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로] 별을 읽는 밤
[다산로] 별을 읽는 밤
  • 유헌 _ 광주전남시조시인협회 회장
  • 승인 2022.07.11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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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헌 _ 광주전남시조시인협회 회장

별 보기 좋은 계절이다. 고향집 마당에 덕석 깔고 누워 별 보기 딱 좋은 여름이다. 멍석처럼 둥그렇게 둘러앉아 갓 찐 하지감자 함께 먹고 옥수수 하모니카 불며 별 보기 참 좋은 여름밤이다. 나의 어린 시절엔 그랬다.

요즘은 시골의 밤도 너무 밝아졌다. 주변에 불빛이 넘쳐난다. 휴대폰 액정, TV 화면, 각종 전자제품의 불빛, 네온사인 등 가히 빛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모두 다 인공 불빛이다. 그래서 별 보기가 더 힘들어졌다.

예전과 달리 TV 등 볼거리도 많아졌다. 밖에서 밤을 즐기는 시간도 그만치 줄었다. 별을 잊고 살다가 문득, 쳐다본 까만 밤하늘에서 별빛이 쏟아져 내린다면 어떤 느낌일까. 동심, 설렘, 고향, 친구, 약속, 전설, 여행 등 별과 함께한 순간들이 스치며 지나가지 않을까.

우주에서는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별들이 태어나고 죽는다. 죽으면서 여러 종류의 원소와 광물질을 우주 공간에 흩뿌려놓기 때문에 우리는 그걸 재활용하며 살아간다고 한다. 웬만한 별들의 빛은 지구까지 오는데 수십억 년이 걸리기 때문에, 내가 지금 보고 있는 별은 수십억 년 전 별의 모습일 수도 있다. 이미 죽고 없는 별일 가능성도 높다. 그만큼 우주는 신비롭다.

난 별을 특별히 좋아한다. 멀리 있어 좋다. 아득한 별의 이마에 살짝 꿈을 얹을 수 있어 좋다. 별은 사람의 세포와 거의 같은 종류의 원소를 갖고 있다고 들었다. 수소, 산소, 탄소, 질소 말이다. 그래서 우리네 인생을 원소의 고향인 별에서 왔다가 별로 돌아간다고 하나보다.

그래서일까. 최근 별에 관한 글을 몇 편 발표한 적이 있다. 초장, 중장, 종장만으로 압축해 우리 인간과 별의 관계를 표현한 시조였다. 별이 인간이고, 인간이 별이라는 전제로 창작한 작품들이다. 실제 작품은 시적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행갈이가 많이 된 글들이지만 지면 관계상 그중에서 한 편만 골라 일렬로 배열해 소개해 보겠다.

놓쳐버린 막차처럼 아스라이 멀리 있어, 돋움체 한 점 한 점 가슴으로 읽는 밤, 별들이 쏟아 놓는 말 점자點字로 쓴 장편동화(유헌, 「별을 읽다3」전문)

우리가 지구에서 눈으로 볼 수 있는 별은 6천 개, 북반구에 위치한 우리나라에서 관찰할 수 있는 별은 2천 개 정도라고 한다. 별은 어두워야 보인다. 그래서 어두운 밤하늘을 인류의 문화유산으로 잘 보존하자는 천문학자의 주장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누군가는 죽어 별이 되고, 또 다른 누군가는 별로 태어나고, 때로는 밤하늘의 별들이 장편동화가 될 수도 있다.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별은 태양이지만 그 다음 별은 지구로부터 약 4.3광년(光年) 거리에 있는 프록시마b라는 외계 행성으로 알려져 있다. 지구상에서 가장 빠른 초속 15km 속도의 로켓으로 거의 10만 년을 가야하는 곳에 있는 별이 프록시마b인 것이다. 빛이 지구에서 달까지 가는데 1.5초가 채 걸리지 않고, 태양까지는 8분 20초가 걸리는데, 4년 이상을 빛의 속도로 달려야 만날 수 있는 별이 우리와 가장 가까운 별이라니 새삼 우주의 광활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처럼 우주는 광대무변하다. 끝도 시작도 없다. 허허공공(虛虛空空) 우주에서 우리가 사는 지구는 무엇인가. 은하의 바다에서 나는 누구인가. 우주에는 수천 억 개의 은하가 있고, 각각의 은하에는 또 수천 억 개의 별이 있다고 한다. 그 헤아릴 수 없는 별들 중의 하나가 지구이다. 지구보다 100배 이상 큰 태양도 작은 별에 속한다고 하니 우주에선 지구가 얼마나 왜소한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겠다.

그런 지구에서 우리가 살고 있다. 별 먼지로 살고 있다. 138억 년 전에 우주가 생겼고, 우주 나이 4억 년, 그러니까 134억 년 전 무렵 별이 탄생했다. 별에서 온 우리는 그래서 하나다. 네편, 내편, 아웅다웅 모두 부질없는 일이다. 너도 나도 가없는 우주의 바다에서는 일엽편주(一葉片舟)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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