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길흉을 예지하는 주역의 향기
인생의 길흉을 예지하는 주역의 향기
  • 강진신문
  • 승인 2022.11.28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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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김점권의 다시 보는 중국의 고전(16)

김점권 전 센터장은 도암출신으로 전남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포스코 및 포스코건설에서 25년간 근무하면서 포스코건설 북경사무소장을 거쳐 중국건설법인 초대 동사장을 지냈다. 이어 광주테크노피아 북경 센터장을 거쳐 교민 인터넷 뉴스 컬럼리스트로 활동했다. 중국에서 25년간 생활한 역사와 고전, 문학류를 좋아하는 김 전 센터장을 통해 중국고전에 대해 새롭게 접근해본다. 편집자주/

 

공자 노끈 3번 떨어지도록 본책
인생의 안내서라고 규정


동양의 고전 4서(논어, 맹자, 대학, 중용) 3경(시경, 서경, 주역) 중 <주역>을 정리해 볼까 한다. 필자는 어릴 적부터 약간 신기(神氣)가 있었다. 그래서 이런저런 산속을 헤매거나 기이한 꿈을 꾸거나 신비로운 체험을 한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런 인연으로 고등학교 시절부터 관련 서적을 꽤 보았다.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풍수지리, 관상, 수상, 사주팔자, 기문 둔갑, 주역 등 닥치는 대로 섭렵했다. 하지만 해당 학문은 관련 용어 숙지와 내용을 이해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으며, 그 지식을 활용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그냥 수박 겉핥기식의 맛만 본 셈이다. 하지만 주역의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주역 속에서 알려준 방식대로 젓가락 50개를 활용하여 점을 쳐본 적이 꽤 있었다.

특히 포스코 연수 과정 중 입사 동기들에게 주역 점을 쳐주는 엉뚱한 성과(?)를 내기도 하였다.
주역(周易)은 무엇인가? 책 이름이다. 혹자는 점치는 책이라고 단언하기도 하는데, 단순한 점을 치는 책이었다면 공자께서 책을 꿴 노끈이 3번이나 떨어질 정도로 많이 독서했겠는가? 공자께서는 <주역>책에 대해서 "중국 고대사회에 있어서 아직 지식이 발달되지 못하여 사물의 좋고 나쁨을 판단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무꾸리를 하게 한 하나의 점서(占書)다. 이 책은 사람이 점으로서 자기의 운명을 개척해 나가도록 하는 것이니, 하나의 인생 안내서라 할 수 있다." 고 정의했다.

주역, 어렵고 조금은 신비한 이 책에 대해서 약간 알아보기로 하자. 먼저, <역(易)>이란 무슨 뜻인가? 역(易)은 '바꾼다' 또는 '바뀐다'라는 뜻을 지닌 글자다. 나라와 나라끼리 물건을 교환할 때, 이것을 '교역'이라고 하고, 어떤 상태에서 다른 상태로 변하는 것을 '변역'이라 한다. 즉 천지자연의 현상이나 인간의 운명은 일정불변한 것이 아니라 항상 바뀌는데, 이 바뀌는 원리를 설명한 것이 다름 아닌 <역(易)>이라는 책이다.

봄이 지나면 여름이 되고, 여름이 지나면 가을이 되는 것은 자연의 변역이요, 아이가 자라 어른이 되고, 세도 가문도 10년이 지나면 기운다는 것은 인사의 변역이다. 따라서 <역>은 천지자연의 변역의 원리, 사람 운명의 변역의 원리를 기술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역>에 대한 해석은 상기 이론 말고도 몇 가지가 더 있다. 즉 '일월설' 로서 역의 한자가 일(日)과 월(月)의 회의 문자에서 비롯되었다는 설로서, 태양과 달은 대표적인 양과 음을 상징하는 음양의 조화와 변화를 말한다. 또 한가지는 역(易) 자를 분리 시 일(日)과 물(勿)인데, 이는 무슨 일을 할 때 '해를 거스르지 말라' 즉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지 말라고 하는 뜻이라고 한다. 이 밖에도 도마뱀설이 있는데, 이것은 역(易) 자의 모습이 도마뱀의 상형문자라고 해석한 설로서, 도마뱀이 보호색을 자주 바꾸는 것처럼 자연현상이나 인간사도 변화무상하다는 이론에 근거한 설이다.

