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새봄이 시작되는 따뜻한 남도의 힐링, 강진청자축제를 다녀와서
[기고] 새봄이 시작되는 따뜻한 남도의 힐링, 강진청자축제를 다녀와서
  • 최선영 _ 직장인(수원시)
  • 승인 2023.03.08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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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영 _ 직장인(수원시)

도심 생활이 팍팍한 것은 도시인의 숙명과 같다. 도심의 편리한 각종 인트라를 누리는 대가로 언제나 막히는 길과 답답한 공기는 생활의 일부가 되었고 출퇴근길에 부딪히는 무표정한 얼굴과 너무 많은 관계들의 피로감에 이르기까지, 날씨는 조금씩 풀리고 있지만, 요즘 내 마음은 겨울이었다.
 
우연히 용산역에서 본 강진청자축제 광고를 보고, 문득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뿐인 딸아이의 겨울방학도 끝나가고 있었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따로 시간을 보내지 못한 채 개학이 다가오고 있었다. 폭풍 검색을 했고, 다산 유배지로만 얼핏 알고 있던 강진이 산과 바다, 섬과 평야가 모두 있으며, 대한민국 천년 고려청자요지의 절반이 남아있는 청자도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빙고! 나의 봄맞이와 함께 딸아이의 교육에도 그만인 여행지였다. 
 
2월 25일 토요일 아침, 나는 평일보다 더 일찍 일어나 이제 막 초등학교에 입학한 딸아이를 깨우고, 교회 빼고는 좀처럼 집 밖을 나서기를 꺼리시는 친정엄마를 설득해 집을 나섰다. 
 
멀어서 더 아름답고 해방감이 크다고 했던가? 경부고속도로는 안성IC까지 막히는 구간이 많았지만, 서해안도로로 접어들며, 차량이 줄고 한가로웠다. 집인 수원에서 멀어질수록 자유였다. 수도권 어디에서 이렇게 앞뒤에 차가 드문 고속도로를 마음껏 누빌 수 있단 말인가, 군산을 지나자 차는 더 줄어들며 일상을 벗어난 해방감은 더 커지고 있었다. 
 
축제장에 도착했을 때 가장 눈에 띈 것은 일방통행으로 정리된 주차장과 생각보다 큰 주차장 규모였다. 사람이 몰리는 축제의 민원은 주차가 기본인데, 일사불란한 차량 정리와 질서정연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축제장에 들어서자, 청자를 타고 있는 대형 풍선 토끼는 딸아이의 시선을 사로 잡았다. 날도 꽤 쌀쌀하고 바람도 많이 불었지만, 아이의 눈에는 온통 놀 것들로 가득 찬 세상이었다. 눈썰매장과 짚라인 규모는 소박했지만, 1천 원으로 즐길 수 있었고, 입구에 서 있는 하얀 눈 조각들은 겨울왕국을 연상시켰다. 
 
좀 춥다 싶었을 때, 대형 에어돔으로 들어가 청자를 만들었다. 온실처럼 차라리 더웠던 에어돔에서 우리 셋은 청자의 도공이 된 것처럼 물레를 이용해 컵을 빚었다. 그 순간, 긴 거리를 달려온 피로감은 깨끗이 사라졌다.
 
AR청자찾기는 안내해주시는 분들의 친절한 도움으로 10개의 청자를 쉽게 찾아 기념품을 받았다. 몇 년 전 속초로 사람들을 불러 모았던 '포켓몬'을 잡는 것과 비슷했다. 우리는 함께 청자를 찾으며 집에서와 전혀 다른 모습으로 하나가 되었고, 새로운 추억을 만들었다.
 
먹거리 타운에서는 모듬 한우구이와 묵은지 새싹 전복밥으로 남도의 맛을 느꼈다. 점심시간이 한참 지났지만, 식당가는 붐볐다. 기본 찬에 나온 젓갈이 입맛을 돋우었다. 나중에 물어보니 멸치젓이라고 알려주셨다. 기본 찬에 젓갈이 나오다니! 역시 맛의 고장 남도의 끝자락, 강진이었다. 웬만큼 둘러보고 나서 좋은 향이 나는 보라색 물에서 족욕을 했다. 일렬로 나란히 앉아서 '망중한'을 즐기는 가족들이 많았다. 수건을 무료로 빌려주어 발 아픈 관광객들을 위한 배려가 느껴졌다. 우리도 그들처럼 기꺼이 관광지 속의 풍경이 되었다.
 
수도권에서 당일치기로는 상당한 체력이 소모되는 여행임에는 분명했다. 교회를 빼먹을 수 없다는 엄마만 아니었으면, 당연지사 하룻밤을 묵었을 것이다. 만약에 일 때문에 돈을 위해 당일로 강진을 갔으면 어땠을까? 아마도 몸살이 났을 것이다. 하지만 자발적인 여행은 다르다. 에너지가 샘솟는다. 우리가 견뎌내는 버거운 일상도 따지고 보자면,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가 아닌가. 행복은 눈 돌리면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을 것이다. 
 
3월 2일, 개학은 했고, 쳇바퀴 같은 일상은 다시 시작되었다. 하지만 이 지난한 일상을 힘 있게 돌릴 에너지가 몸 어딘가에 숨어있음을 느낄 수 있다. 우리 세 모녀에게 힐링 타임을 선사한 청자축제 관계자 여러분들께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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