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詩仙) 이태백의 한시, 달빛아래서 혼자 술을 마시다(月下獨酌)
시선(詩仙) 이태백의 한시, 달빛아래서 혼자 술을 마시다(月下獨酌)
  • 강진신문
  • 승인 2022.12.27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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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김점권의 다시 보는 중국의 고전(17)
김점권 전 센터장은 도암출신으로 전남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포스코 및 포스코건설에서 25년간 근무하면서 포스코건설 북경사무소장을 거쳐 중국건설법인 초대 동사장을 지냈다. 이어 광주테크노피아 북경 센터장을 거쳐 교민 인터넷 뉴스 컬럼리스트로 활동했다. 중국에서 25년간 생활한 역사와 고전, 문학류를 좋아하는 김 전 센터장을 통해 중국고전에 대해 새롭게 접근해본다. 편집자주/


 

당나라 시대 위대한 낭만주의 시인
친구사귀기와 술을 좋아하는 낭만주의 문학가 최고봉


음력 10월의 보름달이 하늘에서 하얗게 빛나는 밤, 날씨는 차갑지만 옷을 껴입고 정원의 한곁에 차려 놓은 술상을 앞에 두고, 혼자서 보름 달과 어스름한 달빛에 반사되는 국화를 벗 삼아 한잔했다. 10월의 보름달은 가을의 마지막 선물이다.

밤하늘은 깊이를 알 수 없는 진청색 바닷물 색깔로 시골의 정적을 더해주고, 덧없이 흘러가는 아스라한 흰 구름 몇 조각과 총총히 빛나는 별들이 쓸쓸한 가을 분위기를 더해주고 있다.

밤바람은 없지만 늦가을 날씨 특유의 차고 상큼한 공기가 온몸을 사리게 하지만, 소주 한 잔 빈속에 들어가니 추위는 저 멀리 사라지고 달 보고 정원의 꽃을 보며, 한 잔 마시기에 최고의 가을밤이다. 혼자서 이 무슨 청승인가? 무슨 상관인가. 고향에 와서 가끔씩 한 밤에 누리는 호사다. 술 한 잔 홀짝이며 달 한번 바라보고, 점점 밝은 빛을 발하는 별들을 쳐다보며 아무 생각 없이 현재를 즐기는 것, 귀촌의 즐거움이다.

혼자서 달을 보며 술을 마시며 즐기는 것, 당나라의 대시인 이태백의 멋이다. 감히 그를 따를 수는 없지만, 인생의 즐거움을 자기 입맛에 맞게 즐기는 것, 그것은 개인의 자유다.

월하독작(月下獨酌)이라는 유명한 이태백의 한시가 있다. 이태백은 중국 시 문학사 중 술로 유명한 시인으로서 술 한잔 마시면 명시 한 수가 연출된다는 술과 시의 대명사다. 그가 차분하게 달빛 아래서 혼자 술을 마시며, 무슨 생각을 하며, 어떻게 즐겼는지, 한번 살펴보자.(한시번역본 인용했다)

월하독작(月下獨酌), 달빛 아래서 홀로 술을 마시며.

꽃 사이의 한 병 술을
혼자 마시는데 친구라곤 없네.
잔 들어 밝은 달맞이하니
그림자 이루어 세 사람이 되었네.
달은 본디 술 마실 줄을 모르고
그림자는 다만 내 몸을 따라다닐 뿐이네.
잠시나마 달과 그림자를 데리고
봄철에 마음껏 놀아 보세.
내가 노래하니 달이 어정이고
내가 춤추니 그림자는 멋대로이네.
취하지 않을 때는 함께 서로 즐기다가
취한 뒤에는 각기 서로 흩어지네.
영원히 무정의 교유를 맺어
아득한 은하수를 두고 서로 기약하네.

하늘이 만약 술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주성은 하늘에 없을 것이고,
땅이 만일 술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땅에는 응당 주천이 없을 것이네.
천지가 이미 술을 사랑했으니
술을 사랑함이 하늘에 부끄럽지 않네.
이미 청주를 성인에 비유함을 들었고,
다시 탁주를 현인에 견줌을 말하네.
현인 성인이 이미 술을 마셨으니
어찌 반드시 신선을 구할 것인가?
석 잔 술에 대도와 통하고
한 말 술에 자연과 합치네
다만 술 가운데 멋만 얻을 뿐이니
술 모르는 이에게는 전하지 말게나.

삼월의 함양성에
온갖 꽃이 대낮에 비단과 같네.
누가 능히 봄에 홀로 근심하는가?
이런 풍경 대하면 곧장 술을 마시네.
빈궁과 영달, 장수와 단명은
조화에 의하여 일찍이 마련된 것.
한 잔 술에 죽음과 삶이 같아지니
모든 일이 진실로 헤아리기 어렵네.
취한 뒤에도 천지를 잃어버려
멍하니 외로운 베개를 베는구나
내 몸이 있는 것조차 알지 못하니
이런 즐거움이 최고의 기쁨이로다.

궁핍한 근심 천만 갈래이니
맛있는 술 3백 잔을 들 것이라.
근심은 많고 술이 비록 적지만
술을 기울이니 근심은 오지 않네.
술을 성인에 비유함을 아는 바이라
술이 거나해지자 마음이 스스로 한가하네.
곡식을 사절하고 수양산에 누웠고
자주 텅텅 비어 안회는 굶으면서
당대에 술 마시기를 즐기지 않았으니
그 헛된 이름을 무엇에 쓸 것인가?
게와 가재가 곧 금액이요,
술지게미 언덕이 바로 봉래산이네
바야흐로 반드시 아름다운 술을 마시고
달빛을 타고 높은 누대에서 취할지어다.


이백(李白)은 달과 술을 친구로 삼은 시선(詩仙)으로 불리는 시인으로, 호는 청련거사(靑蓮居士), 혹은 적선인( 謫仙人: 귀양온 시선)이며, 당나라 시대의 위대한 낭만주의 시인으로서 친구 사귀기와 술을 좋아한 고대 낭만주의 문학가의 최고봉이었다.

이 백은 7언절구의 최고 시인으로서 후인들이 그를 가히 따라갈 수 없는 경지에 이르렀으며, 이 백의 시상은 풍부하고 기이하지만, 풍격은 웅휘하고 자유분방하였으며, 세밀한 언어 구사와 청신한 자연미를 표현하였다. 이태백, 그는 하늘에서 지상으로 귀양 온 신선으로서 이 세상에 머무는 동안이라도 주중선(酒中仙)이 되고자 노력한 천재 시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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