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년간 감투 욕심 아닌 성실과 겸손으로 마을 섬겨"
"29년간 감투 욕심 아닌 성실과 겸손으로 마을 섬겨"
  • 김영미 기자
  • 승인 2022.09.26 06: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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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포커스] 마을 지킴이 이장은 내 운명 - 병영면 중가마을 최덕호 이장

 

34살에 귀향, 마을회관·우산각 신축, 마을 크고 작은 일 해결사

강산이 세 번이나 변한다는 세월속에 이장직을 맡고 있으니 아무래도 이장은 내 운명인 것 같습니다. 올해로 29년동안 병영면 중고리 중가마을을 맡고 있는 최덕호(64)이장의 장수비결은 마을 일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지킴이였기에 가능했다.

중가마을이장과의 인연은 지난 93년도에 가족을 잃고 슬퍼하는 부모님을 모시고자 서른 넷에 부산에서 고향으로 오게 됐다. 농사를 지으면서 근면 성실하게 매사 최선을 다했고 이 모습을 지켜 봐온 주민들이 젊은이가 마을을 이끌어 보라며 맡겨주었다. 이에 30호 80여명이 사는 중가마을 대표가 되었고 그만 29년이 되었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최 이장은 "당시 마을이장은 나이가 든 주민이 하는 것이 관례였다. 중가마을이 고향이지만 젊은 사람에게 이장일을 맡기는 것은 대단한 결정이었을 것이다"며 "당시 성실한 제 모습을 보고 이장으로 추천하지 않았나 싶다"고 회상했다. 

29년간 이장을 해온 그는 마을의 대소사와 주민들의 크고 작은 일들을 손바닥 들여다보듯 훤히 꿰고 있다. 그는 마을의 민원 해결뿐 아니라 매일 마을 어르신들을 챙기는 일부터 마을주민 상수도 누수 수리, 전기 보수, 땅에 버려진 담배꽁초를 줍는 사소한 일까지 세심하게 챙기고 있다. 이렇듯 최 이장의 '이장' 장수 기록은 마을주민의 화합을 중시하면서 언제나 겸손한 자세와 성실함, 마을과 관련된 일이라면 작은 것 하나라도 소홀히 여기지 않는 마음가짐에 주민들이 무한 신뢰를 보냈기 때문에 가능하게 된 것이다.

최 이장은 그동안 숱하게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노후된 마을회관 건립이라고 말한다. 일제 강정기때 지어진 15여평의 목조기와 마을회관은 오랜 세월에 나무가 썩고 비가 새는 가운데 이용됐다. 회관을 짓고자 방법을 모색했지만 4천여만원이 필요했고, 열악한 마을자금으로는 불가능했다. 면에 숙원사업으로 신청했고 간절한 바람이 통해 지난 2002년도에 병영면에서 최초로 마을회관을 건립했다.

이장 1호사업이다. 최 이장은 또 한번 큰일을 추켜들었다. 마을 주민들의 사랑방으로 이용됐던 마을우산각이 태풍에 반파돼 버렸다. 다시한번 군에 주민 숙원사업으로 읍소하였고 천년도 버틸 수 있도록 돌기둥을 세워 10여평 우산각을 신축했다.

여기에 10년에 걸쳐서 위험한 경우가 많아 늘 노심초사 했던 비포장 농로, 마을 안길 포장도 진행했다. 또한 식수로 이용하는 마을간이상수도 불편을 없애고자 수중펌프 등이 고장 나면 발 벗고 나서 수리도 맡고 있다. 마을과 주민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최 이장의 수고로 마을주민도 늘었다. 몇해전 2명이 귀향했고, 지난해 서울에서 살던 성호전자 박현남 회장의 친구 김종집 씨가 귀농하여 함께 살아가고 있다. 

최 이장은 "지금처럼 주민들이 화목하고, 젊은이들이 이사와 가족과 함께 다복하게 사는 것을 만드는 게 소원이다"며 "우리마을 최고 자랑은 어린이가 4명이나 있다. 이장직을 내려놓을 때까지 마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웃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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