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로] 빨대
[다산로] 빨대
  • 유헌 _ 시인·한국문인협회 이사
  • 승인 2024.04.01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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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헌 _ 시인·한국문인협회 이사

세상이 시끄럽다. 조용할 날이 없다. 대포가 펑펑 터지고 미사일이 휙휙 날아간다. 물폭탄이 폭포처럼 쏟아지고 불덩이들도 도깨비불처럼 날아다닌다. 포성은 멎지 않고 자연재해는 끊이지 않는다. 21세기 내가 사는 지구촌의 일그러진 자화상이다. 
 
요즘 TV 화면 속 칠레 산불 현장만 봐도 그렇다. 지구 반대쪽 남반구에서 불이 났는데도 안방에서 열기가 훅 느껴질 정도로 불길이 사납다. 화마가 휩쓸고 지나간 자리는 전쟁 후의 폐허처럼 상처가 앙상하다. 
 
왜 갈수록 지구 환경이 험악해지는 걸까. 폭염에 시달리고 폭설에 갇히고, 가뭄이 들고 홍수가 지는 걸까. 이제 이 정도는 모두가 다 아는 상식이다. 우리 인간이 낳은 욕심이 부메랑이 되어 지구를 덮치고 있다는 사실 말이다.   
 
세계 곳곳에서 속출하는 기상 이변의 주범은 지구 온난화이고, 지구 온난화의 주범은 무분별한 화석연료 사용 등 온실가스 배출이라는 걸 요즘은 누구나 알고 있다. 온실가스로 지표면에 열이 갇히면 기온이 상승해 공기 중에 수분이 많아지고 지표면은 더 건조해져 동시다발적으로 물난리 불난리로 이어지기도 한다.  
 
칠레의 대형 산불도 인도 히말라야 인근 지역의 폭우로 빙하호가 터져 수많은 인명과 재산 피해가 발생한 일도 강 건너 남의 일이 아니다. 전 세계 담수의 20%를 차지하는 아마존강이 말라간다는 사실 역시 먼 나라 얘기가 아니다. 기후 위기는 인류가 함께 극복해야 할 생존의 문제이다. 

쪽, 하고 빠는 순간 열기가 확, 솟구쳤다 반구의 아랫도리가 훅, 뜨거워졌다 남극의 빙하 한 조각 푹푹, 녹아내렸다
-유헌 「빨대」 전문

기후변화 원인 중의 하나는 온실가스다. 과다 온실가스가 문제다. 온실가스는 주로 플라스틱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석유와 천연가스에서 얻은 석유화학제품에서 플라스틱이 나오기 때문이다, 
 
이때 다량의 메탄과 이산화탄소가 공기 중으로 배출돼 지구를 달군다. 지구 온난화의 시작이다.
 
이렇듯 기후위기를 부르는 온난화의 배후에 플라스틱이 한몫을 하고 있는데도 정부 정책이 후퇴하고 있어 걱정이다. 
 
환경부에서 소상공인 부담 완화를 이유로 커피숍의 빨대 등 사실상 플라스틱 사용 규제를 철회하는 방안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나는 혼자지만 그 시간 지구촌 곳곳에서 빨대로 커피를 마신다고 생각해보라. 모이고 모이면 태산이 된다. 플라스틱은 잘 썩지도 않는다. 분해돼 없어지려면 500년에서 길게는 천년이 걸린다는 게 플라스틱이다. 
 
내가 커피숍 창가에 앉아 고소한 커피를 마실 때 지구 반대편에서 빙하가 푹푹 녹아 해수면이 상승하고, 해안지역이 침수되고, 생태계 변화로 생물들이 서식지를 잃거나 멸종위기에 처하고, 기후변화가 가속화된다고 생각해 보라. 정말 섬뜩하다.   
 
2024년, 절기상 우수, 남도에 폭우가 내렸다. 쏟아졌다 그치기를 반복했다. 강원도에 또 폭설이 내렸다. 중부지방까지 대설 특보가 확대 발효됐다. 왜 이럴까. 자그만 나라 안에서 같은 날 폭우가 내리고 폭설이 내리는가. 
 
이런 기상이변은 어디서 오는 걸까. 봄인가 했더니 여름이다. 여름은 끝이 없다. 폭염이 기승을 부른다. 꽃도 뒤죽박죽 아무 때나 피고진다. 겨울엔 혹한이 계속된다. 널을 뛰듯 기온이 오락가락한다. 방심하다간 머잖아 우리 모두가 큰 위기에 처할 수 있다. 남의 일이 아니다. 지구를 지키는 일, 우리의 사계절을 지키는 일, 늦었지만 다시 지구환경을 생각할 때다. 지금부터, 나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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