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로] 다산의 숨결이 흐르는 강진
[다산로] 다산의 숨결이 흐르는 강진
  • 김제권 _ 수필가
  • 승인 2022.12.19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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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권 _ 수필가

조선 후기 실학자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1762~1836)이 세상을 뜬지 200여년이 지났지만 강진 사람들의 다산 숭모 열기는 식을 줄 모른다.

강진 초입에 그의 동상이 세워졌고, 초당 입구에 <다산박물관>과 <다산청렴연수원>이 건립되었다.

다산과 강진은 어떤 인연이 있었을까? 그가 이곳에 유배오기 전까지 강진과 인연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의 막역지우였던 옹산 윤서유가 초당 인근 마을에 살고 있었을 뿐이다.

다산은 이십대 초반에 진사시에 합격하고 성균관에 진학하며 정조와 처음 상면했고 5년 후에 문과에 수석 급제하여 '초계문신'에 선발되어 '왕'으로부터 큰 관심을 받으며 벼슬에 올라 승승장구 했다. 1800년 정조의 갑작스런 승하로 11세 어린 순조가 등극했다. 수렴청정에 들어간 정순왕후와 노론세력은 '장용영' 폐지와 사악한 학문을 일삼는 천주학쟁이 척결이라는 교지를 내려, 남인들의 목을 조이기 시작했다.

다산이 신유사옥으로 강진에 유배 올 무렵 장흥과 강진은 탐관오리가 성행했다. 더 이상 착취당할 것이 없게 된 농민들은 천주학에 가담했다. 다산의 정적 노론 벽파 일당은 어떠한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다산을 천주학쟁이들과 연결해 완벽하게 제거하려는 계책과 맞아 떨어졌다.

그들은 "남인을 다 죽이고도 정약용을 죽이지 못하면 하나도 죽이지 못함과 똑 같다"고 공공연히 말했다.

그 무리 가운데 서용보가 있었다. 다산이 경기도 암행어사로 순행하던 중 관찰사 서용보가 탐학을 일삼는다는 사실을 임금에게 보고해 파직된 악연으로 평생을 고달프게 했다.

다산은 '겨울 냇물을 건너 듯 사방을 두려워하며 세상을 조심스럽게 산다는 의미로 <여유당(與猶堂)>이란 현판을 별장에 걸고 경전을 강하고, 저술에 몰두 하던 중 압송되어 문초를 당했지만 '형제를 포교하지 못해 천주님께 죄를 지었다'는 내용의 정약종 편지가 발견되어 죽음을 면하고 유배를 갔다.

다산은 경상도 장기에서 유배생활을 하던 중 조카사위 '황사영 백서 사건'으로 다시 투옥 되었다 다시 강진으로 유배를 떠나게 된다. 북풍한설을 맞으며 걷고 걸어 서산에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무렵 강진관아에 도착했는데, 탐진강 매서운 강바람이 유배객의 얼굴을 차갑게 스쳐갔다. 그를 보면 대역죄인 이라며 문전박대를 했다.

의지 할 곳 없는 외로운 선비에게 한 줄기 빛이 돼준 사람은 동문 밖 주막집 주모였다. 그녀는 관아의 감시도 아랑곳 않고 처량한 선비에게 봉놋방을 내 주며 지내도록 배려해 주었다. 다산은 이곳을 <사의제(四宜齋)>라 명명하고 4년을 보내면서 몸과 마음에 안정을 찾았다.
그 무렵 만덕사 주지로 있던 혜장은 다산의 깊은 학문에 매료되어 불경과 참선보다 주역에 매달렸다.

혜장의 주선으로 청명한 날은 소흑산도가 보이는 <보은산방>으로 거처를 옮겼다. 다산은 이듬 해 제자 '김학래' 집으로 거처를 옮겨 한 해 반가량 머물렀다.

다산이 마지막 거처를 옮겨 11년 동안 머문 곳이 지금의 초당이다. 날이 풀리면 제자들과 연못을 파고 바닷가에서 돌을 주워 가운데 봉우리를 쌓고 연지석가산이라 불렀다. 골짜기 물을 연못에 끌어와 잉어를 길렀는데 물속에서 노니는 잉어를 보며 날씨를 예측했다.

다산은 유배생활의 불안하고 답답한 시간을 이겨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실학을 집대성했다. 그의 일대기를 살펴보면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두 물머리서 태어나 22세까지 청소년기를 고향과 한양에서 보내고, 조정에서 17년간 벼슬살이를 하고, 중년에 장기와 강진에서 18년간 유배생활을 하다 노년에 고향으로 돌아가 <여유당>에서 만년 18년간 보내, 75세에 생을 마치고 여유당 뒤편 동산에 묻혔다.

다산은 유배지에서 인생의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내면서 체념하거나 방탕하지 않고 불굴의 신념으로 학문에 매진하여 세기의 금자탑을 쌓았다. 그 결과 경세치용의 꽃을 피웠던 강진에서 다산을 흠모하는 열기는 세월이 갈수록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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