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서당에서는 무엇을 배웠을까?
옛날 서당에서는 무엇을 배웠을까?
  • 강진신문
  • 승인 2022.07.04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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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점권의 다시 보는 중국의 고전(12)

김점권 전 센터장은 도암출신으로 전남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포스코 및 포스코건설에서 25년간 근무하면서 포스코건설 북경사무소장을 거쳐 중국건설법인 초대 동사장을 지냈다. 이어 광주테크노피아 북경 센터장을 거쳐 교민 인터넷 뉴스 컬럼리스트로 활동했다. 중국에서 25년간 생활한 역사와 고전, 문학류를 좋아하는 김 전 센터장을 통해 중국고전에 대해 새롭게 접근해본다. 편집자주/

 

 필자는 현대식 교육을 받았다. 이른바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등 단계별 학제를 통해 교육을 받은 것이다.

그런데 우리보다 불과 10년 정도 앞선 세대에서는 서당 교육을 받은 분들도 많았다. 서당 교육은 조선시대부터 내려온 전통 교육이었다. 그런데 서당에서는 무슨 공부를 했을까, 한번 알아보겠다.

조선시대는 서당 교육이었다. 유명한 김홍도의 '서당풍경'그림에 의하면, 무릎 꿇고 책의 내용을 암송하는 학동, 회초리를 매섭게 휘두르는 스승, 종아리를 걷고 매 맞고 찡그리는 어린아이 모습이 적나라하게 묘사되어 있다. 교육 과정은 평균 7~8세에 서당에 입학해서, 대략 15~16세까지 다녔다고 한다. 요즘으로 초등학교, 중학교 과정인 셈이다.

그럼 단계별 교과서는 무엇인가? 가장 먼저 <천자문(千字文)>을 배운다. 다음으로 배우는 책이 <추구(推句)>나 계몽편(啓蒙篇)이며, 다음은 <사자소학(四字小學)>이며, 이 책을 배우고 나면 <동몽선습(童蒙先習)과 <격몽요결(擊蒙要訣)> 그리고 <명심보감(明心寶鑑)>을 배우게 된다. 이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대략 십 년 정도로 보통 나이 열여섯 좌우라고 하며, 요즘으로 계산하면 거의 중학교 과정까지 였다고 한다.

서당 교육이 끝나면 집안 형편 및 조건에 따라 상급 학교에 가거나 집에서 공부하게 되는데 겉으로는 독서를 통해서 자기 인격 완성을 목표로 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관리가 되기 위한 과거시험 합격이 목적이었다.

과거시험에 합격하기 위해서는 사서삼경(대학, 중용, 논어, 맹자, 시경, 서경, 주역)을 기본으로 하고, 사기(史記), 송나라 성리학 전서인 근사록, 주자가례, 심경, 이정전서,주자대전 등을 공부해야 했다고 한다.

그러나 과거를 통한 벼슬자리는 한정되어 있어서 평생 과거시험만 준비하는 영원한 고시생이 부지기수였다고 한다. 그래서 벼슬하지 못하고 죽은 남자의 위패에 '현고 학생 부군(顯考學生府君)'이라고 적은 것이다. 이 뜻은 '벼슬 못하고 돌아 가신 고시생 아버지'란 의미라고 한다.

다음은 서당 교육에서 공부한 교과목에 대해서 어떤 내용인지 간단하게 살펴 보겠다.

1.가장 먼저 배우게 되는 <천자문(千字文)>은 하늘 천(千), 땅 지(地), 검을 현(玄), 누를 황(黃)의 네 글자로 시작된다. 요즘의 초등학교 교과서에서는 나와 너, 아버지와 어머니, 철수와 영희 등 사회적인 일반적인 관계부터 시작하지만, 천자문은 세계와 우주를 배우고 마지막으로 문장을 배웠다.지은이는 중국 양나라의 주흥사로 기초 한자 1,000자를 사언고시 250구로 꾸민 것이다.

2. 다음으로 배우는 책이 <추구(推句)>나 <계몽편(啓蒙篇)>이다. <추구>는 역사상 유명한 문장 중에서 다섯 자가 대구를 이루는 문장만을 골라낸 '명언집'이며, <계몽편>은 조선시대 어린이 교과서로서 저자나 연대는 알 수 없고, 사물의 이치에 익숙하지 않은 어린 아이들에게 정신적 영역을 보다 넓고 깊게 이끌어 배움에 대한 관심을 높이려는데 초점을 맞추었다.

산법, 자연 현상, 농작물,칫수 등이 포함되어 있어서 요즘으로 하면 산수, 자연, 실과 교과서다. 물론 윤리적 훈계도 들어있다. 이 책은 언해본이 있어서 여성들도 이 교재를 배웠다고 한다. 산문체로 하늘, 지, 만물, 사람의 네 편으로 편집되어 있다.

3. 다음으로 배우는 과목인 <사자소학>은 '수신제가치국평천하'의 큰 이념을 가르치는 책인 <대학>이 고등교육의 교과서라면, <사자소학>은 주희가 지은 어린이 용 윤리 교과서로서 어린이들이 배우기 쉽게 네 글자씩의 음률에 맞게 재 편집한 책이다.

