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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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선례-주부(칠량면)
  • 승인 2023.03.17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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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비에스(KBS) '아침마당' 방송에 1920년생 102세 철학자이며 수필가인 김형석 교수님이 출연하여 자신만의 장수 비결을 소개했다. 허리도 꼿꼿하며 눈 상태도 좋고 목소리까지 정정해서 실제 나이보다 20년은 젊어 보인다. 그분은 글도 쓰고 강의도 하며 여전히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과거 윤동주 시인과 같은 반에서 공부했고, 실향민인 그는 김일성과도 아침을 같이 먹은 적이 있다고 하니 나이를 짐작하고도 남는다. 살아온 날을 회고하고 삶을 먼저 살아본 이의 지혜를 전하는 <백 년을 살아보니> 책을 출간했다. 100년 한 세기를 건강하게 살아온 장수의 비결은 뭘까?

최근에 건강을 잃어 고생한 나는 평소 건강관리를 어떻게 했는지 귀가 솔깃해졌다. 강의는 '상처에서 벗어나고 싶은 당신에게'라는 다소 의외의 주제였다. 돈을 끌어 안기보다는 베풀며 살아온 분답게 '베푸는 삶이 행복하고 가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기중심적이고 욕심과 욕망으로 가득 찬 내가 '욕심 없이 사는 것'을 몸소 실천한 분의 발자취를 따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내가 행복해야 가정과 사회, 나아가 나라가 행복하다. 배려하고 나누는 삶 속에 산 정상에서 외치는 메아리처럼 행복이 나에게 전달될 것이다. 사회자가 건강 비결이 뭐냐고 질문하자 크게 세 가지를 들었다. 

첫째, '무리하지 않아야 한다.'라고 했다. 평소 운동을 많이 하는 운동선수들이 일반 사람들에 비해 오래 살지 못하는 것은 과하게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무리 좋은 것도 직업이 되면 집중하게 되어서 자신도 모르게 몸이 상하게 되는 게 아닐까? 겨울이 깊어지면 봄이 오고 여름이 되고 가을이 오듯이 아등바등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하루하루 사는 삶을 꿈꾼다.

둘째, '감정을 낭비하지 않아야 한다.' 이성과 감성 중의 감성이 발달한 나는 판단력이 흐려서 시행착오를 자주 겪는다. 감정 기복으로 이어져 절제하지 못해 일희일비하는 성향이 강하다. 타고난 기질적인 부분에다 주변의 환경적인 요인도 한몫한다.

셋째,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한다고 또렷한 목소리로 말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과하지 않게 적당히 꾸준하게 실천한다면 자연스럽게 건강해진다고. 위의 세 가지는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방법인 것 같다. 그런데도 우리는 평소에 잊고 지낸다. 평범한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잃고 보니 절실하게 깨닫게 되었다.

'세월이 유수와 같다'더니 아이들은 어느새 자라 품 안을 떠나 각자 생활하느라 도시에 살고 있다. 백세시대에 절반의 고개를 넘어선 나이에 알게 된 것이 있다. 인간은 스스로 '만물의 영장'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사람은 편리한 삶을 추구하느라 지구의 자연적인 순환을 역행하고 있다. 자연과 공존하지 않고 편리함만 추구한다면 지구의 위기는 훨씬 앞당겨져서 자손 대대로 살아야 할 이 땅이 사람이 살 수 없는 별이 될 수도 있다.

 우리 각자가 환경 오염을 줄이는 방법에 관해 관심 가지고 실천해야 지구가 아프지 않고 건강할 것이다. 이처럼 우리 몸도 위험으로부터 함부로 노출하지 않고 마음을 잘 다스려 사는 날까지 건강을 잘 지켜야 하겠다. 태양계를 돌고 있는 별 중의 하나인 지구, 우주 아니, 지구의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인간은 모두 다 똑같은 생물체 중의 하나일 것이다. 자연의 일부인 것이다.

영원을 꿈꾸지만 결국 헛된 욕망이라는 것을 순간 망각하고 사는 어리석은 존재가 인간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나 또한 그중의 한 명인 것을.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순리대로 살아가기를 꿈꾼다. 건강은 저절로 얻어지는 결과일 것이다.

문득 지난날을 돌아보니 주변에서 나에게 했던 말들이 떠오른다. 막내딸은 '엄마가 가장 많이 하는 말은 '빨리, 빨리'야'라고 했다. 또 어떤 이는 '아무렇게나 마음대로 살라'고도 조언해 주었다. 연세 지긋한 마을 아짐은 쉬엄쉬엄 살라는 말을 해 주신 것을 보면 그동안 얼마나 치열하게 살아왔는지 보였다.

인간을 이롭게 하는 소처럼 올해는 쉼을 실천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일상에서 긴장하지 않고 여유로운 마음을 갖는다면 건강은 자연스럽게 지켜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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