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언니 성화대학 졸업식 하던 날
왕언니 성화대학 졸업식 하던 날
  • 조기영 기자
  • 승인 2005.02.1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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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읍 남성리 배양자씨 늦깍이 대학생 '활짝'
▲ 배양자씨가 축하 꽃다발을 들고 환히 웃고 있다.

만학도의 열정은 아름답다. 지난 17일 성화대학 졸업식에서 영예로운 학사모를 쓴 배양자(여·45·강진읍 남성리)씨는 아동복지전공에서 일명 ‘왕언니’로 통하는 늦깎이 대학생이다.


배씨는 주부와 직장인, 대학생의 3가지 역할에 충실한 2년의 시간을 달려왔다. 목말라했던 배움에 대한 열정은 직장일이 끝내고 밤 10시까지 이어지는 학교수업의 팍팍한 일정을 견뎌낼 수 있는 힘이 됐다고 배씨는 전한다.


지난 80년 병영상고 졸업 후 집안 형편 때문에 진학을 포기하고 광주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배씨에게 대학생들의 모습은 선망의 대상이었다. 결혼 뒤 교사인 남편 이승희(46)씨와 전국을 돌며 생활하면서 배씨는 배움에 대한 열정을 잠시 접어야만 했다.


지난 96년 가족들과 함께 강진으로 이사온 후 한국낙농육우협회 강진군지회에서 근무를 시작한 배씨는 평소 관심이 많았던 아동복지를 공부하기 위해 과감히 대학의 문을 두드렸다. 

20년이나 어린 학생들과 수업을 받으면서도 배씨는 누구보다 열심히 학교생활에 임했다. 

감기에 걸려 담당교수에게 양해를 얻어 단 하루 결석한 것을 제외하곤 배씨는 수업을 빼먹는 일은 없을 정도로 열성적인 학창시절을 보냈다.

배씨의 배움에 대한 열정은 사회복지사 2급, 보육교사 1급 자격증과 함께 아동복지전공 학생들 가운데 12명에게만 주어지는 유치원정교사 2급 자격증을 따내는 쾌거를 일궈냈다.

배씨는 자원봉사에도 열성적이었다. 함께 공부하는 만학도들과 모임을 만들어 영암, 무안에 있는 노인복지시설을 찾아 목욕봉사에 나섰으며 독거노인들을 위해 김장김치를 노인복지회관에 전달하기도 했다.

배씨가 졸업장을 받기까지 가족들의 배려가 큰 힘이 됐다. 현재 강진서초등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남편 이씨의 격려와 중·고등학교에 다니는 2남2녀의 자녀들의 적극적인 응원이 뒤따랐다.

수업을 마치고 밤늦게 귀가하는 배씨를 위해 가족들은 설거지 등 가사를 분담하는 등 맘 편히 공부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갔다.

복지시설에서 생활지도사로 일하고 싶은 포부를 가진 배씨는 “가족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큰 부담을 갖지 않고 학교생활을 마칠 수 있었다”며 “2년간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준 남편과 자식들에게 고마움을 돌리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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