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유물전시관 이전의 전제조건
다산유물전시관 이전의 전제조건
  • 강진신문 기자
  • 승인 2002.10.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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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군이 도암 만덕리에 있는 다산유물전시관을 현재의 위치에서 다산초당 아래쪽으로 옮기려는 계획을 추진중이다.

군 재정심의위원회는 최근 중기지방재정계획 심의에서 내년부터 2년 동안 총 사업비 35억원(국비 15억, 군비 20억원)을 투입해 유물전시관을 새로 건립하는 재정계획을 의결했다.

이 안은 공식적으로 예산이 세워지면 군의회가 원안대로 예산을 통과시킬 가능성이 높다. 군은 현재의 건물을 다른 용도로 사용하고 다산초당과 가까운 귤동마을에 새 전시관 건물을 세울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유물전시관 신규건립은 분명한 전제조건이 있어야 한다. 군의원들과 실과장들로 구성된 재정심의위원들이 문제제기를 했는지 모르겠으나 유물전시관이 이전하면 다산초당과의 거리문제는 해결되겠지만 복제품으로 뒤덮힌 전시물내용이 자연적으로 해소되지는 않는다.

다시말해 현재의 복제품 일색의 전시물 해결없이 전시관을 새로 지어 옮기는 것은 깨진 항아리를 옮기는 것이나 다름 없는, 말그대로 건물을 새로 짓기 위한 요식행위에 불과하다.

지난 99년 초 문을 연 현재의 유물전시관은 한마디로 복제품 진열장이나 다름없다. 106평 규모의 전시실내부에는 다산선생의 생애나 업적등을 그래픽 처리해두고 각종 관광지 사진과 밀랍 인형 등을 전시하고 있을 뿐 다산선생의 유물다운 유물은 찾아볼 수 없다. 군은 당시 전시장 내부를 치장하는데만 3억2천6백만원을 쏟아 부었다.

다선선생의 저서 20여권이 전시되어 있으나 이 역시 복사품이다. 또 전시관 내부에는 다산선생이 수원산성을 축조하는 모습이 버티고 있어 이국적인 정취까지 풍긴다. 모두 제대로 된 유물전시관에서는 만날 수 없는 물건들이다. 올 국정감사때에는 한나라당 정병국의원이 복제품 일색의 다산유물전시관 문제를 들춰내 전국적인 뉴스꺼리가 됐다.

개관 당시 주민들로부터 전시유물 문제가 제기되었을 때 당시 담당공무원들은 연차적으로 유물을 확보할 계획이라며 아무문제 없다고 펄쩍 뛰었다. 그러나 그 후로 최근까지 유물이 들어온 적도 없고 간절한 마음으로 유물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설득했다는 말도 듣지 못했다. 당시 건물을 준공하고 모조유물을 구입했던 공무원들은 지금은 모두 다른 업무를 보고 있다.

전시유물 대책없이 건물만 옮겨가는 것은 현재와 같은 문제점을 똑같이 반복할 수밖에 없다. 유물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차라리 현재의 위치에 전시관을 그대로 유지하는게 낫고 35억원이란 거액은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게 옳다. 전시관이 귤동마을쪽으로 옮겨오면 유물을 내놓을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는 말도 있으나 문서상의 약속이 없으면 공염불이나 다름없다.

주민들이 이해할 만한 유물확보 대책을 확고히 제시하고 건물 준공 후 유물확보가 실패할 경우 누가 책임이라도 진다는 뚜렷한 대안을 마련한 후 이 일을 추진하기 바란다. 이 과정에서 군의회가 감시 역할을 해야하는 것은 물론이다.

더욱이 새로 유물전시관이 들어설 자리로 거론되고 있는 곳은 윤군수의 자택과 지척의 거리이다. 건물은 새로지어 놓고 전시유물은 예전처럼 복제품일색으로 꾸민다면 군수집과 가깝다는 이유만으로 또다른 구설수를 자초하게 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다산유물전시관 이전사업은 먼저 건물을 지어놓고 단계적으로 유물을 확보해 나가겠다는 식의 구태의연한 논리는 통하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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