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따뜻한 연대로 실천한 사랑
[기고] 따뜻한 연대로 실천한 사랑
  • 차경희 _ 시인
  • 승인 2023.05.08 02: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차경희 _ 시인

성경 신·구약의 내용을 단 하나의 단어로 요약한다면 그것은 '사랑'이다. 기독 신앙생활을 하는 우리에게 있어 사랑을 실천하는 것은 교회가 존재하는 이유이고 본질이다. 사랑은 절망을 이기는 가장 굳건한 힘이며,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용기의 원천이다.

지난 2월 튀르키예 남동부와 시리아 북부 일대 발생한 강진으로 수십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하루아침에 200여만 명의 사람이 거처를 잃고 이재민이 되는 참담한 비극이 발생했다. 초국적으로 온정의 손길을 펼쳐야 할 이 세계적 대 재난에 있어, 강진동문교회 제2여신도회도 미약하지만 사랑의 실천에 동참하기로 했다. 튀르키예와 시리아 지진피해 이재민을 돕기 위한 바자회를 개최하기로 한 것이다.

문득 성경 말씀 한 대목이 떠올랐다. 성경에서는 사람이 소명을 다한 뒤, 천국 혹은 지옥, 최종으로 갈 곳을 구분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묻는 말이 있다고 전한다. 내가 굶주렸을 때 먹을 것을 주었느냐 목말랐을 때 마실 것을 주었느냐 헐벗었을 때 입혀주었느냐 감옥에 갇혔을 때 돌아보았느냐는 질문이 그것이다.

'나'의 실질적 주어는 '어려운 상황에 있는 모든 이'들이다. 우리 주변에 있는 가난한 이웃, 아프거나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한 이들에게 베푼 모든 것이 곧 하나님께 베푼 것과 같기에, 그 진정성과 선의를 판단해 죽음 뒤 천국으로 갈지 지옥으로 갈지를 결정한다는 의미이다.

지진으로 고통받고 있는 이들 모두 우리가 감싸야 할 지구촌 이웃이라는데 이견이 없었다. 비단 천국에 가겠다는 원대한 목표가 아니어도, 어쨌든 우리는 함께 이 위기의 시기를 이겨낼 따뜻한 연대를 만들어 나가야 할 의무가 있다. 준비의 과정 중 의견 충돌이 있을 수도 있지만, 행사를 성공으로 마무리해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작은 보탬이라도 된다면 무조건 잘한 것이라는 생각으로 일을 추진했다.

정작 문제는 다른 곳에서 생겼다. 일기예보에서 14일과 15일에 계속 비가 온다고 했다. 그러나 바자회 날짜는 이미 정해졌기에 미룰 수 없었다. 바자회 디데이 날인 15일에 비가 오면 목사님 기도가 부족한 탓이라고 우스갯소리를 했다. 14일은 온종일 비가 쉬지 않고 주룩주룩 내렸다. 교회에서 하늘만 쳐다보던 제2여신도회원들은 무거운 마음이었지만 늦은 밤까지 최종점검을 하며 다음날 필요한 물품들을 정성껏 준비했다. 나중에 들으니 모든 교인들이 깊은 잠을 자지 못하고 몇 번씩 창밖을 내다보며 밤새 비가 그쳤는지 확인했다고 한다.

우리의 간절함이 하늘에 닿았는지 15일 아침, 놀랍게도 비가 멈추고 구름 사이로 해가 빼꼼히 보였다. 해가 보이니 그렇게 신날 수 없었다. 남신도 회원들은 모두가 한마음이 돼 천막을 치고 바자회 물품이며 음식재료들을 날랐다. 여신도 회원들과 합심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분담한 일에 최선을 다해 협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비가 개자 황사 먼지가 깨끗하게 싹 쓸려내려가 더 상쾌한 기분이었다. 모처럼 봄날답게 덥지도 쌀쌀하지도 않고 일하기 딱 좋았다.

드디어 바자회가 개장했다. 따로 홍보를 한 것도 아닌데 뜻을 같이하고픈 분들이 방문해주셨다. 밤을 새워 정성으로 만든 음식을 사서 현장에서 나눠 드시고 필요한 물건들도 골라 가신다. 어떤 분들은 그저 좋은 뜻에 동참하고 싶다며 마음을 모아 후원금을 쾌척했다. 제2여신도 회원들의 입이 귓가에 걸렸다. 새 힘이 솟구친다며 더 기운차게 바자회장을 누볐다. 분주하게 오가는 모습들이 이렇게 경쾌할 수 없었다. 누구를 돕는 것은, 이렇듯 아름답고 즐거운 것이었다.

많은 분들이 걸음을 해주신 덕에 바자회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됐고,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금액이 모금되었다. 모금액은 후원처에 대한 논의를 마친 뒤, 튀르키예와 시리아 지역 피해 주민들에게 잘 전달할 예정이다. 특히 뿌듯했던 점은 이번 바자회가 어려운 이들을 돕자는 취지로 시작됐지만, 결국 우리도 얻은 것이 컸다는 것이다. 따뜻한 인류애의 현장을 바라보며 드는 왠지 모를 든든함이 나를 충만하게 채워줬다. 남을 돕는다는 것은 결국 나의 가장 소중한 것을 내놓아 서로에게 힘이 되는 것이다. 내 것을 내놓기에 자칫 손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 과정을 통해 얻게 된 '충만한 사랑'은 돈으로 살 수 없는 '인생의 최고의 가치'가 되어 돌아온다.

앞으로도 사랑의 실천에 망설임 없이 나설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길 소망한다. 더불어 따뜻한 연대로 실천한 사랑 속에 많은 이들이 희망을 얻고 우리의 삶 또한 더 풍요로워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