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 12년, 정말 행복 했습니다
강진 12년, 정말 행복 했습니다
  • 김영미 기자
  • 승인 2022.06.20 14: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와이드인터뷰] 강진시문학파기념관 김선기 관장

 

지난 12년동안 국내 문학관 가운데 첫 유파 문학관으로 건립, 개관한 강진시문학파기념관을 이끌어 온 김선기 관장이 오는 20일 시문학파기념관에서 '영랑과 현구, 그리고 강진과 한국 시문학'이란 주제로 고별강연을 갖고 그동안 지역민에게 받았던 사랑에 대한 감사 인사를 갖는다. 본지는 시문학파기념관 건립에서부터 성공적인 개관, 대한민국 최우수 문학관 선정에 이르기까지 '12년 2개월간의 여정'을 그의 생생한 목소리를 통해 들어본다. <편집자 주>

강진시문학파기념관 주춧돌과 동력 엔진 되어준 김선기 관장
퇴임식 대신 20일 오후 2시 '영랑과 현구' 고별강연

강진시문학파기념관은 1930년 3월5일 시문학지 창간일에 맞춰 지난 2012년 3월5일 개관했다. 그리고 2013년 제1종 전문박물관에 등재된데 이어 2017년 대한민국최우수문학관에 선정되는 영예를 안는 등 개관이후 지난 12년간 국내 문학관운영의 롤 모델이 되었다.

전국 최초로 지난 2016년 문화재청이 선정한 명예의 전당에 등재되는 성과도 일궈냈고, 지역에서 인문학과 문화를 혼합한 영랑감성학교, 지역문화예술인들에게 애향심과 자긍심을 심어주는 문화예술인 토크쇼 화요초대석 프로그램으로 지역민들에게 인문학 향기를 전했다.

고별 강연을 갖는 소감이 어떠신지요?

글쎄요. 시원섭섭하다고나 할까요? 돌이켜보건대 12년 2개월 동안 군민들에게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았습니다. 부족한 사람을 감싸 안아주신 한 분 한 분을 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당초 직원들과 간단히 차 한 잔 나누고 조용히 일어나려 했습니다. 그러나 그간 도와주신 분들에게 인사라도 드리고 가는 게 도리가 아닌가 싶어 조촐한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시문학파기념관이 국내 문학관 운영의 롤 모델로 부상했는데요, 그 요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참 좋은 질문이십니다. 세 가지로 압축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첫째는 문학관을 짓기 2년 전에 전국을 대상으로 문학 콘텐츠 분야 박사급 전문가를 공개 채용하여 기획 단계부터 참여시킨 점, 둘째는 군수님의 적극적인 행·재정적 지원과 한없는 신뢰, 마지막으로 지역민들의 아낌없는 관심과 동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던 것으로 여겨집니다.

당시 현 기념관이 위치한 자리는 잡초가 무성한 나대지였습니다. 이곳에 문학관을 건립하고 활성화 시키고자 정말 노력하였고 이동식 컨테이너 공간에서 2년간 건축인들과 라면을 함께 끓여 먹어가면서 건물에 대해 논하고 보완하여 지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12년이 흘렀습니다. 

향후 시문학파기념관이 어떻게 운영되어야 한다고 보십니까?

글쎄요, 저는 항상 프랑스 쥘 베른문학관 장 폴 드키스 관장의 말을 마음에 새기면서 문학관을 경영했습니다. 그는 '21세기형 문학관은 그곳에 무엇이 소장되어 있느냐보다, 그곳에서 무엇을 하고 있느냐가 더욱 중요한 가치다'라고 강조했습니다.

다시 말해 문학관을 문학인들만의 전유 공간이라는 고정 관념을 깨고, 지역문화예술은 물론 그 지역의 정신사까지도 담아내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시문학파기념관 뿐만 아니라, 모든 문학관이 지향해야할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개관 후 곧바로 4월부터 국가 전국 국비공모사업에 뛰어들었고 첫 사업으로 1200만원짜리 문화재청 생생문화재사업에 선정됐습니다.

