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치매' 사랑과 관심으로 이겨낼 수 있다
[기고] '치매' 사랑과 관심으로 이겨낼 수 있다
  • 최홍례 _ 강진군 치매관리팀장
  • 승인 2023.05.22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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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홍례 _ 강진군 치매관리팀장

필자는 최근 흥미로운 설문조사 결과를 본 적이 있다. 중앙치매센터가 60세 이상 어르신들에게 가장 두려운 병이 무엇인지를 묻는 설문조사였는데, 치매가 전체 응답자의 43%를 차지하며 1위를 기록했다. 암을 제치고 어르신들이 가장 두려운 병이라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지난 2016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실시한 '국민 걱정 질환' 설문조사에서 암이 1위를 차지한 것과 대조적이다. 발병 확률이 높지 않지만 투병 기간이 길고 완치가 어려운 중증 질환이라는 점을 고려한 응답으로 보인다.

국내 치매 환자 수도 점차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국민 관심 질병 통계'에 따르면 치매 환자는 2017년 약 46만 명에서 2021년에는 60만 명을 넘어섰다. 경도인지장애 환자 역시 2017년 약 18만 명에서 2021년 30만 명으로 증가했다

치매가 가장 두려운 이유는 자기 자신뿐 아니라, 가족에게도 감당하기 힘든 고통을 주기 때문일 것이다.

치매 초기에는 깜박깜박하는 건망증과 비슷한 기억력 저하를 보인다. 제때 치료를 받지 않으면 시간이 갈수록 계산능력, 언어능력, 판단, 실행 능력 등의 다른 인지 기능이 나빠지면서, 결국에는 단순 작업도 불가능해진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치매 가운데 가장 많은 빈도를 차지하는 질환은 알츠하어머병이다. 전체 치매의 60~70%를 차지한다. 때문에 이번 기고문에서는 알츠하이머병을 주로 언급하고자 한다.

필자는 지난 2019년 10월에 개소한 강진군 치매안심센터가 민선 8기를 맞아 치매관리팀을 신설하면서 팀의 수장을 맡고 있다. 군민들의 치매에 대한 정확한 이해는 물론 조기 진료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한 업무도 진행하고 있다. 그 가운데 영국 치매협회(Alzheimer's Society)에서 치매 인식 개선을 위해 강조하는 점 세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첫쩨, 치매는 노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니다. 치매는 노년기에 더 흔히 나타나고, 기억력도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차츰 저하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치매와 노화에 따른 기억력 저하는 서로 다르다. 치매가 있을 경우 더 확실하게 기억력 저하가 나타나며, 기분 변화나 판단력 저하가 동반될 수 있을 수 있다.

둘째, 치매가 있어도 잘 지낼 수 있다. 치매가 있으면 희망도 즐거움도 없이 절망스러운 상태에서 살아가야 한다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치매가 있어도 만족스러운 직장생활과 사회생활을 유지하는 사람들이 있다. 치매가 진행돼도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취미생활을 즐기면서, 적극적이고 건강한 삶을 지속할 수 있다. 치매가 있으면 물론 생활이 이전보다 어려워진다. 하지만 적절한 도움을 받는다면 생각했던 것 보다 많은 것이 가능할 수 있다.

셋째, 치매가 있다고 해서 그 사람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주변의 누군가가 치매를 진단 받았을 경우, 물론 그 사람의 삶도 변하고 모습도 달라질 수 있다. 평소 생활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사람 본연의 모습이 달라지거나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내면에 그 사람이 아직 남아 있다.

이처럼 치매가 있더라도 신속하게 치료받을 경우 환자와 가족이 얼마든지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다. 강진군 치매안심센터의 최종 목적은 치매 조기 검진으로 치매 발병률을 낮추고, 치매 친화적인 문화를 조성하는 것이다. 평소 조금이라도 치매가 의심된다면 망설이지 말고 치매안심센터를 찾아 주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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