4. <동몽선습 (童蒙先習)은 순수하게 우리나라 유학자가 지은 책으로서 지은이는 조선시대 중종 때 선비인 박세무(朴世茂)라고 하며, 그 후 영조 임금이 서문을 쓰고 송시열이 발문을 쓰는 등 나라에서 이 책을 적극 권장해서 향교나 서당에서 어린이 필독서로 채택되었다.

내용은 대략 5천자 정도의 한자로 된 짧은 내용이며, <본문>과 <총론11편>이 실려있는데, <본문>에서는 그 유명한 오륜( 五倫: 부자유친, 군신유의, 부부유별, 붕우유신, 장유유서)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설명되어있다.

아울러 <총론>에서는 총 13편에 걸쳐 중국과 우리나라 역사가 간략하게 정리되어 있는데, 지나치게 사대주의적 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5. <동몽수지(童蒙須知)>는 중국 남송 시대의 성리학자 주자가 어린아이들이 공부 하기에 앞서서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일상생활 속의 몸가짐을 기록한 수신서다.

우리나라에는 고려 말 경에 들어 온 것으로 추정되며, 조선시대에 들어와서 아동 교육용으로 널리 사용되었다. 그 내용은 의복, 언어, 청소, 독서 문자, 기타 사항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주자는 어린아이들의 배움은 의복과 갓과 신을 갖추는 일, 올바른 언어와 걸음걸이, 주변 정리 청소, 책을 읽고 글자를 쓰는 일, 일상 생활에서 해야 할 사소한 일까지 조목조목 열거하여 마땅히 모두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6. <격몽요결(擊蒙要訣)>은 조선시대 성리학자 이이가 1577년에 저술하였으며, 어린이들에게 뜻을 세워 부모를 공양하고 남을 대접할 줄 알며, 몸을 닦고, 독서의 방향을 교육하기 위해 썼다고 한다.이 책은 저술 직후부터 왕으로부터 일반 유생까지 널리 익혀졌으며, 인조대부터는 전국 향교의 교재가 되었다고 한다.

격몽요결은 총 10장으로 구성되었으며 각 장마다 여러 항목이 나열되어 있다. 기본적인 사상은 학문이란 특별한 것이 아니라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일상생활에서 마땅하게 해야 할 일을 당연히 해야 한다는 취지다. 입지, 구습타파, 자신 관리, 독서, 지인 관리, 관혼상제, 사람응대, 처세 등 항목별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잘 설명되어 있다.

7. <명심보감(銘心寶鑑)>은 명나라의 범립본이 자녀 교육과 사회 안정을 위해 편찬한 <명심보감 상하>를 고려 충렬왕 때 예문관제학을 지낸 노당 추적(秋適)이 편찬한 것이라고 한다.

<명심보감>은 선행에 대한 '계선편(繼善篇)', 하늘의 뜻을 받들어 살아야 한다는 '천명편', 어버이에게 효도해야 한다는 '효행편', 세상을 바르게 살아야 한다는 '정기편', 자신의 직분, 환경, 조건 등에 자족하며 편안한 삶을 살기를 권하는 '안분편', 남에게 관대하고 자신에게 엄격하라는 '존심편(存心篇)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8. <사서삼경(四書三經)>은 유학의 핵심 학문으로서 <논어(論語)>, <맹자(孟子)>, <중용(中庸)>, <대학(大學)>의 사서(四書)와 <시경(詩經)>, <서경 (書經)>, <주역 (周易)> 의 삼경(三經)이 있다.

그럼, 서당에서는 어떻게 공부하였는가? 어린이들이 서당에서 공부하는 것은 강독(講讀), 제술(製述)과 습자(習字) 였는데, 강독은 소리 내어 책을 읽는 것이며, 제술은 글짓기와 논술이며, 습자는 글씨 쓰기였다. 공부하는 방식은 한 글자씩을 반복적으로 소리내어 읽어서 글자를 암기하게 하고, 문장의 이치를 깨닫게 했으며, 마지막으로 학동 스스로 그뜻을 깨우치도록 했다고 한다.

나이 이순이 넘어서 옛날 서당 교육 교과서를 최근 전부 일독했다. 천자문, 소학, 맹자, 동문선습, 계몽편, 동몽수지, 격몽요결, 몽구 등이다. 사서삼경이나 사기, 송나라 각종 성리학 서적이나 기타 고전 등은 평소에 자주 접해 봤으니, 이제 명실상부하게 옛날 선비들과 학문적으로 유사한 경험을 갖게 되는 것이다.

상기 전통 교육 과목은 유교적 관점이 강한 조선시대 교과서로서 지나치게 엄격하고 경직되어 있고 가부장적이어서 현대적인 이념과는 괴리가 큰 것도 사실이다.

<소학>을 편집한 송나라의 주희마저도 고대의 <예기> 중에 내용이 실 생활과 맞지 않음을 고백할 정도였으니, 현대에 와서야 더할 나위 있겠는가? 하지만, 사회가 변하고 가치관이 변했다고 하더라도 영원히 변치않은 가족 사랑, 자식에 대한 사랑과 기대, 이웃간의 배려의 마음은 대동소이 할 것이다. 세상에 나쁜 책은 없다고 한다.

정통 서적은 말할 것도 없고, 잡서든 이서(異書)든 많은 책을 보고, 책속에서 '반면교사와 타산지석'의 교훈으로 활용하는 것은 순전히 본인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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