그럼 <주역(周易)>이란 무엇인가? 주역은 주나라의 역이라는 뜻이다. 오늘날 <역>은 주역뿐이기 때문에 <역>과 <주역>은 동의어로 쓰이지만, 실은 주역이 있기 이전에도 하(夏) 나라 때에는 '연산(連山)', 은(殷) 나라 때에는 '귀장(歸藏)'이라는 역서가 있었다고 한다. 즉 하·은 시기에도 점을 쳤으며, 역이라는 해석서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주역>은 누가 언제 지었을까? 상기 의문은 오랜 옛날부터 있어온 사항으로 많은 학자들이 근원을 추적했으나, 해답은 얻지 못했으며 아마도 영원히 얻지 못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정설은 아니지만 거론되는 설은, 팔괘(八卦)와 64괘를 복희씨가 창안했다는 설(서진의 왕필), 복희씨가 팔괘를 창안하고 주 문왕이 64괘와 괘효사를 완성했다는 설 (한 사마천), 괘사는 문왕이 지었고 효사는 주공(周公)이, 십익은 공자가 지었다는 설(馬融) 등이 있다고 한다.

사실 주역의 주요 내용은 점괘에 대한 여러 가지 해석이다. 그런데 주나라 이전 나라에서도 거북점 등 점복 행위가 많이 있었으므로, 주역의 내용은 어떤 한 사람의 완전한 독창으로 이루어졌다기보다는 전대로부터 내려온 것을 주나라 시기에 정리한 것으로 합리적인 해석을 하고 있다.

그럼 주역이 이루어진 시기는 언제일까? 역경 본문에 출현하는 단어를 감안하여 추론할 때, 수렵은 하되 맹수까지는 미치지 못했고, 물고기는 잡아먹되 그물로 물고기 잡는 일이나 배를 사용한 적은 없었으나, 소나 양을 기르는 목축은 이루어진 혈거(穴居) 생활을 하던 시기로 추측하고 있다.

<주역(周易)>은 어떻게 이루어져 있는가? 주역의 본체는 64괘의 괘사와 효(爻)로 이루어진 경문이지만, 경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후세 사람들이 보충 기록한 십익(十翼)을 아울러 역경이라고 한다. 십익 이란 주역의 경문을 보충 해석한 것으로서, 익(翼)이란 날개란 뜻으로 경문의 이해를 돕는다는 뜻이다. 십익은 단전(彖傳) 상·하, 상전(象傳) 상·하, 계사전(繫辭傳) 상·하, 문언전(文言傳), 설괘 전(說卦傳), 서괘전(序卦傳), 잡괘전(雜卦傳) 등 10개의 전이 있다.

<역(易)>의 원리는 무엇인가? <역>은 근본적으로 음(陰--)과 양(一)으로 이루어졌다. 태초에 우주가 생겨날 때 태극이 생기더니, 이 태극이 둘로 갈라져 하나는 음이 되고 하나는 양이 되었다. 그러면 <역>에서 말하는 음과 양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글자 그대로 그늘진 것을 음이라 하고, 밝은 것은 양이라 하지만 여러 가지 분야에 적용할 수 있다. 즉 방위로 말하면 아래와 위를 음양으로 표현할 수 있고 기온으로 말하면 찬 것과 더운 것, 악과 선, 온순하고 나약함과 활발하고 굳셈 등 우주 삼라만상은 음과 양 어느 한쪽에 속하고 있다.

