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와인글라스에 담긴 인문학 이야기
[서평] 와인글라스에 담긴 인문학 이야기
  • 강진신문
  • 승인 2023.01.10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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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군도서관 우리들서평단 _ 정인숙

와인을 말할 때 눈으로 한번, 코로 한번, 입으로 한번, 이렇게 세 번 마시는 술이라고 표현한다. 소주, 맥주, 막걸리가 대세였던 한국 사회는 파티 문화가 도입되면서 와인도 하나의 주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와인바나 와인 전문점도 증가하는 추세이며 축하할 일이 있으면 와인이나 샴페인이 자연스럽게 등장할 정도로 와인은 우리에게 친숙한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

저자 김관웅은 종합경제신문 <파이낸셜뉴스>에서 편집국부국장으로 근무하고 있으며 현재 이슈픽팀을 이끌고 있다. 2016년부터 우연한 기회에 와인에 관심을 갖고 인문학에 와인을 접목시켰다. 매년 평균 300병 이상의 와인을 경험한 시음 노하우를 인정받아 업계에서 와인 관련 전문가 시음평가단으로 활동하고 있다. 또 수년 전부터 『김관웅의 비즈니스 와인』, 『김관웅의 스토리 와인』 등 고정 칼럼과 여러 개 와인 잡지에 글을 써오고 있다. 

『와인 콘서트』에는 와인과 관련된 많은 이야기가 등장한다. 십자군 전쟁이나 영국과 프랑스 사이의 백년전쟁을 비롯한 서양의 굵직한 전쟁이 모두 와인 쟁탈전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은 참으로 흥미로웠다. 레이디 퍼스트의 유래가 독살이 만연했던 시대에 여성이 먼저 잔을 받고 시음하는 것은 조선의 기미 상궁과 같은 역할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부르고뉴, 보르도, 포트 와인, 샴페인, 꼬냑 등 와인의 변모가 역사적 사실과 함께 이루어졌다는 점은 책을 계속 읽어나갈 수 있는 동기부여가 되었다.

와인 콘서트 / 김관웅 지음

 

와인마니아가 아니더라도 한 병에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을 호가하며 희소성의 원리를 가진 '로마네 꽁띠', '페트뤼스'라는 이름을 들어봤을 것이다. 이 와인들은 와이너리가 소비자의 등급을 파악하여 그 사람이 '로마네 꽁띠'를 마실 수 있는 자격과 조건이 되는지 파악하여 판매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특이한 구조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 있어도 살 수 없는 힘의 논리가 있다니... 아이러니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와인으로 저마다 뛰어난 맛과 개성으로 수백 년 전부터 유럽인과 전 세계 마니아들을 홀려왔던 보르도 그랑퀴리 클라세 1등급 와인 '5대 샤또'를 살펴보자. "라피트 로췰드는 두껍지 않은 여리여리한 바디에 절제된 균형미와 '와인의 귀족'으로 평가받고 있다. 라뚜르는 한 모금 마시면 입안을 꽉 채우는 묵직한 바디감이 일품인 강건한 와인으로 정평 나 있다. 마고는 섬세하고 부드러운 맛과 화사하게 피어오르는 향 때문에 '와인의 여왕'으로 불린다.

책을 덮으면서 와인 가격이 높으면 좋은 와인이라는 공식이 성립하지 않음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와인에는 와인의 종류가 많듯 개개인의 취향이 있으며 음식과의 궁합이 잘 맞는 와인이 존재할 뿐이다. 즉 '좋은 와인'은 '내 취향'에 맞는 와인 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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