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요, 힘들지만 아직 거뜬합니다"
"농사요, 힘들지만 아직 거뜬합니다"
  • 김철 기자
  • 승인 2023.06.06 22: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군동면 덕천마을 90세 오희석 어르신, 풍년 기원 모내기 '한창'

 

"올해도 풍년이 깃들길 바라는 마음으로 새벽부터 현장에 나왔습니다"

지난달 30일 군동면 덕천마을 오희석 어르신의 농사 현장. 오 어르신은 궂은 날씨에도 우비 하나 걸친 채 하늘에서 내리는 여름비와 촉촉이 젖은 논을 번갈아 보며 흡족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오희석 어르신은 올해 90세. 관내에서 실질적으로 영농업에 종사하고 있는 농업인 가운데 가장 나이가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젊은 시절 돈을 벌기 위해 도시로 상경했다 60여년전 고향인 덕천마을로 돌아와 현재까지 총 4만1천㎡(1만2천평) 규모의 논과 밭을 일구며 중대농으로 농사에 전념하고 있다.

이날 모내기 작업이 한창이었다. 오 어르신이 직접 승용이앙기를 몰며 구석구석 모를 심고, 둘째 아들인 윤주 씨가 옆에서 거들었다. 이른바 '다랑치 논'이어서 예전에는 손으로 끌고 다니는 소형 이앙기를 이용했지만, 현재는 논과 논 사이 진출입로가 조성되고 경지가 정리되면서 대형 농기계인 승용이앙기로 모를 심게 됐다.

아들 윤주 씨는 평소 서울에서 거주하다 영농철에는 고향을 찾아 돕고 있으며 올해 본격적으로 귀농할 계획이다.

오 어르신은 농사일로 바쁜 와중에도 지역에 대한 봉사 활동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군동면 노인회장을 맡으면서 지난 2014년에는 '노인복지 기여자 표창'을 받을 만큼 헌신하는 삶을 살아오며 주민들에게 높은 덕망으로 존경받고 있다.

마을 주민들은 "나이가 많으신데 하루도 빠짐없이 현장에 나오는 모습에 농사짓는 사람으로서 많은 것을 배운다"면서 "평소에도 마을 일에 누구보다 앞장서 오셨다. 앞으로도 오래 오래 건강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부부간 금슬도 좋았다. 70년 넘는 세월을 서로 의지하며 슬하에 5남4녀 9남매를 뒀다. 그러다 아내가 장흥의 한 요양병원에 입원하자 충격을 받고 몇 날 며칠을 앓았다. 아내가 그리워 날마다 병원을 찾았다. 70세에 운전면허를 따고, 몇 년 지나 면허증을 반납한 터라 매일 버스를 타고 장흥을 오갔다.

둘째 아들 오윤주 씨는 "아버지가 워낙 정정하셔서 지금까지 농사를 짓고 계시지만, 어머니께서 요양병원에 입원한 뒤로 힘이 많이 빠지신 것 같아 걱정이다"면서 "하루 빨리 귀농해 아버지를 모시면서 농업에 필요한 지식과 노하우를 전수받아 농사에 매진하겠다"고 전했다.

이날 현장 방문은 본격적인 영농철을 맞아 강진원 군수가 현장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격려하기 위해 마련됐다.

오희석 어르신은 "농촌은 지금이 제일 바쁜 시기로, 새벽부터 나와 모내기를 하고 있다"면서 "군수님이 현장에 직접 나와 위로해 주셔서 큰 힘이 된다. 앞으로도 영농 현장에 자주 방문해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진원 군수는 이에 대해 "영농철을 맞아 무리한 농작업으로 몸이 상하지 않도록 건강에 유의하시길 바란다"면서 "군에서도 농업인들이 안심하고 영농에 종사하면서도 소득도 보장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강 군수는 지난달 26일부터 틈나는 대로 영농현장 곳곳을 찾고 있으며 농업인들에게 불편을 주지 않기 위해 주무부서 과장, 팀장 등으로 방문 인원을 최소화해 의미를 더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