하지만 음과 양은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음이 양으로 양이 음으로 유전화변(流轉化變) 하며, 남자는 여자에 대해서 양이지만 아들은 어머니에 대해서 음이며, 같은 하늘이지만 맑은 하늘은 양이지만 흐린 하늘은 음이다. 이와 같이 음양은 순수 절대적인 것이라기보다는 상대적인 성질을 포함하고 있다. 상기와 같이 음과 양의 변화를 표현하는 것이 사상(四象)이다. 즉 양은 노양(老陽)과 소음(少陰)으로, 음은 노음(老陰)과 소양(少陽)으로 나눠서 양 속에 음이 있고, 음속에 양이 있음을 표현한 것이다.

사상(四象) 은 구체적인 자연현상인 하늘(乾), 못(兌), 불(離), 우레(震), 바람(巽), 물(坎), 산(艮), 땅(坤)을 낳았으니 이것이 팔괘이며, 이렇게 해서 얻은 괘(卦)를 소성괘라고 한다. 팔괘만으로는 복잡하기 이를 데 없는 자연현상이나 인간사를 다 표현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팔괘를 거듭해서 64개의 괘를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건괘(乾卦)로부터 시작해서 화수미제괘(火水未濟卦)에 이르는 64개의 괘에 각각 괘사와 효사를 붙혀 괘의 상(象)을 설명하고 길흉을 논하였으니, 이것이 바로 경문이며, 경문을 보충 설명한 것이 십익이다.

다음은 <주역>에서 흔히 사용되는 몇가지 용어를 설명해 보겠다. 우선 '효(爻)' 란 음양을 나타내는 최소 단위의 부호를 나타낸다. 즉 양은 一로 음은 --로 나타내며, 효가 세 개 모이면 소성괘가 되고, 소성괘가 둘 거듭되면 대성괘가 성립된다. 이것이 기본적으로 주역 점을 치는 단위가 된다.

<주역>에서 점치는 방법은 무엇인가? 점이란 앞으로 닥칠 운명을 알아보려는 염원에서 생긴 것이다. 본래 동물에게는 자기 앞을 예지하는 능력, 즉 예지 본능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유독 인간만은 그 기능이 퇴화해서 예감이란 것으로 어렴풋이 신변의 위기를 느낄 때가 있을 뿐이다. 따라서 점이란 우리 인간이 새로 발명한 예지 방법이 아니라, 본능처럼 가지고 있던 예지 감각, 퇴화해 버린 예지 본능을 몇 개의 점대에 의지해서 되살려 보려는 것이다.

<주역>에서 소개하는 점치는 방법은 정통 방식인 본서법(本筮法), 중간 정도의 약식 방식인 중서법(中筮法), 정말 약식인 약서법(略筮法)이 있다. 구체적인 방식이야, 주역 책을 보면서 전체를 이해하고 진정한 용도를 마음속으로 음미하면서 배우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필요하다면 말이다.

그런데 주역점의 결과는 현재의 고민을 시원하게 해결해 주는가? 길흉은 알 수 있다. 단지 일반 점집에서 답을 주듯이 직접적인 의문을 해소할 수가 없다. 전체 64개의 대성괘(괘사), 384개의 효에 대한 설명(효사)으로 복잡한 인생사의 길흉을 말해 준다는 것이 쉬운일은 아니다.
아울러 해당 점괘(卦: 6개의 爻)에 대한 설명인 괘사(卦辭)와 효사(爻辭)의 경문 내용은 고사 성어를 인용한 함축적이고 의미심장한 내용으로 쉽게 자신에게 유불리를 적용하기 어려운 점이다.

세상의 모든 것들은 누군가 그것을 어떻게 어떤 목적으로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가 있다고 한다. 주역의 목적은 '길한 것은 겸손함으로 보존하고, 불길한 것은 스스로 조심하길 바라는 것' 이라고 한다. 오늘 아침, 불쑥 젓가락 50개로 던져 본 점괘, 좋으면 복을 받기 위해 더욱 몸을 낮춰 겸손하고, 불길하다면 액운을 덜기 위해서 매사에 조심하는 것, 주역이 바라는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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