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득한 옛날 이야기, 시경(詩經), 서경(書經)은 무슨 책인가?
아득한 옛날 이야기, 시경(詩經), 서경(書經)은 무슨 책인가?
  • 강진신문
  • 승인 2022.08.29 10: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점권의 다시 보는 중국의 고전(13)

 

김점권 전 센터장은 도암출신으로 전남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포스코 및 포스코건설에서 25년간 근무하면서 포스코건설 북경사무소장을 거쳐 중국건설법인 초대 동사장을 지냈다. 이어 광주테크노피아 북경 센터장을 거쳐 교민 인터넷 뉴스 컬럼리스트로 활동했다.
중국에서 25년간 생활한 역사와 고전, 문학류를 좋아하는 김 전 센터장을 통해 중국고전에 대해 새롭게 접근해본다. 편집자주/

중국의 고전, 사서삼경(四書三經 : 논어, 맹자, 대학, 중용, 시경, 서경, 주역) 중 하나인 시경(詩經)과 서경(書經)에 대해서 알아보자. 본 글은 보통 사람이 동양 고전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는 기초적 수준이다.

<시경>이란 무엇인가? 시경(詩經)은 중국 주나라(기원전 11세기~기원전 256년) 초기부터 춘추시대 초기까지 황하(黃河) 중류, 즉 중원(中原) 지역에서 유행했던 노래와 시(詩)를 모아 놓은 책이다. 무슨 시와 노래가 그렇게 대단해서 경(經)이라고 이름 붙였는가? 시경의 원래 이름은 <시(詩)>였는데, 전국 시대에 이르러서 '완벽한 책이며, 모범으로 삼을 만한 책'이라는 뜻에서 <경(經)>을 붙였다고 하는데,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춘추시대 공자가 제자들 교육에 적극 활용했기 때문이다.

<시경>의 내용은 주로 무엇인가? 본래 3천편이었던 노래 모음을 공자가 311편으로 간추려 정리했다고 알려졌으나, 오늘날 전하는 것은 305편이다. <시경>은 그 내용에 따라서 '풍(風)', 아(雅), 송(頌)'으로 크게 분류되고, 아(雅)는 다시 대아, 소아로 나뉘어 전해진다. 풍(風)이라고 하는 것은 여러 나라의 민요로서 주로 남녀 간의 정과 이별을 다룬 내용이고, 아(雅)는 공식 연회에서 쓰는 의식가(儀式歌)이며, 송(頌)은 종묘의 제사에서 쓰는 악시(樂詩)다.

당시의 유행가 풍(風)을 들어 보자. 風이란 유행가란 뜻이다. 유행가는 어느 민족이나 어느 시대든 민중의 삶의 노래다. 시경 속의 '풍(風)'은 당시의 15나라에서 유행하던 노래 중 이른바 가장 인기 있는 노래다. 15나라는 춘추시대 초기의 주남(周南), 소남(召南), 패(邶), 용(鄘), 위(衛), 왕(王), 정(鄭), 제(齊), 위(魏), 당(唐), 진(秦), 진(陳), 회(檜), 조(曹), 빈(豳)이다. 당시 유행가 1 개 들어보자 (한글 번역 본이다)

상서(相鼠)
쥐새끼도 가죽은 있는데, 인간이라면서 예의도 없네
예의도 없는 인간이라면, 차라리 죽는 게 낫지!
쥐새끼도 이빨은 있건만, 인간이라면서 염치도 없네
염치도 없는 인간이라면 차라리 죽는 게 낫지!
쥐새끼도 얼굴은 있건만, 인간이라면서 체통도 없네
체통도 없는 이 인간아, 왜 빨리 죽지도 않는 것이냐?

이제, 궁중 연회의 노래, 아(雅)를 들어 보자. 아(雅)란 민간의 유행가와 달리 왕실의 공식 행사나 제사 때 쓰는 엄숙하고 격식을 따지는 음악이다. 이는 쓰이는 장소에 따라 다시 소아(小雅)와 대아(大雅)로 나뉘는데, 소아는 왕실의 연회 때 쓰이는 음악으로 풍만큼 자유스럽지는 않지만 슬픔과 기쁨의 감정을 표현하기도 했으나. 반면에 대아(大雅)는 궁중의 공식 행사 때 쓰이는 음악으로 장엄하면서도 무게감 있게 진행되며, 어떠한 비탄 조의 가사가 허용되지 않았다.

남유가어(南有嘉魚) 소아
남방에 귀한 물고기 그물질로 어렵사리 잡았네
술과 함께 권하느니 즐겨 드시옵소서.
남방에 귀한 물고기 푸덕푸덕 어렵사리 잡았네
술과 함께 권하노니 즐겨 드시옵소서
남방에 규나무가 있더니 달콤한 과일 주렁주렁 열렸네
술과 함께 권하노니 즐겨 드시옵소서
작은 비둘기 씽씽 오랜만에 날아드네
술 있어 권하노니 손만 받아 주시옵소서

왕실에 바치는 아부 성 노래 송(頌), 송이란 각 나라 왕실의 정통성을 강조하기 위해 만든 제례 음악이라서 장중하기 그지없고, 시의 내용도 대부분 시조들의 탄생을 신화 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현재 시경에 전해지고 있는 것은 주나라의 주송(周頌), 노나라의 노송(魯頌), 상나라의 상송(商頌) 등이다. 주송은 모두 31편이며 주 왕업을 칭송한 내용이며, 노송은 모두 4편의 노래가 있으며 비교적 자유분방한 편이고, 상송은 주나라에 의해 망한 은나라(상나라) 후손들이 흘러간 옛 영화를 그리워하며 지은 노래로서 시경에는 모두 5편이 실려있다.

