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화갑총재 강사초빙 없던일로 해야
[사설]한화갑총재 강사초빙 없던일로 해야
  • 강진신문
  • 승인 2005.0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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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예정돼 있던 민주당 한화갑 총재의 ‘공직자 마인드 향상을 위한 군민자치강좌’가 무기한 연기된 것은 잘된 일이다.

민주당 당내 대표 경선 때문에 강사로 초빙된 한총재측이 강진군에 행사연기를 요청했다고 하지만 우리는 한총재의 강연이 계획 자체가 없던 일로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군민자치강좌의 강사는 다양한 사람들이 초청됐다.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 같은 유명인도 와서 강연을 했고, 경험 하나만으로 친환경농업에 성공한 이름 없는 농업인도 있었다.  모두 자신들의 분야에서 독특한 철학과 위상을 정립한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새천년 민주당 한화갑 총재는 그 명성에도 불구하고 군민자치강좌의 강사로서는 어울리지 않는다. 정치적인 발언은 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오늘의 한국정치 현실에서 정당의 총재가 한 지역 자치단체 공무원들에게 강연을 하는 것은 생소한 일이다.


사실 한화갑 총재 만큼 강사의 요건을 완벽하게 갖춘 사람도 드물다. 달변가에다 대중을 사로잡는 카리스마도 확실한 사람이다. 대중적인 인기도 높다.

또 한화갑 총재가 같은 민주당소속인 황주홍 군수와 절친한 사이라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이번 강연이 어떤 인연으로 성사됐을지 그래서 추정도 가능하다.


하지만 한화갑 총재의 그런 장점과 요건들이 강진의 공무원들과 주민들에게 강연을 해도 좋다는 명제에 그대로 적용되지는 않는다.


실례로 열린우리당 대표가 우리당 소속 자치단체장이 당선된 지역에서 해당지역 공무원들에게 강연을 한 사례는 없다.

한나라당 박근혜 총재가 한나라당이 집권한 경북의 어느 자치단체에서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강좌를 했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 충청도에서 한때 잘나갔던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도 그런적이 없는 것으로 안다.


민주당 한화갑대표의 강진강연 계획은 대단히 뜬금없는 일이다.


총재를 포함한 정당인들의 대 공무원 강연이 없는 것은 간단한 이유 때문일 것이다. 무엇보다 정부가 그토록 주창하는 공무원들의 정치적 중립문제이다.

정치인의 강연은 아무리 포장을 잘 한 들 자신을 홍보하는 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 강연을 듣는 사람들이 한발짝 만이라도 자기쪽으로 움직여 주길 바라는 일종의 사상교육이다. 공무원들의 정치적 중립을 크게 훼손시키는 일이다.


또 정치인들의 강연은 해당지역에서 분란을 일이킬 소지가 대단히 높다. 공무원들 내에서 민주당 지지층도 있지만 우리당을 지지한 사람도 있고, 한나라당이나 민노당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주민들 내부도 마찬가지이다. 강진에는 분명히 다양한 정당의 지지자들이 분포돼 있다. 자치단체는 이같은 다양한 정치 성향의 주민들을 중립적 입장에서 포용하려고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화합도 있고 지역발전을 위해 모두 노력하자는 호소도 힘을 얻는다.

자치단체가 군비를 들여 특정정당의 총재를 초청해 강연을 개최하는 것은 이같은 노력을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

그래서 정치인의 대중 강연은 정당행사로나 열리는 것이고 그에 따른 책임도 정당이나 정치인 스스로 감당하면 되는 것이다.

한총재가 이번에 민주당 총재로 재선출 될지 알 수 없는 일이지만 결과를 떠나 군민자치강좌에 강사로 초빙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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