을 너무 아끼지 말라. 무엇을 얻으려면 먼저 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으로, 노인으로써 바람직한 행동은 무엇일까?
1) 혼자서 즐기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즉 아무도 없어도 혼자 밥 먹고 술 한잔하고 낯선 동네를 혼자서 산책할 수 있다면, 인생이 결코 고달프지 않을 것이다.
2) 손자들이 무시하는 경우가 있어도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며, 자식에게 기대하며,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라는 말은 금기다.
3) 타인의 도움이 필요하면, 정당한 대가를 치르고 도움을 받는 상업적인 업체와 거래해야 하며, 타인에게 일을 시킬 때는 참견하지 말아야 한다.
4) 스스로 돌볼 수 없는 애완동물은 기르지 말아야 하며, 건강 제품, 약, 방식을 타인에게 강권하지 말아야 하며, 시각, 청력 등이 문제가 생기면 즉시 손을 쓰고, 입 냄새, 몸 냄새에 특별히 신경 써야 하며, 화장실 사용 시 꼭 문을 잠그라고 권유했다.
5) 자주 버려야 하며, 물건을 한 개 사면 한 개를 버려야 하며, 지나간 이야기는 정도껏 해야 한다.
8) 매일 적당한 운동은 필수며, 여행을 하다 죽더라도 많이 할수록 좋으며, 자신의 동네에 애정을 가질 것이며, 훈훈한 노후를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할 제일 중요한 사항은 사소한 것에도 '감사합니다' 라는 것을 습관화 할 것을 주장했다.
자, 마지막으로는 어떻게 죽음을 잘 맞이할 것인가? 에 대해서 알아 보자. 약간 무거운 주제이지만 노인이라면 피할 수 없는 사실이다.
1) 재미있는 인생을 보냈으므로 언제 죽어도 괜찮다고 생각할 정도로 항상 <심리적 결재>를 해두며, 늙음과 죽음을 일상생활 중에서 현실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가끔 생각한다.
2) 혹시 장수를 원하는가? 상상해보라, 주변 사람은 다 떠나고 병든 몸으로 홀로 남았다면 감당할 수 있을까? 그것이 행복할 수 있을까?
3) 유언장 등은 편안한 마음으로 건강할 때 준비해 두는 것이 좋을 것이며, 어떤 냉혹한 원수라도 죽기 전에 보복하겠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4) 노년의 가장 멋진 일은 죽기 전에 주변 사람들 간의 화해이며, 자신의 죽음이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즐거운 기억이 되도록 하고, 어려웠지만 열심히 살았고, 부족했지만 당당하게 살았다는 인식을 후손에게 남겨 준다면 성공적인 죽음이 될 것이다.
행복한 일생도 불행한 일생도 일장춘몽(一場春夢)이다. 행복이란 개념은 지극히 주관적인 느낌이다. 혹시 본인이 불행했다고 생각하는가? 사실 어려움 속에서도 열심히 살았고, 그런대로 괜찮았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이 행복 아니겠는가? 세상사 마음먹기에 달렸다.
소노 아야코의 <계로록>은 괜찮은 노인의 지침서다. 하지만 교과서처럼 노년을 살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는가? 세상에 안다고 해결 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하지만 이 책의 좋은 점은 확실히 있다. 노인 자체가 불편하고 죽음이 두렵고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방어적 입장에서, 태도를 바꾸어 이 책을 보고 자신에게 걸 맞는 몇 개를 찾아서 노력한다면 그런대로 괜찮은 노년 생활과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 준 점이다. 그래서 고마운 책이다.
김점권 _ 전 포스코건설 중국지사장
저작권자 © 강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