<서경(書經)>이란 무엇인가? <서경>은 고대로부터 내려오던 하(夏 기원전 2000~ 기원전 1600년)와 상/ 은(商/ 殷) 기원전 1600년~ 기원전1100년) 나라의 왕실 기록인데, 공자가 100편을 추려 묶었다. 본래 기록이란 의미로 '서(書)'라고만 불렸으나, 그 후 한나라 때 '고대의 기록' 이란 뜻을 첨가해 <상서(尙書)>로 부르게 되었다. 그러다가 다시 경서의 범주에 넣으면서 <서경>이 된 것이다.

<서경>의 발생과 편찬을 누가 했느냐 에 대해서는 많은 학설이 있다. 아마추어인 필자가 무엇을 준용하고 그 적합 여부를 따지기에는 너무 어렵고 복잡하다. 전문적인 것이야 전문가에게 맡기고, 단지 <서경>이라는 책이 무슨 내용으로 채워져 있고, 그 속에 느낄 만한 내용들은 무엇인가, 정도로만 접근하는 것이 세상 편할 것 같다.

<서경>의 내용은 무엇으로 구성되어 있는가? 서경은 어느 시대에 관한 문건인가 에 따라서 크게 셋으로 나뉜다. 첫째는 요순 시절과 하나라에 관한 글 모음, 둘째는 은(상) 나라에 관한 글 모음, 세 번째는 주나라에 관한 글이다.

요순시절과 하나라에 대한 글은 주로 하늘의 질서에 따라 백성들의 생업을 안정시키고 덕 있는 사람을 관직에 임명하여 어진 정치를 실현하겠다는 내용이며, 은나라에 관한 내용은 군주는 천명을 받아서 올바른 정치를 해야 한다는 정치 원리를 밝혔으며, 백성들의 이익과 편리를 주기 위해서 수도를 옮긴(허난 성 송(宋) 지역에서 허난 성 은(殷) 지역 [현재: 안양]으로 이전) 사실을 적었다. 아울러 민심을 잃은 자는 천명을 상실하여 결국 나라를 잃게 된다는 '혁명' 사상을 표시했다.

주나라에 대한 내용은 '홍범구주(洪範九疇)'에 의한 정치 원리와 오행설에 의한 복서(卜筮)의 신비 적 수단을 이용해서 하늘의 뜻을 점쳐 상벌을 행할 것을 주창하였으며, 각 봉건 군주들에게 천명과 왕명에 따라 백성들을 다스릴 것을 선포하였으며, 새로운 도읍 건설, 군주와 제후의 도리, 형벌제도 및 적용 방법, 왕위 계승 문제 등을 다루었다.

서경에는 한민족의 기원과 관련된 '기자 조선 설'의 단서가 한 가닥 남아 있는데, 즉, 은나라 마지막 왕인 주왕이 술과 여자에 빠져 정사를 멀리할 때, 주왕의 이복 형인 미자가 스승으로 모신 분이 기자이며,결국 은나라가 주나라에 의해 망했으나, 주 무왕은 현명한 기자를 조선의 왕으로 책봉했다는 설인데, 한 중 고대 역사 학자 간에 의견이 분분하다. 기자가 3천 년 전 한반도의 '기자조선'의 왕이었는지에 대해서는 비전문가로서 언급을 자제하고, <서경> 중에 나타난 기자(箕子)는 주 무왕의 요청에 의해 제후들의 통치를 위한 중국 최초의 법률인 <홍범>을 제시할 정도로 현명했다고 한다.

홍범구주(洪範九疇)란 무엇인가? 첫째는 5행(五行), 둘째는 경건한 태도에 필요한 5가지 삼갈 행동, 셋째는 농사 등 국가 운영에 필요한 8가지 정책, 넷째는 협력에 필요한 5가지 기강, 다섯째는 임금과 백성에게 행할 5가지 법도, 여섯째는 3가지 덕목, 일곱째는 밝히 아는데 필요한 점치는 법, 여덟째는 8가지 자연현상의 관찰법, 아홉째는 5복을 누림과 동시에 6가지 화를 피하는 방법 등이다.

<시경>, <서경> 이름만 들어도 왠지 머리가 무겁고 오래 묵은 서적 냄새가 진동할 것 같은 기분이다. 특히 요즘 중국 한자와는 많이 다른 옛날 한자와 고사 성어를 찾아서, 문장을 해석하고 그 속에 숨어있는 깊은 뜻을 이해해야 하는 전문가에게는 골치 아픈 고전이겠지만, 보통 사람들이야 잘 해석된 한글 본 책을 펼치고 필요한 내용, 관심 가는 내용, 괜찮은 옛날 연애편지 내용 중심으로 들여다 본다면, 무려 3천 년 전 인간들도 현대의 우리와 똑같이 인간의 희로애락을 느꼈다는 데 대해서 동병상련을 느낄 수 있다.

아울러 먼 옛날 그들은 어려움을 당했을 때, 무엇을 어떻게 슬기롭게 극복하고 만족하며 살았는지에 대한 처세 철학을 배울 수 있다. 사람 사는 것 별거 있겠는가? 거의 다 대동소이하지 않겠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