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제사(祭祀)
[기고] 제사(祭祀)
  • 조윤제 _ 수필가
  • 승인 2023.01.10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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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제 _ 수필가

1961년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셔 제사가 생겼다. 작은방에 《(궤연(几筵)) 영위(靈位)》 상방(喪房)에 사진과 간단한 유품(遺品)과 유의(遺衣) 두시고 상을 놓고 아버지께서 굴건제복(屈巾祭服)을 하고 왼새끼로 동아줄같이 꼰 요질(腰絰)을 허리에 두르고 다리에는 행전(行纏)을 동여매고 상장(喪杖) 막대기를 짚고 어머니께서는 (麻布) 삼베 치마저고리를 입고 머리에는 (首絰) 麻布 수건을 쓰고 볏짚으로 왼새끼를 꼬아 머리에 두르고 喪杖 막대기를 짚고 조석으로 상식(上食)을 올리고 곡(哭)을 하고 (※곡(哭)은 소리 내어 슬프게 우는 것 남자는 (어이없다고) 어이어이 하고. 여자는 (원통해서 어쩌나=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하며 곡(哭)을 한다고 한다) 3년 초상 소상 대상 (脫喪) 을 치렀다. 이때는 초상 소상 대상 (탈상)까지 돌아가신 날 제사를 모시고 조문객(弔問客)을 맞이했다. 집에 온 부고장(訃告狀)은 처마 밑에 꽂아두었다가 날짜를 기억하고 초상 소상 대상 (탈상)까지 제삿날 조문(弔問) 갔다.

3년 상(喪)은 부모님 나를 낳으시고 3살 때까지 똥오줌 가려주시고 진자리 마른자리 살펴주셔 3년간 부모님 은덕(恩德)을 기리기 위해서라 했다. 지금은 화장(火葬)이든 매장(埋葬)이든 삼우제(三虞祭)도 가기 전에 탈복(脫服)한 사람이 많이 늘어간다. 유교에서는 부모님 돌아가시면 생전(生前)에 쓰시던 물건을 그대로 두었다가 탈상(脫喪)이 끝나면 치우고 3년간은 부모님 다니시던 조문이나 결혼식에 다녔다 한다. 3년이 지난 뒤에는 방안 제사로 마루에 제사상을 차려 모셨다. 할머니는 1983년 칠석날 돌아가셨을 때 1년 상을 치르는데 초하루 보름날만 상식(上食)을 올리셨다. 어머니께서 고생이 많으셨다.

그리고 방안 제사로 모신다. 아버지 어머니께서 병영장이나 영남장에 가서 제사장을 봐오셔 제사 모시기 전에 부정(不淨) 타면 안 된다고 정갈하게 찬물로 (목욕재계)沐浴齋戒 하신다.

이때는 어머니와 영암에 사시는 작은 아버지 작은어머니께서 제수(祭需) 준비하시는데 막걸리는 며칠 전에 담아서 아랫목에 두고 생선을 꼬챙이 뀌어서 굽고 떡 절구통에 처서 만들고 닭 잡고 돼지고기 삶고 전 지지고 나물 무치고 식혜 각종 과일 준비하고 젯메쌀을 바가지에 담아서 제사상 옆에 두었다가 메밥을 지을 때 들여다보면 새 발자국 짐승 발자국을 남긴다고 유심 보았다 새 발자국이면 혼령(魂靈)이 새가 되고 짐승 발자국이면 짐승이 됐다고 한다. (그렇게 생각한 것 같다)

제사 모시려고 깎고 남은 껍질에 붙은 과일 살을 이빨로 갉아 먹기도 했다 배고픈 시절이라서 제사 모시고 음식을 먹으려고 잠을 참다 참다 잠이 들어 자고 있으면 깨워 줘서 먹기도 하고 아침까지 자기도 했다. 밤 11시 넘어서 제사를 모시고 그대로 차려 두었다가 첫닭 울면 귀신이 멀리서 찾아오다가도 돌아간다고 이때가 새벽 3시 정도다 제사상을 치우고 주무신다.

어떨 때는 아침까지 그대로 두었다가 날이 밝아 철상(撤床)했다. 그때 단자 밥이라는 풍습이 있었다. 친구들끼리 마을 사랑방에서 놀다가 누구 집 제삿날인 것을 알고 제사가 끝날 때쯤 바구니를 마루에 같다 두고 단자 왔소 하고 갔다가 한참 있다. 가면 제사음식을 담아서 놔둔다 그러면 가져다 먹고 노는 것이다. 인심(人心)이 후한 집에서는 막걸리까지 푸짐하게 줘서 먹기도 했다. 짓궂은 친구들은 겨울에 모여 놀다 어렵게 사는 집 단자 가면 제사음식을 적게 줘서 가지고 오다가 다 먹고는 소마구 청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소똥을 바구니에 담아다 주면 그때는 전깃불이 들어오기 전이라 초꼬지(호롱불) 불이라서 밝지 않다. 그래서 쑥떡으로 알고 한입 넣었다가 내뱉는 걸 보고 웃고 했다.

제사는 귀찮은 것만은 아니다 할아버지 이상 윗대 할아버지는 일가들과 합동 시제로 모시고 부모님만 제사 모시기 때문에 일 년에 한 번 형제는 물론 4촌, 손자들을 만나서 돌아가신 부모 조상(祖上) 생전(生前)에 (은혜)恩惠를 기리고 가족 모임 의로 새 식구 낮을 익히고 음식을 나누고 즐거운 경사(慶事)이다. 할아버지 제사 모시려 작은아버지께서 자주 오신 것 같은데 순식간에 세월이 흘러 돌아가셔 볼 수 없어서 인생은 너무도 짧은 것 같다. 변해가는 時代(시대)에 따라 흘러가고 風俗(풍속)을 따를 수밖에 없게 되었다. 자식들에게 너무 얽매이지 말고 남은 生 친구(親舊)들과 건강하게 즐겁게 살다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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