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산업의 역군이예요"
"우리도 산업의 역군이예요"
  • 주희춘
  • 승인 2002.10.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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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꿈을 가꾸는 군동 다인영어법인 지체장애인 26명의 삶
건조다시마와 미역줄기를 생산하는 군동면 호계리 다인영어법인의 아침은 새벽 6시 26명의 지체장애인들이 탐진강둑을 걸으며 다리운동을 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태어나 방안에 숨어 살다시피 했던 장애인들은 이곳에서 단체생활을 하는 것 자체가 마냥 즐겁다.

중증 뇌성마비에 걸린 동호, 뇌병변 증상을 앓고 있는 석윤씨, 일급 정신지체아인 형종이등은 이제 이 공장에서 숙련공축에 끼고 있다. 아직 대소변을 제대로 가리지 못한 지체장애인도 두세명에 달하지만 이들도 미역줄기를 골라내는 일을 제대로 해내고 있다.

다인영어법인 대표인 김선민(43)씨, 전현정(38)씨 부부는 이들의 반려자나 마찬가지다. 아침에 일어나면 운동을 시키고 세수를 못하는 아이들은 직접 물을 준비해주어야 한다. 옷가지도 일일이 챙겨주어야 하고 여자아이들은 생리여부도 채크해 주어야 한다. 특히 작업장에서는 어떤 실수를 할지 모르기 때문에 한시도 눈을 떼서는 안된다.

이처럼 쉽지않은 장애인 고용이지만 김사장 부부는 3년 전부터 이 일에 뛰어들었다. 김사장이 광주의 모 장애인복지관에서 지체장애인들을 만난 후 이들의 순박함에 끌려 취업을 시켜보자고 생각했다. 이곳저곳을 알아 보니 지체장애인들의 대우가 참담했다. 신체장애인도 꺼리는 회사들이 지체장애인들을 받아줄 리 난무했다.

김사장은 처음 5명의 지체장애인을 고용했다. 그러나 어려움은 예상외로 컸다. 지체장애인들은 먹는 양은 일반인들의 다섯배에 달하기도 했지만 체력적으로 너무 허약했다. 일을 습득하는 기간도 100일이상이 걸렸다. 그래서 김사장은 지금도 장애인들이 처음 들어오면 3개월은 아무일도 시키지 않고 현장에 적응하게 한다.

소문이 나면서 여기저기서 장애인들이 찾아왔다. 지금은 기숙사도 그럴싸하게 꾸며져 전남지역 곳곳에서 채용된 장애인들이 함께 일하는 종합타운이 됐다. 강진출신들도 일곱명에 달한다.

이들의 관리는 상당히 까다롭다. 장애인고용촉진공단로부터 직원 처우, 급여 지급 상태, 건강상태등에 대해 주기적으로 감사를 받는다. 장애인들은 8시간 근무에 최저임금 이상을 받고 있다. 원래는 직원들이 절반씩 부담하는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은 전액 회사돈으로 들어주고 있다. 또 직원들이 매주 토요일이면 부모들 곁으로 돌아가 주말은 꼭 가족들과 함께 보내게 해준다. 월급은 부모들에게 입금해 주고 반드시 장애인 본인이름으로 적금을 들어 주도록 권장한다. 이들에게도 미래에 대한 꿈을 심어주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김사장은 “지체장애인들은 사고력이 낮을 뿐 모든면에서 일반인들과 똑 같다”고 말했다. 김사장의 부인 전현정씨도 “지체장애인들의 손을 거친 미역, 다시마 제품은 오히려 일반인들의 일손을 거친 것 보다 더 꼼꼼하다”고 지체장애인들과의 생활을 소개했다.

김사장은 장애인고용회사에 대한 정부지원책이 있지만 전혀 현실적이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 또 회사인근에 우시장이 들어서 차량통행이 많아졌지만 진입로가 여전히 비포장도로인것도 아쉽다.

김사장 부부는 “앞으로 돈이 모아지면 장애인 복지시설을 운영하고 싶다”며 “산업 각 분야에서 장애인에 대한 선입관이 없어지면 국가경쟁력 향상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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