이를 시발점으로 11년간 연속 공모사업에 선정되었고 모든 프로그램은 주민 참여형 으로 주민과 함께 공동기획, 운영해 가능했습니다. 이 사업이 계기가 되어 주민 큐레이터제도를 도입 목요문학살롱을 운영하고 지역의 주민 참여폭을 넓혔다고 생각합니다.  

강진군민 장학금 기탁에 남다른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아는데,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지요?

부끄럽습니다. 금액의 많고 적음을 떠나 군민에게 받았던 사랑을 조금이나마 갚고 싶었습니다.
2019년 12월 일 겁니다. 대한민국 문화유산 보전·연구·활용 분야 발전에 공을 세웠다며 정부에서 국무총리상을 주더군요. 포상금이 500만원 이었는데 전액을 군민장학재단에 입금했습니다.
이번 고별강연에 장학금 100만원을 준비했습니다. 비록 적지만, 이렇게라도 제 마음이 표현할 수 있어 기쁩니다.

재임 기간에 혁혁한 국비 공모사업을 유치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특별한 비결은 있었다면 무엇인지요?

글쎄요, 비결이란 게 뭐 있겠습니다. 수험생이 시험을 치를 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출제자의 의도를 충분히 파악하는 일이지요. 공모사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중앙부처마다 공모사업의 특성이 있습니다. 공모사업 요강을 면밀하게 분석하여 그에 합당한 맞춤형 정답을 기술하면 됩니다.

그런데 그게 쉬운 일은 아니지요. 국문학 전공자로서 아무래도 문서의 행간을 읽어내는 힘이 다른 사람보다 조금 나았던 것 같습니다. 모든 공모신청서는 제가 직접 작성했는데, 이게 큰 장점으로 작용했지요. 용역업체에서 만들어준 자료집을 발표하는 타 지자체와는 확연하게 비교가 되었지요. 일단 심사위원들의 관심을 끌어야만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잖아요.

다양한 국비 공모사업을 수행하셨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사업을 꼽는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어려운 질문이네요. 열 손가락 깨물어 아프지 않은 손가락이 없습니다. 어느 것 하나 빼놓을 수 없이 모든 사업에 애착이 갑니다. 꼭 두어 가지만 꼽으라면 2014년 전국 지자체 중 최고액인 15억 원을 받은 '시가 꽃피는 행복한 마을 강진 조성사업' 입니다. 이 사업은 훗날 '감성 여행 강진'의 주춧돌이 되었다고 봅니다.

그리고 영랑생가를 모티프로 개발한 문화재청 문화재 활용사업 '더 샵 252 영랑생가'는 지난 2012년부터 올해까지 11년 연속 국비 사업에 선정되는 영광을 안았지요. 특히 이 콘텐츠는 2016년 문화재청『명예의 전당』에 등재되는 등 괄목할만한 성과를 냈습니다. 이것은 직원들의 노력과 군민의 아낌없는 성원덕분입니다.

 

참, 우수공무원으로 선정되어 강진신문 창간 18주년 기념식에서 <올해의 정석패>를 받으셨지요?

재임 시 국무총리상을 비롯한 두 번의 문화체육관부장관상, 세 번의 문화재청장상, 전남도지사상, 군수상 등을 받았습니다만, 2016년 강진신문 창간 18주년 때 군민이 주신 <올해의 정석패>는 제 생애 최고의 영광이었습니다. 사실, 그 상은 함께 고생하며 성과를 일궈준 직원들에게 돌아가야 마땅해 지금도 마음의 빚으로 남았습니다.

끝으로 지역민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면 해주시지요?

유구무언이란 단어를 이럴 때 쓰나 봅니다. 지난 시간을 돌이켜보면 1박2일을 해도 부족할 겁니다. 짧지 않은 강진에서의 12년 2개월, 정말 행복했습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특히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셨던 공직 선후배와 소중한 시간을 함께 해주셨던 한 분 한 분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립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