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세월의 길 위에 부모님 사랑을 싣고서
[기고] 세월의 길 위에 부모님 사랑을 싣고서
  • 권대중 _ 전 라이온스클럽 회장
  • 승인 2023.01.17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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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중 _ 전 라이온스클럽 회장

어릴 적에는 세월을 기다리고 나이가 들수록 시간에 쫓겨 산다고 누군가 말을 했듯이 퇴직 후 고향 작천면에서 택시를 운행하면서 세월의 흐름을 실감이 나게 느끼는게 있어서 몇 자 적어봅니다.

어느 지역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자식들을 멀리 보내고 칠팔십 넘으신 어르신들이 시골을 지키고 계십니다.

모처럼 부모님을 찾아뵙고 이별하시는 모습에서 세월의 순간을 맛볼 수 있다고나 할까?

보고 느꼈던 것을 몇 자 적어 봅니다

60대 부모님과 자식과의 이별을 마음만 먹으면 부모·자식 간에 얼마든지 만날 수 있기에 부모님은 웃으시면서 자식들에게 돈 많이 벌고 몸 건강하고 아이들에게 많은 관심을 갖고 잘키우고 살면서 부족하면 엄마 아빠한테 얘기해라

우리가 도와줄 테니 하시면서 자식들을 보내고 난 다음 애들 가고 나니 뭐가 정리되네! 여보 우리 일하러 갑시다. 하시면서 논밭으로 향하는 부모는 대게 60대 부모님이시다.

그래서 60대 부모님과 자식과의 이별은 눈물 없이 거의 헤어진다.

그렇지만 70대 부모님은 조금 다르시다.

몸이 건강하신 분은 헤어지는 손자·손녀들을 안고 보듬고 하시면서 건강 삼아 기르던 농산물을 팔아 고이 간직했던 꼬깃꼬깃한 지폐 몇 장씩을 손자 손녀 손에 쥐여 주시면서 할아버지 할머님 집에 자주 놀러 오너라 하시면서 느그덜 오면 맛난 것도 해주고 좋은 것 사줄 테니 이렇게 할아버지 할머니가 서 있을 때 자주와야 같이 놀아준다고 하시면서 자식들을 보내시고 뒤돌아서서 눈물을 감추신다.

하지만 몸이 불편하신 70대 부모님은 홀로 유모차에 몸을 맡기시고 그리여 잘 가거라 손짓만 하시면서 느그 아부지가 살아 계셨다면 아니면 엄마가 계셨다면 하시면서 병든 몸을 탓하시거나 먼저 가신 분을 원망도 하시면서 자식들 앞에 못다 해주신 부모 사랑을 미안해하시고 눈물을 흘리시면서 자식들을 보내신다. 그래서 70대 부모님은 열 분 중 일곱 분은 눈물을 감추시고 세분은 눈물과 함께 자식들과 헤어지신다.

80대 부모님은 매일같이 기다리던 자식이 며칠간 함께하여 그야말로 행복했는데 이제는 헤어져야 할 순간 이런 부모님 심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잘 가거라 하는 말씀 대신으로 느그덜 언제 또 올래? 느그덜 온다고 하면 나 어디 안가고 좋아한 것 사다 놓고 집에서 기다릴 테니 꼭 전화하고 오너라 귀가 먹어 안 들린 부모님들은 언제든지 오너라 하루하루 느그덜 기다리는 재미로 살란다 하시면서 80대 부모님은 다짐을 받는다. 엄니 한 달 후에 올것잉께 그리 알아요. 이런 대답 소리에 반갑기도 하고 궁금해하신다.

뭔 일로 한 달 후에 온다냐
아. 엄니 생일이잖아요 워메워메 나는 내 생일도 모르고 산디 느그덜은 알고 있었냐
그리여 조심허니 갔다가 잘살고 한 달 지나서 보자
내 생일상은 필요없고 느그덜 얼굴만 봐도 된께 꼭 와야된다
택시 양반 얼른 데꼬가시오

한 달 후에 온다고 헌께 또 살아가면서 기다려야제 하시면서 자식들 떠나기 전에 대문 안으로 들어가신다.

자식들 앞에서 눈물을 감추시려고 몇 분 안 계시는 90대 부모님은 찾아오는 자식들에게 고마움보다 미안한 마음을 보이신다. 뭐 할라고 이런 늙은이한테 자주 오냐고 하신다.

본인이 낳은 자식도 60~70이 넘어 백발이 되어버린 모습을 보시고 나 자신 힘겹게 살아온 세월을 더듬으시면서 자식 또한 나이가 들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시면서 자식들에게 부담을 안겨주신다는 생각에 이제는 너희들도 힘들 텐데 먼 길에 고생하면서 날 찾으러 오지 말고 몸 관리 잘하면서 자식들과 행복하게 잘 사는 것이 늙은이 바람이라 하시면서

구부러진 허리로 떠나는 자식들 모습을 눈물마저 말라버린 두 눈을 깜박이시며 바라보시면서 있는 힘 없는 힘 모두 합하여 큰기침 한번 하시고 지팽이로 땅을 툭툭 치시면서 이제는 내 갈 곳은 여기인디 언제나 내 자식들 짐을 덜어줄꼬 지나온 세월 속에 오로지 자식들만을 위하여 한평생을 다 바치셨던 부모님 주어도 주어도 끝이 없는 자식 사랑은 이 세상 모든 부모 마음이리라

오늘도 나는 내 자식들한테 전화해본다. 별일 없냐고

그러고 하늘나라에 계신 부모님께 내 자식한테 주었던 사랑만큼 부모님한테도 사랑을 드렸을까 생각해본다.

하늘에 계신 아버님 어머님 절 도와주세요. 오늘 하루도 무사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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